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도부, 살짝 흥분한 듯 보여”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8-04-0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영상을 2일 공개했다. 사진은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남측 예술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영상을 2일 공개했다. 사진은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남측 예술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주목받았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측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했는데요. 노동신문 1면에 관련 소식이 실렸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남측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해 4월 1일에는 동평양대극장에서, 3일에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두 차례의 공연을 모두 마치고 지난 4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측 가수단에는 한국 제일의 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용필, ‘사랑의 미로’를 부른 최진희, ‘J에게’를 부른 이선희 등과 여성그룹인 레드벨벳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지난 1일 공연은 김정은 부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참관했습니다. 지난 2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예술단과 함께 찍은 기념 단체 사진을 1면에 게재했습니다. 김정은 옆에는 여성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부인 리설주 옆에는 가수 조용필이 서서 사진을 같이 찍었습니다. 그동안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한국 예술과 가요 등을 비판해 온 김정은이 남측 가수들의 공연을 직접 와서 보고, 가수단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또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남측 예술단과 김정은이 찍은 '1호 사진'은 평소 1호 사진의 절반 이하 크기로 신문에 게재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것은 남측 예술단을 맞이하여 공연하게는 했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라며 비판해 온 노래를 부른 한국 가수들과의 만남이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남측 예술단의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도 가수들의 이름과 노래 제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김정은 행사를 보도하기는 해야 하는데 한국 문화를 선전하는 것은 안 된다는 고민이 노동신문 사진에 묻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한국 가수들의 두 차례 평양 공연과 지난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북한 예술단의 한국 공연은 두껍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역시 남북은 한민족이라는 진한 감동을 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행보도 주목받았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일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한국 측 기자단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바로 저 김영철"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영철은 이날 고려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약 16분간 간담회를 갖고 전날인 4월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의 취재를 북한 당국이 막은 것을 사과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김영철은 2009년 2월부터 2016년 초까지 정찰총국장을 지냈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 당국은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을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뒤 김영철을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왔습니다. 저는 김영철 부장의 이날 발언은 천안함 대형 도발 사건을 농담거리로 삼으며 마치 자신은 천안함 폭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봅니다. 덧붙여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을 항상 의식하고 있었으며 이런 의식이 남측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표출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김영철 부장은 북한 당국이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남측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막은 것에 대해 "취재를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철 부장은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지난 1일 공연 시 한국 취재진 8명은 공연 시작 직전 북측에 의해 공연장 밖으로 끌려 나와 4시간 가까이 복도에서 북측의 감시를 받았고, 이 상황을 파악한 한국 정부가 북측에 강력 항의한 바 있습니다. 김영철은 "이번 행사는 우리 국무위원장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고,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 드리는 분들과 공연을 조직하는 분들의 협동이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에 나와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김영철이 이렇게 한국 기자들에게 사과까지 한 것은 유엔 제재 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북한이 그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택하였는데 남측 기자들을 감금하다시피 한 사건이 터졌고 이런 취재 제한 사태가 남북관계 개선, 미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평양 공연에 참여했던 한국 측 가수들이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고영환: 평양 공연을 마치고 지난 4일 서울로 돌아온 공연 감독 겸 가수 윤상 씨는 "출연진 모두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했고, 인천에 도착해서야 '내가 어떤 공연을 하고 왔나' 실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첫번째 공연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해서, 두번째는 합동 공연으로 열렸고, 모두 북한 관중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특히 공연이 끝난 3일 저녁 미산각에서 열린 환송 만찬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김영철 부장은 연회상을 모두 돌며 술을 권했다고 합니다. 공연 대부분의 반주를 맡은 조용필 밴드 '위대한 탄생'의 한 단원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민족의 화합'을 강조하는 말을 많이 했고, 술도 무척 많이 마셨다. 우리로 치면 '술고래'였다"고 말했습니다.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도 남측 가수들의 눈길을 많이 끈 것으로 보입니다. 현송월은 연회 도중 가수 조용필을 앞으로 초대해 함께 '그 겨울의 찻집'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연회 막바지에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도 불러내 '우리의 소원'을 선창하게 하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고 합니다.

저는 김정은 부부가 남북 합동공연에 나올 줄은 짐작했는데 첫날 공연에 나왔다는 사실, 한국 노래 ‘뒤늦은 후회’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사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른 남측 가수 최진희 씨에게 고맙다고 한 사실, 한국 여성 그룹인 레드벨벳을 잘 안다고 한 사실, 한국 가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이를 노동신문 1면에 실은 사실, 현송월 단장이 남측 가수 조용필에게 사인해달라고 한 사실 등이 김정일 시대에는 꿈도 못 꿨던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면에 김정은 지도부가 살짝 흥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박성우: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본 평양 시민들,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현재 북한에는 한국 문화, 즉 한류가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한류를 이끌고 있는 유명 가수들의 평양 공연을 현장에서 직접 본 평양 시민들의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였겠지만 역시 남북은 한민족이고 그 문화는 찬란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남측 공연이 낯설기도 했겠지만 문화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 남한 가수들의 평양 공연이 정치×군사적으로 팽팽히 대치해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완전하게 녹이기에는 불충분했겠지만 남과 북 민중들의 공통된, 하나가 된 감정을 이끌어 내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남과 북의 문화적 교류가 자주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 평양 공연의 제목은 ‘봄이 온다’였죠. 김정은 위원장은 ‘가을이 왔다’라는 제목의 공연을 서울에서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그 공연이 열릴 땐 북한 비핵화를 위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이길 희망해봅니다. 그래야 남과 북의 문화적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