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송환,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길’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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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국전 미군 유해 55구 송환식.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국전 미군 유해 55구 송환식.
Chung Sung-Jun/Pool Photo via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군 유해 55구가 하와이 미군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일 한국의 경기도 오산에 있는 미군 기지를 출발한 미군 유해 55구가 하와이에 도착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유해 봉환식에 참석했는데요. 상당히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미군이 북한에 가서 7월 27일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로 이송해온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8월 1일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미군은 이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필립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거행했습니다.

미국 정부를 대표하여 유해 봉환식에 참석한 펜스 부통령은 "혹자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우리 장병들이 고향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펜스 부통령은 모든 전사자와 실종자 유해가 자신들의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 미국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와이 미군 기지에서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이 DNA, 즉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미군 유해에 대한 신원조사 및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유가족에게 예의를 갖추어 전달하게 됩니다.

저는 북한과 남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경험한 사람입니다. 지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 지역에 남아 있는 미군 전사자 유해를 돌려받기로 합의하는 모습과 이번에 하와이에서 진행된 성대한 유해 봉환 행사를 보면서, 그리고 미국 국방부에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이라는 부서가 있다는 사실과 그 부서에서 수십여 년 전에 사라진 실종자와 전사자의 유해를 찾아 국가수반급 대우 속에 영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미국이 왜 세계 초대강국인지,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유해 봉환 행사였습니다.

박성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북측에 감사의 뜻을 밝혔는데요. 그 내용을 소개해 주시고요. 앞으로 미북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이번 유해 송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와이 미군 기지에서 열렸던 미군 유해 봉환식 다음날인 지난 8월 2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신의 좋은 서한에 감사한다"면서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대통령은 "우리의 훌륭하고도 사랑하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하는 약속을 지켜준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며 "당신이 이러한 행동을 해준 데 대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들은 지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에 따라 김정은이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하여 취한 행위를 선의의 행동으로 평가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선의의 행동들을 미북 양국이 지속하여 취해나가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의 이번 미군 유해 송환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미군 유해 송환 조치가 일정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선의의 행동들이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이나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유해 발굴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죠. 한국 정부도 유해 발굴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 정부는 2000년 4월부터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벌여 왔으며 2017년에 발굴된 449위를 포함해 지난해 말까지 한국군 전사자 유해 9천957위를 발굴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관으로 2017년에 발굴한 6·25 국군전사자 449위에 대한 합동 봉안식을 거행한 바도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018년에도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전사자 유해 500위를 발굴하고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10위 이상의 유해를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유해 발굴 사업은 6·25 전쟁 당시 주요 격전지였던 남한 전 지역에서 진행되며, 이 사업에 참가하는 병력은 연인원 1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해 발굴 사업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사실 저는 북한이 남한 지역에 있는 6.25 북한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는 노력을 한다는 소리나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북한군 유해를 찾는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왜 전사했는지를 떠나서, 국가가 그들의 유해를 찾아 유가족의 품에 돌려주는 일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땅을 파다 보면 중국군 유해도 나온다고 하죠. 워낙 많이 참전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한국 정부는 이 유해들을 모아서 중국에 송환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도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에서는 6.25 전쟁의 전사자,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는 국가적 규모의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투지, 격전지의 땅을 파다 보면 중국군 유해도 나옵니다. 한국전쟁에 투입된 중국군의 숫자는 대략적으로 연인원 60여만 명 이상이었고, 이 중 최소한 15만 2천 명이 사망했다고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남한 지역에 많은 중국군의 유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 유해 발굴 현장에서 중국군의 유해가 발견, 확인되는 경우 이 유해들을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군 유해를 중국에 보내는 것은 한중관계가 좋아진 측면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중국군의 유해를 그들 가족의 품에 돌려보낸다는 인도주의적 의미와 함께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한국 국민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유해 일부가 북한군 유해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한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산56번지에는 중국군과 인민군 묘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내다 한국으로 망명해 온 제가 직접 찾아가 본 적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 남한 땅에 중국인민지원군과 북한인민군 묘역이 있다는 소리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보니 실제로 이런 묘역이 있었고, 당시 이 묘역에는 한국전쟁 중 사망한 북한군 350여 명의 유해와 중국군 80여 명의 유해가 정중하게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울컥하였던 감정이 아직도 기억과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공부를 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며 북한 전국의 많은 곳을 다녀보기도 한 저였지만 남한군, 미군, 유엔군 희생자들의 묘를 본 적도 없고, 그런 것을 만들어 놓았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록 60여 년 전에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유해를 찾아 무덤을 만들어 주고 추석 같은 때는 사람들이 찾아와 벌초도 해주고 꽃을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느 나라가, 어느 제도가 정말로 인간을 귀중히 여기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지를 많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박성우: 요즘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나 외교안보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들이죠. 북한이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돌려준 사례뿐 아니라 한국이 중국에 유해를 송환하고 있는 조치 등이 모두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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