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사회의 개최 ‘외교전략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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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평양에서 대사회의가 열립니다. 북한의 외교활동에 대해 살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주요 외교관들이 대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집결했습니다. 위원님, 이번 대회에서는 뭘 주목해야 하나요?

고영환: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재외대사 및 총영사 회의를 개최하기 위하여 지난 주말까지 평양에 대사 및 총영사들을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대사회의를 소집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전 세계에 파견된 북한 대사들이 지난주 말 평양으로 귀국했다”고 전했습니다.

대사회의에는 대사와 총영사 50여명 정도와 당 조직지도부 해외 당 생활지도 담당 부부장과 과장, 외무상, 부상, 국장, 부국장, 과장 등이 참석합니다. 대사회의에서는 지난 1년간 대외사업 결과와 당 생활 정형을 총화하고 향후 과제들을 제시하며 중요 경제 대상들을 참관하고 사상학습을 진행합니다. 통상 북한은 1~2년에 한 번씩 대사회의를 개최하며, 외화 사정으로 어떤 해에는 대륙별, 지역별로 모여 대사 및 총영사 회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대사회의를 평양에서 열었습니다.

올해는 주목할 점이 많습니다. 김정은은 2차례에 걸쳐 한국 대통령을 만났고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였으며 북한 건국 이래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집권 7년째가 되는 올해 초까지 평양을 떠나 외국에 간 적이 없던 김정은의 행보를 보아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해인 것입니다. 또한 오는 9월 9일은 이른바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이번 대사회의가 내부적으로는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으며 대외일꾼들이 더욱 분발하여 최대의 성과를 내라고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에 덧붙여,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 대통령, 중국 주석과 연이은 회담을 진행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거나 동요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여 핵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밝히면서 외교관들의 정신 무장을 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는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진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외교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비핵화 문제에서 어떠한 변화된 지시를 내릴지, 그리고 이에 따라 향후 북한 외교관들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등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외교 활동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셨는데요. 요즘 북한의 외교는 과거와 비교할 때 뭐가 가장 달라졌습니까?

고영환: 지난 3월 5일 한국 대통령의 특사단을 만나며 시작한 북한의 외교, 김정은의 외교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차례에 걸친 평양 방문,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워싱턴 방문, 김정은의 6월 12일 싱가포르 방문, 그리고 세 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 등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부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이 두 차례의 중국 방문과 싱가포르 방문을 비행기로 했다는 점, 김정은의 이동시간과 장소를 미리 북한 주민들에게 알렸다는 점,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타고 갔다는 사실을 북한 인민들에게 숨기지 않았다는 점 등입니다. 특히 첫 중국 방문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3회에 걸쳐 중국을 방문한 것도 호상성을 중요시하는 외교 측면에서 볼 때 매우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자본주의 나라를 방문하여 외부 세계의 진면모를 보았다는 점, 그리고 중국을 갈 때 수십 시간씩 걸리는 기차를 타지 않고 비행기로 한 두 시간 가서 중국 지도자를 만났다는 점, 호상성의 원칙을 버리면서 중국을 세 번이나 찾아간 점,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영토인 판문점 남쪽 지역을 방문하였다는 점, 중국 비행기를 빌려타고 싱가포르에 간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보도하였다는 점 등입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등으로 국제 제재의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치명타를 입으면서 민심이 술렁이니,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하여 김정은이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과 다른 지도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박성우: 아무래도 요즘은 협상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의 외무성 간부들과 대남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들이 목에 힘을 좀 주고 다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떨까요?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북도와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하면서 경제 부문 일꾼들을 호되게 질책하였다는 북한발 보도들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북한의 대외, 대남 일꾼들은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년 내내 김정은 위원장을 2회만 수행하였던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8회나 김정은을 수행했습니다. 이들 대외, 대남 일꾼들이 김정은의 질책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유엔의 대북제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약속한 부귀영화는 요원합니다. 이 제재를 푸는 임무가 대외 및 대남 일꾼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당시 외교부 제1부부장이었던 강석주 내각 부총리는 핵 위기를 막고 경수로와 원유 지원을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로부터 이끌어 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였습니다.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부상, 김계관 제1부상, 김영철 당 통전부장 등은 1990년대의 강석주처럼 핵 위기를 잘 해결하고 제재 문제를 풀고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미국과 국제사회를 속이면서 비핵화 문제에서 시간을 끌려고 하는 순간 제재는 강화되고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이 경우 김영철, 리용호, 최선희 같은 사람들이 그 책임을 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들 모두가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외교무대는 어떤 게 있나요?

고영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찾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크렘린궁에서 만났다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이 지난 14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두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 설정 70돌을 맞아 조선-러시아 최고 영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키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19일 김정은이 올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발 기사에서 이 신문은 “유엔이 정리한 총회 일반토론 연설자 명단을 보면 북한에선 각료급이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김 위원장은 유엔 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은이 국제회의나 국제무대에 등장한다면 유엔 총회보다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가 신변 안전 면에서 미국보다도 낫다고 북한 지도부가 판단하고 있으며,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사실 북핵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겠죠. 북핵 문제의 향방이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