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새로운 길’, 무엇을 뜻하나?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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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오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오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살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는 미국이 대북 제재를 지속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새로운 길’이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오전 9시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김정은은 이보다 앞선 문장에서는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중요한 발언을 보면 북한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여지는 남겨둠으로써 ‘먼저 협상의 틀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그러니까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는 경우 미북 핵 협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1년 동안 할 과제를 제시하는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북한은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위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이 제대로 된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도 않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지도 않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이젠 쓸모가 없다고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고 한 것 외에 뚜렷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미북 양측은 서로에게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라,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라면서 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물질 신고 등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올해 미북 관계는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미국의 반응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우리 청취자들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나요?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서두를 게 없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고대한다"면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화답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직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 미북 핵 담판 시기로 올해 '1∼2월'을 언급하며 회담 장소로 3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에 한 발언들을 보면서 미국이나 북한 양측 모두가 현재의 상황을 더는 악화시키지는 않는 방향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물밑에서는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씨름으로 말하면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에 북한 인민의 식의주 생활이 더 어려워지면서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비핵화 약속을 실현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았죠.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에서 "가혹한 경제봉쇄와 제재", "모든 것이 어려운 속에서", "여러 가지 장애와 난관" 등 고강도 대북 제재를 가리키는 표현들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그가 '올해의 구호'로 제시한 것도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였습니다.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이라고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또한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고 경제발전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경제건설에 실리 있게 조직·동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제재와 압박 그리고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북한이 올해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해로, 국제적인 제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것이고, 이를 통해 북한 경제는 번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신년사의 경제 부문에서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의 재개 문제는 작년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지만, 대북 제재로 인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핵화 진전이 없고, 그래서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두 가지 사업의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만큼 경제 제재로 북한이 고통을 받는다는 소리입니다.

북한이 수년간 지속하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풀어달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여 왔다는 것은 온 세상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개성공단 운영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가 마치 남측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지도부가 남한의 현실과 남한 인민의 민심을 몰라도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성우: 이번 신년사 발표는 형식 면에서 볼 때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고영환: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냈고 한국에 와서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를 다 겪고 지켜본 저는 이번 김정은 신년사를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 서기실장 김창선, 조직부 부부장 조용원과 함께 계단을 걸어 내려왔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린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는 글과 원고에 적힌 글을 번갈아 보면서 신년사를 읽었습니다.

김정은 뒤로는 공화국기와 노동당기가 깃대에 걸려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원래 실내에 깃발을 세워놓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모습 같은데요. 미국이나 서구라파에서는 대통령이 실내에 깃발을 세워놓고 소파에 앉아서 성명서 같은 것을 읽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많이 합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 하기를 하다가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까지 따라 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배경에 둔 것은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유일한 후계자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이는 반대로 보면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놀란 것은 할아버지 김일성도 새해 첫날 인민들 앞에서 하는 연설을 앉아서 한 적이 없는데, 그 손자가 가죽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신년사를 읽는 모습이었습니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은 젊은 지도자를 보면서 북한 인민이 무슨 생각을 하였을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봤는데요. 신년사에 등장한 ‘새로운 길’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펼쳐질 한반도 번영의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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