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병식 눈물, 어려운 북 내부 상황 시사”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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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각종 전략 무기와 재래식 무기가 공개됐고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지난 주말에 진행된 북한 열병식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이 그동안 전망하신대로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습니다. 기존 전략무기들에 비해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그렇습니다. 이전 방송에서 북한이 10월 10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정말 이 같은 전략무기들이 공개됐습니다. 북한이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SLBM에는 북한의 최신 미사일 기술들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신형 ICBM은 길이와 직경이 이전에 공개된 화성-15형보다 더 커졌습니다. 신형 ICBM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는 11축 22륜, 즉 대형바퀴가 22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에 발사한 화성-15형은 바퀴가 18개였습니다. 바퀴가 4개나 늘어난 것은 이 신형 미사일의 전체 무게가 더 무거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신형 ICBM의 길이를 22~23m 혹은 23~24m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직경도 화성-15형보다 30~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ICBM인 둥펑-41의 길이는 21m, 러시아의 신형 ICBM인 토폴-M은 길이가 22.7m입니다. 북한의 신형 ICBM의 길이와 직경이 세계 최대라는 겁니다. 이는 신형 ICBM이 미국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탄두부에 대형 핵탄두 1개 혹은 소형 핵탄두 2~3개가 들어간 이른바 ‘다탄두 미사일’의 형태로 발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2종의 신형 SLBM ‘북극성-4ㅅ’ 역시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나의 종류는 길이가 길었고 이는 진수를 앞둔 3000톤 급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이며, 짧고 굵은 것은 북한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4000톤 급 혹은 5000톤 급 잠수함의 탑재용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개량된 ICBM과 SLBM을 공개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까? 역시 대미 메시지로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ICBM과 SLBM은 물론 초대형방사포와 대구경조종방사포, 지대공미사일, 신형 장갑차와 전차 등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대구경조종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장갑차, 전차들은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 군은 앞으로 적절한 대응체계를 세워나갈 예정입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과 SLBM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하여 개발한 전략무기들입니다. 북한이 신형 전략무기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이 제재 등을 해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계속해 핵과 미사일들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섭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의 패권을 다투면서 1만기가 넘는 핵무기들과 신형 ICBM들을 가지고 있던 소련의 경우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다 결국 붕괴했다는 사실입니다. 인구 2500만의 북한, 최대 수십기의 ICBM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용재: 이번에 공개된 전략무기들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새로운 전략무기들에 대해서 여러나라 전문가들이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번에 공개한 ICBM이 미국, 러시아, 중국의 ICBM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이번 ICBM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사일”이라고 평했으며 고이즈미 유 일본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특임조교는 NHK방송에 “복수의 탄두를 실은 신형 미사일은 요격이 힘들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해 일정한 핵 억지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신형 ICBM의 능력에 대해서는 각이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옛 소련처럼 북한이 ICBM 기술을 과장하려고 위장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의 지상시험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북한이 위장 전술을 펼치고 있는 근거로 거론했습니다. 신형 ICBM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으로 판단되면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고체연료 엔진 기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장영근 한국 항공대학교 교수는 “고체연료 엔진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두 중량을 키운 다탄두 ICBM을 액체연료 엔진으로 만들다 보니 신형 ICBM이 괴이할 정도로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목용재: 북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도 주목됐는데요. 김 위원장이 눈물까지 흘렸죠?

고영환: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김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 중간에 울먹이면서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 즉 인민군 장병들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외국어 대학 출신으로 북한 외교관을 지낸 뒤 한국에 정착해서도 북한을 연구하고 있는 저도 북한의 지도자들이 공개석상에서 울먹이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봤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강한 지도력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위엄과 권위로 북한을 통치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인민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고 하면서 울먹인 것은 북한의 어려운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올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 코로나 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태풍 등으로 인한 수해로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삶 자체가 어려운 북한 인민들의 불만이 높은데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고집하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재를 타개할 방법이 없으니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눈물의 정치’, ‘감성의 정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목용재: 또 주목되는 점은 북한의 열병식이 지난 10일 자정을 기점으로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의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앞으로 북한의 행보에 대한 전망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정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축포 등으로 열병식 행사를 말 그대로 화려하게 치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정에 당 창건 열병식을 연 배경에 북한이 현재 처한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통상 큰 행사는 당일 오전 10시 열병식과 군중 시위를 하고 저녁에 춤놀이, 축포발사, 축하횃불 행진 등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두개의 큰 정치행사를 치르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두개 행사를 하나로 합쳐 진행하는 이른바 ‘꼼수’를 쓴 겁니다. 향후 북한은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연말까지 ‘80일 전투’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렸던 평양시 집회에서 “올해의 마지막 80일은 우리 혁명 발전에서 매우 중대하고 책임적이며 관건적인 시기”라면서 “지금까지 진행한 불사신의 강행돌파전을 전략적 공세로 도약시키는가, 아니면 고난의 진펄로 밀려나는가 하는 사활적인 문제가 결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도 지난 13일 “오늘의 80일 전투는 가장 성스러운 당 중앙 옹위전, 당 대회 보위전”이라며 “전진하는가, 답보하는가, 이는 곧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를 판가름하는 운명적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만큼 80일 전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전당, 전군, 전민이 8차 당 대회까지 말 그대로 당국의 심한 압박을 받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목용재: 이번 북한의 열병식은 몇몇 부분에서 이례적이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 주목됐는데요. 유엔의 대북제재, 신형 코로나, 수해 등으로 인해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겹친 악재 속에서 당대회 개최까지 앞두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부담만 더 가중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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