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유엔 총회서 대북 적대관계 청산의지 표명”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09.27
mji_dt_un_b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Photo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주 유엔총회가 열렸습니다. 주요국 정상들이 뉴욕에 모여 여러 주제를 두고 논의를 벌였는데요. 북한 비핵화 문제도 주요 논의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번 주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들이 이뤄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뉴욕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세계 주요국의 정상들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 무대에 올라 연설을 했습니다. 양 정상이 어떤 내용의 연설을 했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누구나 전쟁을 벌일 순 있지만 가장 용기 있는 자만이 평화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과감한 외교를 추구해왔다”며 “나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아직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은 영원한 적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적이 아닌 파트너, 동반자를 원한다”고 말한 부분입니다. 이 말은 국제관계에서 통용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북한은 영원히 적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며 친구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나의 원칙은 변함 없다”며 전쟁 불용의 원칙, 상호 간 안전보장의 원칙, 공동번영의 원칙 등 유엔의 가치와 전적으로 부합하는 세 가지 원칙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에 제안할 것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는 70년 간의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인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변모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감시 초소,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 역사적인 공간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DMZ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북한과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DMZ안에 남북 주재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이 이뤄진다면 DMZ는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연설했고 문 대통령도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을 언급함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목용재: 유엔 총회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도 열렸는데요. 어떤 회담 결과가 나왔습니까?

고영환: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1시간 5분 간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고 대변인은 “두 정상은 미북 실무협상에서 조기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한미가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고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의 핵심축으로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문제를 논의했고 북한 핵무기 폐기문제,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용재: 유엔 총회 기간 동안 한미 정상이 쏟아낸 대북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양 정상 모두 상당히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고영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난 해 6.12 싱가포르 합의가 계속 유효하며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될 경우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미북 사이 실무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은 북한의 안전 보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정상은 미북 실무협상 재개 시 실질적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두 정상 모두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점엔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계속 유효하다며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의 안전 보장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미 정상회담 시 두 정상이 북한에 보낸 제안들과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한미는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에 대해 결단만 내리면 지난 70여 년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신뢰관계, 경제호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선언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뿐만 아니라 실무 당국자들 간의 만남도 이어졌죠? 어떤 논의를 벌였습니까?

고영환: 지난 25일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정책대표,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각각 면담하고 북핵, 북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번 방미기간 중 세 차례의 북핵 6자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에는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양자회동을 가졌고 지난 24일에는 뉴욕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만나 북핵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한미일 3자 협의에 앞서 일본 외무성의 다키자키 시게키 신임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따로 만나 상견례를 겸한 양자협의를 갖고 미북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된 전망 등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목용재: 한미 정상이 유엔 무대에서 북한과 관련한 여러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나왔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27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고 미북관계 개선을 위한 용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가 나온 이후의 담화라 주목되는데요. 김계관 고문은 최선희 제1부상의 전임자로 과거 대미 핵 협상의 총실무를 맡은 바 있습니다. 김 고문은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전혀 한 것이 없고 합동군사연습 재개, 대북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국 내에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해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대해 회의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고문의 입장문에서 제가 주목하는 점은 한미 합동군사연습 재개,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 등을 언급한 부분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평가한 부분입니다. 김 위원장이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북한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목용재: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일단 미북 실무협상은 이변없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정상 모두 이번만큼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핵화에 대해 미북 간 이견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많지만 우선 조만간 열릴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 주목해야 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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