남한의 보금자리 - 남한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선수 탈북여성 황보영


2004.12.29

매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삶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남한의 보금자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에서는 빙상 호케이로 불리고, 남한에서는 아이스하키라고 하는 겨울철 운동 종목의 남한 여자 국가대표 선수 탈북여성 황보영 씨의 이야기입니다. 황보영 씨는 지난 97년 가족과 함께 탈북해 남한생활 5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담당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올해 26세인 황보영 선수는 지난 2003년 2월 일본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때 남한 여자 대표선수로 출전해 북한에서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을 만나 일본과 남한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2남2녀 중 장녀인 황보영 씨는 현재 남한 여자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보영: 저는 197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고, 함경북도 체육단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97년 11월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탈북해서 한국에는 99년 4월에 도착을 했고, 현재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황보영 씨의 가족은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할 무렵 일가족이 탈북해 제 3국을 거치며 온갖 고생 끝에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운동 밖에는 몰랐던 황보영 씨는 남한 생활에 적응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황보영: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고, 남한에서 사용하는 외래어 때문에 언어소통이 안돼서 좀 난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와서부터 착실하게 잘 적응을 했기 때문에 충격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것이 한국은 아직까지 못살고 미국 식민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와보니까 전혀 아니었다는 것...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살고...그런 것에 놀랐어요.

북한에서와는 달리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은 남한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 정부의 지원도 별로 없었고 남한에서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자립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황보영: 한국에 와보니까 자격증 시대라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2000년 3월에 간호 조무사 학원에 입학을 해서 1년 과정을 거치고 국가고시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땄어요. 제가 하는 종목이 비인기 종목이고 해서 ...낮에는 각자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직을 해서 병원에서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간호사 일과 운동을 병행할 수가 없어서 운동과 관련이 있는 일만을 하고 있다는 황보영 씨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어린 아이들에게 롤러스케이트 즉,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치고 거기에서 나오는 보수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보영: 현재는 아는 선생님이 초등학교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쳤었는데 그 선생님이 바빠서 제가 2월 달까지만 낮에 초등학교 학생들 인라인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제가 맡은 초등학교 학생들 아이스하키 가르치고, 월.수.금 평일 저녁에는 제 개인 운동을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은 돈이 들어가는 일은 별로 없고, 운동을 다니다 보면 차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보수는 기름 값 정도만 나오면 되거든요.

결혼할 나이가 된 황보영 씨는 자신의 결혼관에 대해서는 자신이 남한 사회를 전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자는 남한 사람이어야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고 더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 다음에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합니다.

황보영: 한국남자들은 북한 남자들과 비교해서 자상한 면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결혼을 하면 한국 사람과 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까지 북한 사람과 살아야할 필요가 없고 ...제가 한국 사회에 대해서 다 알 수가 없으니까 한국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요. 처음에 왔을 때 진작 이런 생각을 했었으면 진작에 대학도 졸업을 했을 텐데 처음에 와서는 그냥 운동만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몰랐는데...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졌고 그러다 보니 결혼은 뒷전인 것 같습니다.

황보영 씨는 올해 가장 기쁜 소식은 자신이 대학에 가게 된 것이라면서 남한에 입국한지 5년이 돼서 뒤늦게 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황보영: 굳이 대학을 나와야 되나 내가 사는데 대학 가는 것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서울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하고 하는데... 대학을 안 나와도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한두 살 먹다 보니까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몇 년 동안 제가 고집했던 체육전문대학에 내년에 입학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며칠 전에 원서를 냈고 대학에 가게 됐습니다. 그것이 올해는 제일 기쁜 일입니다. 학교를 졸업 하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서 지도자의 길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황보영 씨의 남동생 두 명 중 한명은 남한에서 대학에 다니고, 다른 한명은 호주에서 현재 어학연수 중이며, 여동생은 남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한명 두고 있습니다.

이진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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