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행동 보류, 미 전략자산 전개 등 대외정세의 영향”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6-2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주도 숨가쁘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북한이 대남확성기를 설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고 총참모부가 4대 군사행동 계획을 예고하기도 했죠. 그런데 북한이 이 같은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한반도의 긴장국면이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북한이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정리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했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최근 조성된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계속하여 신문은 “예비회의에서는 중앙군사위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17일 만입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냈고 한국에 와서도 북한에 대한 연구와 학습을 계속해 온 저도 ‘예비회의’, ‘화상회의’라는 단어들은 처음 접했습니다. 북한의 발표에 대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5일 북한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정부는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목용재: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라는 형식으로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례적인 형식인 것 같습니다. 또한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을 내린 뒤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담화를 통해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을 비판했고요. 이런 북한의 움직임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에서 그는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 데 급급해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했다”면서 “남조선 국방부의 때 없는 실언 탓에 남북관계에 더 큰 위기 상황이 오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정경두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발표에 대해 “보류가 아닌 완전 철회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군사활동의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 정세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분노를 한국 측으로 향하게 하고 한국을 위협하여 미국을 움직이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적대행위들로 한국 국민들의 대북 인식이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북한이 대남확성기 방송을 할 경우 한국도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아지자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 세 개를 태평양 지역에 집합시키고 E-4B, 핵공중작전지휘소의 연습까지 공개했습니다. 대남, 대외정세가 북한의 의도와는 반대로 치닫는 것에 북한이 위협을 느끼고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목용재: 북한이 전선에 재설치했던 대남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수시키고 대남 비난 기사도 내렸죠?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군은 이른바 ‘대적투쟁’이 시작된 후 지난 21일부터 군사분계선 전연지대에서 대남확성기를 설치하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지난 25일 한국 군 관계자는 북한 군이 대남확성기를 철수하는 모습이 최소 10곳 이상에서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3일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노동신문 등 북한 선전 매체들도 대남 적대 기사들을 싣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여상기 대변인은 북한 선전 매체에서의 대남 비난 기사 삭제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대남 적대 기사들을 올렸다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삭제한 의도나 배경에 대해서는 앞으로 분석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북한이 대남공세를 보류하고 대남확성기를 철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에는 현재 북한 내부와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대외 환경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불만을 한국 측에 대한 적개심 조성으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이번에 한국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통해 미국을 움직여 제재 완화라는 목표를 얻어 내려고 했는데 한국 내부에서는 좋았던 대북 인식이나 감정들이 줄어들고 북한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또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들을 전개하고 핵공중작전지휘소 훈련을 공개하는 등 전략자산들을 움직였고요.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같이 불필요한 긴장이 높아지는 정세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제가 궁금한 것은, 북한이 왜 대남압박 수단으로 대남확성기와 대남전단지를 선택했느냐는 겁니다.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감행하면 한국 정부도 북한에 치명적인 대북확성기 방송, 대북전단 살포로 맞대응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이에 대해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저도 북한 군이 대남확성기와 전단을 준비한다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북한이 대남확성기를 가동하고 대남전단들까지 살포하면 한국도 내부적인 여론에 밀려 대북확성기 방송, 그리고 전단을 대대적으로 북한에 살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국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이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인터넷과 국내외 신문, 심지어 미국과 프랑스 등 외국의 방송들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고 북한의 신문과 방송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하게 되면 최전선에 나와 있는 북한군 민경대대 부대원들과 최전방 전선 지역에 주둔한 군인들이 한국과 외국의 소식, 한국의 노래와 음악에 노출됩니다. 결코 북한에 이롭지 않은 조치들입니다. 제 분석으로는 확성기 방송과 전단의 위력을 잘 알지 못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현실 판단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이 적극 추진하는 대남확성기 사업 등에 통일전선부와 총정치국 등 대남 관련 실무 기관들이 감히 제동을 걸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 온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목용재: 우선 북한이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상황입니다. 향후 북한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고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것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너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북한 지도부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북한 지도부는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당분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국을 크게 자극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 오지 않는 수준에서의 적당한 긴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북한이 한미 당국의 움직임과 대응을 주시하다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총참모부가 발표한 4대 군사적 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군사분계선이나 서해북방한계선에서 대남 군사적 도발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 정부는 우선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상황이 악화돼 국지전 등 전쟁으로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도발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강경한 조치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되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찾는 외교적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우선은 가라앉은 상황인데요.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은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것이지, 철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또 어떤 돌발적인 조치를 취할지 우려됩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요.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과 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