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19·수해에도 한국에 지원 요청 가능성 낮아”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8.07
kimjungun_meeting2.jpg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무국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여러 가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이를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처음있는 일 같은데요. 이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6일 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지난 5일 열렸던 정무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최대비상체제의 요구에 따라 완전 봉쇄된 개성시의 방역 형편과 실태 보고서를 료해하고 봉쇄지역 인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당중앙이 특별지원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 결정했다”며 “이와 관련한 긴급조치들을 취할 것을 해당부문에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개성으로 월북한 탈북민의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특별경보를 발령했으며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는 조치를 이미 취한 바 있습니다. 정무국 회의에서는 당 중앙위원회에 새로운 부서를 내올 데 대한 기구 문제가 검토·심의됐으며 당 내 간부 사업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에 대해 연구협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정무국 회의에서는 현 시기 최대 현안인 장마로 인한 피해 대책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무국은 2016년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기존의 비서국을 폐지한 후 신설됐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도 현재 정무국의 전신인 비서국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한 연설이나 지시 내용을 내부적으로 학습한 적은 있지만 비서국 회의 내용이 신문, 통신에 공개된 것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무국 회의에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내용이 선전매체에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정무국 회의 뿐 아니라 정치국 회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자신은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 정상적인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분석합니다.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인민들을 항상 보살피고 있으며 코로나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 내 신형 코로나와 관련된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북한 내 피해가 예상되는데요. 북한 당국이 장마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 한반도에는 상당히 긴 시일동안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장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접한 북한에서도 18일째 큰 비가 내려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지난 1일 0시부터 5일 오후 2시까지 닷새간 강원도 평강군에만 733mm의 비가 쏟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일부터 닷새 간 황해북도 장풍군은 559mm의 물폭탄을 맞았고 황해남도 배천군에도 400mm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 리성민 기상수문국 부대장은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데다 앞으로 또 많은 비가 내릴 것이 예견되므로 주요 하천 저수지에 큰물 경보가 내려졌다”며 “대동강 유역, 청천강 유역, 예성호, 연백호, 금야호에서 수위가 높아져서 경고 수위를 초과하게 되고 방출량도 최대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번 비는 대표적인 북한의 곡창 지역인 황해도에 집중되면서 농작물에 피해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5일, 6일 한반도 기상 레이더에는 빨간 구름 띠가 한반도 거의 전역에 걸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은 큰물에 의한 피해를 미리 막아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치산치수 사업은 자금과 기술, 기계장비의 부족으로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도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모든 것이 부족한 북한에 이번 장마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북측에 인명과 자산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댐의 수문을 개방해 방류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고영환: 지난 5일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의 수문을 한국에 아무런 통보 없이 개방하여 하류지역에 있는 한국 지역들이 위기관리에 나섰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관계자는 지난 5일 “북한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상승하여 북삼교와 임진교를 통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임진강의 한국 측 최북단에 있는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5일 역대 최고치를 넘었습니다. 한강 홍수 통제소 실시간 자료에 따르면 필승교 수위는 지난 5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12.99m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 수위이자 위기 대응 최고단계까지 뛰어넘은 겁니다. 필승교는 최전방 남방한계선 안쪽에 있어 북한 방류 상황이 맨 처음 관측되는 중요지점이고 군남댐은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는 중요 시설입니다. 한국 재난당국은 임진강 위기 대응 단계를 최고로 격상하고 경기 연천과 파주 임진강 유역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임진강 유역의 파주, 문산, 연천 지역에서 수천명의 주민들이 비상대피시설에 대피했습니다.

목용재: 사전 통보 없는 북한 당국의 댐 수문 개방 조치는 자칫 한국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이와 관련한 한국 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지난 5일 북한이 임진강 상류 댐의 수문을 한국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개방해 많은 양의 물을 흘려 보낸 후인 지난 6일 한국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북한의 남북 합의위반과 속 좁은 행동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회의에서 “북한의 통보 없는 댐 방류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됐다”며 북한 측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2009년 임진강 수해방지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황강댐 방류시 사전 통보를 하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도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1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최근 북쪽의 일방적인 방류 조처에 유감을 표한다”며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인도적 분야와 남북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남북 소통이 즉시 재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이인영 장관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남북에 이념상, 정치제도상 차이가 있어도 남북 접경지역에 장마가 와서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그리고 남북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위험에 처할 경우 남북이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최근 신형 코로나 사태와 장마까지 겹치면서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대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악재에 겹친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등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유엔 제재, 신형 코로나에 이어 장마까지 겪으면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럴 때는 한국 측과 대화도 하고 지원도 요청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북한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도자의 체면, 위신, 권위를 절대시하는 북한이 내부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한국에 손을 내밀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에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가 온다면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미국이나 한국에 고위급 대화를 요청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판단합니다. 어려울 때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이 북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이 장마나 신형 코로나보다는 북한 체제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북한 당국이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우리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의 정신이 이번 기회에 되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가 WFP, 그러니까 세계식량기구를 통해 1000만 달러에 이르는 간접적인 대북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신형 코로나에 장마로 인한 수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감염병과 재해와 관련한 남북협력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에 언제까지 이렇게 일방적인 지원만 해줄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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