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분간 땜질식 대미 사상교양 지속할 듯’

서울-박성우, 고영환
2018.07.06
moonkyoungduk.jpg 조선중앙 TV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문경덕이 5호담당선전사업체계발단 60돌 기념보고회가 끝난 뒤 다른 인사들과 창성군예술소조종합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문경덕과 황병서가 복권됐습니다. 북한 내부 동향을 살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문경덕을 재기용했습니다. 여러모로 살펴볼 게 많은데요. 위원님,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 시찰 직후에 평안북도 당 위원장을 김능오에서 문경덕 전 평양시 당 책임비서로 교체한 것이 지난 7 4일 확인됐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김정은이 신도군 주민과 신의주화장품공장 종업원들에게 선물을 보낸 소식을 전하며 선물 전달식에 '평안북도 당 위원회 위원장 문경덕 동지'가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경덕은 2013 12월 반당반혁명분자 죄목으로 처형당한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과 인생의 궤를 같이 한 인물입니다. 2014년 초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던 '장성택 여독' 청산 과정에서 사라져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물이 4년 반 만에 도당 위원장으로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장성택이 처형되고 그의 심복들이었던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되는 등 장성택 잔당 숙청 작업에서 살아남은 것도 기적 같은 일인데 도당 위원장으로 복권된 것입니다.

저는 문경덕이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도당 위원장이라는 중책에 임명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임명 시점이 김정은이 평안북도를 시찰한 직후라는 점으로 보아 장성택과 같이 친중계로 볼 수 있는 문경덕을 평안북도 건설과 발전의 적임자로 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문경덕을 활용하여 북중 경제협력을 확대 발전시키고 중국 투자를 끌어들여 북중 국경인 평안북도를 변신시키고자 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로는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처럼 간부들을 강등 혹은 혁명화를 하게 한 후 그들의 충성도를 최고로 제고한 뒤 제자리에 임명함으로써 고위 간부들에게 아무리 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뉘우치고 반성하면 다시 쓴다는 신호를 주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이면서 주목할 이유로는 문경덕과 최룡해 당 조직부장 사이의 인연이 작용하였을 가능성입니다. 최룡해 역시 장성택 전 행정부장과 오랫동안 친구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장성택 잔당이라는 정치적 감투가 붙었을만 하였지만 김일성의 가장 가까운 동지였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여 왔기에 최룡해는 번번이 살아남았습니다. 최룡해가 청년동맹 제1비서였을 당시 문경덕이 그 밑에서 비서로 일하였고, 따라서 문경덕의 이번 복권에는 최룡해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황병서가 다시 등장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될까요?

고영환: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황병서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서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황병서를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라고 밝혔습니다. 황병서는 북한 군 서열 1인자인 군 총정치국장을 지내다 지난해 총정치국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 검열 이후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17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황병서가당에 대한 불순한 태도 때문에 처벌됐다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사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사라졌던 황병서는 지난 2 16일 즈음 조선중앙TV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이 앉아있는 자리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그 시기 즈음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6 30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평안북도 신도군을 시찰한 소식을 보도하며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인 황병서 동지, 한광상 동지, 김성남 동지 등이 동행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황병서가 당 국제사업부 제1부부장 김성남 등 보다 먼저 호명된 것으로 보아 그가 최소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나 당 중앙위 부장 자리에 임명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황병서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자격으로 행사에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김정은이 황병서를 이 위치에 놓은 것은 최룡해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를 통해 최룡해를 감시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 소식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 질문도 드리죠. 그간 북한 당국은 미국을미제’, ‘승냥이’, ‘양의 탈을 쓴 늑대등으로 표현했습니다. 6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북한 주민의 반미 의식도 상당히 강해졌을 텐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북한 주민들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승냥이떼의 우두머리격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거든요.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텐데요.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어떤 논리로 이 같은 갑작스런 입장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사실 북한 체제는 지난 70여 년 동안 주체사상과 반미주의라는 두 바퀴의 수레로 달려왔습니다. 주체사상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김정일의 선군사상 그리고 주체사상의 이론적 체계를 세웠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한국 망명 등으로 거의 사라졌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반미주의로 북한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김정은이 미제의 이른바두목인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의 위력에 눌려 트럼프가 항복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수천 개의 최첨단 핵무기와 세계 제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미국이 북한에 항복하였다는 것을 믿는 세계인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그토록 비판해 오던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까지 한 사실을 놓고 북한 주민들, 특히 북한 당정군의 간부들은 내심 의아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6 28일 노동신문은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반제계급 교양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미제를 빼놓고 반제국주의 교양을 한다는 것인데, 북한 논리대로 하면미제는 제국주의의 두목이니 반제 교양을 한다는 것은 반미 교양을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땜질식 사상 교양의 방법으로 맞설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만약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한다면, 평양 한복판에 미국을 대표하는 성조기가 펄럭일 날도 오게 될 텐데요. 그 상징성이 대단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특권층인 평양 시민들에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어떤 의미일까요?

고영환: 사상 교육과 교양을 강화는 하겠지만,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어 평양 창공에 미국 성조기가 날리고 성조기를 단 미국 대사의 차량이 평양 시내를 휘젓는 것을 보면 평양 시민들, 북한 인민들이 속으로 얼마나 의아해하고 당황할 것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왔는데,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왜 갑자기 양키 제국주의자들이 우리 수도를 활보하며 다니느냐? 혁명은 이제 끝난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위하여, 무슨 목표를 가지고 살아나가지?” 그런 생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중국과의 관계 강화 차원에서, 그리고 내부 단속 차원에서, 과거 숙청했던 인사들 중 일부를 최근에 복권시켰습니다. 예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게 새롭게 보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가 최근에 미국을 상대로 보이고 있는 급작스런 입장 변화는 매우 새롭죠. 이를 두고 북한 내 일반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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