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1주년…남북군사합의 일부 이행 외에 성과 제한적”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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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남북 정상이 지난해 평양에서 회담을 가진 지 1년째입니다. 양 정상은 당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여러 합의를 이뤘는데요. 현재 시점에서 어떤 합의들이 이행됐고 또 이행되지 않았는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지 벌써 1년째입니다.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6개 조와 14개 항에 걸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로 했는데요. 위원님께서 보셨을 때 남북이 지난 1년 간 이 같은 합의사항을 얼마나 이행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해 9월 평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9.19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만 1년이 지났습니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3회에 걸쳐 만남을 가졌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모두 5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남북은 지난해 연말까지 고위급 회담과 분야별 실무회담들을 연이어 열어 공동선언의 합의 사안 이행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들어서 남북회담은 없었지만 접촉만큼은 이어졌습니다. 올해 초 북한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관련해 현지조사 자료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한국 정부에 넘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도 멈춰섰습니다. 9.19 평양공동선언문에 담긴 남북 합의사항 중 현재까지 이뤄진 건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10. 4 남북정상선언 11주년 기념행사와 12월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던 동해·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이 전부입니다. 9.19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군사합의서는 당시 남북 국방장관이 채택하면서 조금이나마 진전된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비무장지대(DMZ) 내의 남북 감시초소 각각 11개를 철수시키고 지난해 11월부터 공중·해상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 조치 이후 단 1건의 위반사례가 없었던 정도가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은 개최조차 못했고 남북의 공식 회담은 지난해 12월 14일 체육부문 회담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채택한 부속합의서인 9.19 남북군사합의의 경우 일부 조항이 이행된 것 같은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 온 부분이 바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의 해소입니다. 한국도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항상 북측에 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9.19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DMZ 내 감시초소 일부 시범 철수 등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의 군인들이 DMZ 내의 감시초소들을 파괴하는 모습, 또 그 현장을 검증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18일 ‘9·19 군사합의 1주년 이행 현황 및 성과’ 자료를 발표하면서 “남북군사 당국은 군사합의에 명시된 사안별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과거 군사분계선 5km 이내 구역에서 포병 사격과 야외 기동 훈련을 지속해 온 북한 군은 9.19군사합의 이후 이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으며 함포, 해안포의 실탄 사격과 해상 기동 훈련도 중단했습니다. 한국 군 역시 군사분계선 인근의 육상, 해상, 공중 지역에서의 모든 군사 훈련을 중지했습니다. 또한 한국 군은 지난 1년 간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산불 진화와 응급 환자 후송 등을 위해 비행금지 구역 내로 직승기를 투입기에 앞서 북한 군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이 같은 사전 통보는 모두 60여 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고집으로 결렬된 이후 북한이 한미에 적대적인 태도로 돌변하면서 남북 간 합의 이행은 추가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한국의 첨단 무기 도입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초대형 방사포’, 단거리 미사일들을 잇달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현재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남과 북의 긴장상태는 9.19 선언 이전으로 돌아 간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뤄낸 합의들이 과거 남북 간의 여러 합의들처럼 사문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많습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남과 북 사이에는 훌륭한 합의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 합의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7.4남북공동성명 발표 당시 평양 외국어 혁명학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오전 10시 수업을 중지시키고 운동장에 전체 학생들을 모았습니다. 그 때 방송에서 김일성 주석과 박정희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이후락 한국 중앙정보부장이 조국을 통일할 데 대한 중요한 문서에 서명했다는 보도가 발표됐습니다. 꿈일까? 생시일까? 그런 심정이었죠. 심장도 세차게 고동쳤습니다. 통일이 금방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죠. 그러나 몇 달 후에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저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이나 해서인지 이번에도 9.19 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될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반목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서로가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죠?

고영환: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는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지난 19일에 열었습니다.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최근 북한은 9월 하순경 미북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기다려서도 안 된다.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려는 사람의 편”이라면서 “미북 모두 지금의 소중한 기회를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오랜 불신과 대립의 벽을 넘어야 하는 일이기에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부 행사 외에도 시민 단체들의 축하 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북한 측으로부터는 기념행사 등 관련 행사들이 진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행사를 지켜보면서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 북한은 왜 김정은 체제의 안위만 생각할까. 힘을 합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목용재: 이번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축소돼 진행됐죠? ASF 확산 경로, 원인 등이 규명됐나요?

고영환: 한국 정부는 9.19 공동선언 행사를 크게 진행하려고 계획했지만 행사를 이틀 앞둔 지난 17일 북한과 인접한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행사 규모, 참석 인원 등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ASF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 이어 18일에는 연천에서도 발생했습니다. ASF가 어디서 왔는지 그 전파 경로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 건너 북한 지역에서는 지난 5월 30일 이미 ASF가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지난 18일 ASF 발병과 관련해 북한에 방역 협력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역 부문 협력도 작년 9.19 평양공동선언의 주요 합의 중 하나입니다.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도 급한 문제지만 국민들의 의식주 등 실생활과 관련한 남북 공동 방역 문제도 시급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남북 사이에는 합의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말씀처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간의 새로운 합의가 지난해 잇따라 도출됐지만 한국 정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에도 소극적입니다. 9.19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북한이 한국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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