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회담, 겉만 번드레하지 말아야”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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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AP Pool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이틀간 일정으로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평양에서는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양측의 실무회담이 시작됐죠. 위원님께서 주목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에 행한 연두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계는 좋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안 됐으면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해 동안 미국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밝히는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82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중 북한에 대한 언급은 56초에 불과했습니다. 내용도 “2월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발표 외에는 새로운 게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월 18일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후 2월 말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른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수송기를 타고 출발하여 지난 6일 오전 평양에 도착해 자신의 대화 상대방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회담을 시작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합의한 후 의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미북 논의의 핵심은 북한이 영변 플루토늄 생산 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미국 측에 신고하고 사찰을 받은 후 폐기에 동의할지, 그리고 미국이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확대, 제재 완화 문제 등을 제시할지 여부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날짜 발표와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이 그 순서가 바뀐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2차 베트남 미북 정상회담도 날짜부터 정해 놓고 진행함으로써 회담의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미북 관계 정상화 문제 등 의제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외교에서는 밑에서 의제 등 기본 문제에 대한 합의를 끝낸 후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의례 등 겉치레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진전이 이루어져 북한 인민의 삶이 나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박성우: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에 미국 측 정부 인사 20여명이 동행했다고 하는데요.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 6일 미군 수송기로 평양에 들어간 비건 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 협상팀이 “20명이 넘는다”며 “의제 협상뿐 아니라 의전 협상도 병행하기 때문”이라고 지난 7일 말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와 평양에 들어간 협상팀에는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비밀 경호국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차 베트남 미북 정상회담까지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은 이번 평양 회담에서 한편으로는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따르는 미국의 상응 조치 등 미북 정상의 토의 의제 및 공동 합의문 문장을 토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회담 개최 도시, 호위 문제, 의례 문제 등도 토의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김정은의 신변 문제가 국가나 인민의 그 어떤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회담 내용, 합의문 도출보다 김정은 호위 문제에 가장 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만일 대통령 등 지도자가 결석이 되는 경우에 누가 대통령이나 지도자 역할을 대행한다는 헌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사망이나 결석을 예견하여 그 어떤 간부가 김정은을 대리한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비건 특별대표와의 협상에서 북측에게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김정은 호위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2차 정상회담 소식과 관련해서 미국의 의회 내 분위기나 국민 여론이 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죠. 왜 이렇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CBS 방송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인 15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 분위기도 부정적입니다. 민주당 출신의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5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은 북한과 진정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없다면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북한 관련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 집권당인 공화당 출신의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지금까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한 북한 측의 구체적 조치는 없었다"면서 "이미 파괴됐거나 쓸모 없는 시설을 해체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측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충분한 대가 없이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국민, 의회, 학계 등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심한 것은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여 온 태도와 입장 때문입니다. 세계 앞에서 수십 번이나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하였지만 지켜진 적이 한번도 없어서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나 국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박성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기간에 베트남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됐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1차 싱가포르 회담을 발표할 당시 미국은 회담 날짜를 2018년 6월 12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2월 27일부터 28일까지라고 발표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회담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편에서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회담 둘째 날인 2월 28일에 베트남에서 합류하여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미중의 4자 회담 가능성도 언급됐었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3일 "미중 정상이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문 대통령만 베트남으로 오면 4자 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달 중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면서 그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워낙 파격적인 지도자들이라 남북미, 남북미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그 이유로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질적인 진전이 없다는, 그래서 미국이 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는 현재의 상황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데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앉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4자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는 것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박성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3주 뒤 열릴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회담 날짜를 빼곤 많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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