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협상 결렬로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불투명”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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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습니다. 향후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협의가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방송 때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을 쉽게 전망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죠. 결국 협상은 결렬됐는데요. 결렬 원인,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네. 지난 주 방송에서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쉽게 타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는데요. 유감스럽게도 그 전망이 맞았습니다. 스웨덴, 스웨리예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난 6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최근 미국측이 ‘새로운 방법’과 ‘창의적인 해결책’에 기초한 대화를 준비했다는 신호를 거듭 보내오면서 협상 개최를 요청해왔으므로 미국측이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협상 장소에 나타나 보여 준 미국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된 희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존권’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전을 미국이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고, ‘발전권’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모든 대북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실무협상의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7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지 누가 알겠냐”며 협박성 발언까지 했습니다. 북한측의 반응과 외신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전략무기 반입 중단과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대북제재들을 풀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 단지 폐쇄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동결할 경우 미북관계 개선과 일부 제재들을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고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외교 목표의 최대치를 요구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의 차이가 너무 커서 이번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도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합니까?

고영환: 스웨덴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인 지난 8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신보는 이날 기사를 통해 “미국의 협상팀이 그릇된 계산법, 잘못된 접근법을 고집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이제껏 외면하고 압박과 회유, 기만으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오판하는 각료, 관료들의 제언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단호히 용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 미국측에서도 여러 반응들이 나왔는데요.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북한 비핵화 개념과 관련해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일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미북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미국은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도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미국의 행동 변화가 없을 경우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북한의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지도자에게 승인을 받지 않고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 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보신주의와 핵을 어떻게든 고수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심중을 바탕으로 생각해 봤을 때 10월 중 비핵화를 위한 미북 실무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리고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올해 안에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없으면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용재: 협상 결렬 이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내놨나요?

고영환: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미북 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평가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회담 직후인 지난 8일 한미일 세 나라는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핵 6자 수석대표 간의 연쇄 협의를 가졌고 이 협의 이후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달성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한미, 미일, 한미일 간 지속적인 대북 조율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도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미일 3자 협의는 물론 한미, 미일 간의 양자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현재 한국과 미국은 내부적인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다소 복잡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의 중요도가 다른 사안들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같은 상황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현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개인적인 부패혐의를 조사해달라고 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스톡홀름 미북 비핵화 협상 결렬 등의 문제로 지지률이 하락하는 등 일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외에도 이란 문제, 수리아 문제, 쿠르드 문제, 활황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주춤하는 문제 등 시급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들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내년 진행될 미국 대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북핵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루고 있는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사활이 달린 문제입니다. 만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해 ICBM 발사,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전략에 맞서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북 실무협상 결렬 이후 첫 행보로 군 산하의 농장을 현지지도 했죠.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첫 공개 활동으로 농사 현장을 방문했습다. 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지난 9일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민생 행보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북한은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길을 갈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사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선전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말씀대로 이번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일부 대북제재 완화와 유예를 제안했다면 북한으로서도 이를 받아들일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미국이 이번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며 한걸음 물러설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이번 협상이 결렸됐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지속적인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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