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미북 정상회담 결렬 대비한 것”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8.03.30
kim_xi_tea-620.jpg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개최된 오찬에 참석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회담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다들 예상하지 못했던 행보였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죠. 이번 방중 의도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중국 ‘문화 대혁명’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북중 관계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25~28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방중을 계기로 많이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방중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부터 중국의 큰 행사들을 앞두고 계속하여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하면서 중국의 분노를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중국을 언젠가는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였지만 이토록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북한은 그 동안 중국에 대국 같지도 않은 나라가 대국 행세를 한다느니, 미국에 굽신거린다느니 하며 비판도 계속해 왔고, 태평양 물이 마르면 말랐지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 왔습니다. 그런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여 비핵화는 선대들의 유훈이니 지킬 것이고, 중국을 취임 후 첫 나라로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북중 친선은 목숨처럼 지켜나갈 것이라는 등 중국에 대해 최대한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렇게 대중 태도를 180도로 바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미국으로부터 전해지는 북한 선제 공격설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계속하여 도발하고 핵을 발전시키는 경우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실제로 북한 간부들은 해외에서 만나는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에게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을 할 것인지 알아보고 다녔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북한 김정은 지도부가 이러한 미국의 막강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 왔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미국을 주도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입니다. 북한 스스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얘기해 왔고, 북한의 외화 자금이 말라 들어간다는 징조들이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최근 북한은 대북 제재로 인해 체제 안정에 심각한 위기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한국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미북 관계 개선을 내세우자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면서도 '최대의 압박'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대북 강경파인 폼페이오 CIA 국장을 국무장관 지명하고 존 볼턴을 백악관 보좌관으로 임명하면서 북한에 미북 정상회담을 잘 준비하라는 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에 당황한 김정은이 미북 회담의 결렬에 대비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 급히 방중을 결심하고 추진한 것으로 저는 분석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방중에는 미국으로부터의 선제적 공격을 막고 대북 제재를 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요. 김정은이 자존심을 버리고 그 동안 입에 올리지도 않았던 비핵화라는 말까지 쓰면서 중국까지 가서 지원을 요청하였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중국이 얻은 건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중국은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들었다는 성과, 그리고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미국에 대하여 ‘북한’이라는 외교적 카드 하나를 덤으로 얻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의 만남은 최악이던 북중 관계에 비춰보면 예상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시 주석이 취임한 이후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물론 2017년 11월에는 자신이 북한에 특사로 보냈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김정은이 무시한 것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향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진정 있는지 등을 알아보려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0.001%도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김정은이 실제로 핵을 폐기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자기 눈으로, 자기의 귀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 김정은을 만난 시진핑 주석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5월 미북 정상회담 등 남북미 정상들이 마주 앉게 될 상황에서 중국이 빠지게 되는 '차이나 패싱', 즉 중국 건너뛰기를 차단하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시 주석이 김정은을 만나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인데요. 이번 김정은의 방중을 통해 북한이 내비친 비핵화 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3월 28일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이 나의 노력에 선의로 답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해법이 아니고, 북한이 이제까지 즐겨 사용해 왔던 쪼개기 방법, 즉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서 매 단계마다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양보와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북한은 핵 포기 의사 표명, 미사일 발사 유예, 핵 시설 동결, 핵 사찰, 핵 폐기 등으로 세밀하게 나눠 단계마다 경제 지원과 체제보장 조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합의가 이뤄져도 북한은 일정한 단계를 이행해 보상만 받아내고는 협상 자체를 항상 원점으로 돌리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여 왔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한국과 미국의 선의'의 의미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군사적 선제공격 가능성 차단, 대북 제재 해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만일 한미가 김정은이 언급한 이른바 ‘선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를 핑계로 북한은 시간을 얻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 비핵화는 언제라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먼저 열렸는데요.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하여 미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화요일 일찍 백악관에 연락을 취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면서 "우리는 이런 진전 상황에 대해 우리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위한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추가 증거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전략으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북 제재 전선에 이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저는 북한이 올해 대화 및 평화 공세에 나온 것이 미국 주도의 압박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행동이 명백해질 때까지 대북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박성우: 앞서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이제 남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정해졌죠.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면서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한반도 정국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집중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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