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2016 대남전략은 표리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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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2016년 남북관계를 평가해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벌써 12월 둘째주 주말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남북관계 역시 숨가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이제 마무리를 해 볼 시점이죠. 오늘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정리한 지난 한 해를 한 번 살펴볼텐데요. 먼저 가장 큰 특징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11월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올해의 북한 정세를 평가하고 내년도를 전망하는 학술회의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주제발표를 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곽길섭 북한체제연구실장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남북관계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평가했습니다.

곽 실장은 북한이 금년에 들어와 핵∙미사일의 기술 수준 고도화를 위한 잦은 실험으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자초한 가운데, 핵무기 사용∙테러 위협 등으로 한국 사회 내에 공포감을 조성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의 강화, 진정성이 없는 위장 평화 공세의 추구, 외교관 출신이 아닌 테러분야 전문가인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의 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으로의 기용, 고정간첩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난수방송 재개 등의 특징을 보여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과 전쟁불사 위협으로 남북관계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에 의하면 김정은은 핵무기를 김정은 체제생존의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인민생활은 무시한 채 올해 들어 4차, 5차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하였으며 핵무기 투발 수단인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함께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등 조치에 대해 최고사령부 중대성명과 장거리포병대 최후 통첩장 등을 통해 전쟁불사∙테러 위협 등으로 한국 사회 내 공포감을 조성하려고 기도하였습니다. 특히 2016년 3월25일 노동신문은 청와대 등을 목표로 한 화력 타격훈련 장면을 찍은 사진 수십장과 "서울은 잿가루만 날리는 죽음의 쑥대밭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 박영식 인민무력상의 연설을 게재하였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비타협적‧대결적 태도 고수와 전쟁 공포감을 조성하는 선전선동은 한국 사회 내 남남갈등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 정책추진 역량을 훼손시키기 위한 혼란 유도 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평가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에만 북한은 2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하고 수십 회에 걸치는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남한을 잿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등 수많은 수사적 위협들을 가하면서 남북관계를 극도로 긴장시킨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좀 구체적으로 여쭤보죠. 북측의 대남 비난도 그 수위가 많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학술회의에서 발제를 한 곽길섭 실장은 북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이 2015년에 496회였던 반면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만 해도 1,148회로 급증하였으며 "역도"나 "극악한 동족대결 광신자" 등 막말이 주된 내용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연구원에 의하면 북한의 이러한 비난의 증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운영 중지를 비롯한 대북제재 압박 국면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표시입니다. 특히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9월 11일 민족화해협의회 명의의 경고장을 발표하고 "우리의 최고존엄을 걸고들며 비상식적이니, 폭정이니 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지난 10월 19일에는 공개 질문장을 발표하고 '박대통령의 2002년 평양 행적을 공개'하겠다며 박 대통령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북측이 한국 대통령을 향해 극렬한 용어를 써가며 비난한 것은 북한 인민들 속에서 남한과 남한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며 남한에 대한 비난을 통해 북한 내부의 체제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었죠. 이걸 "평화 공세"라고 해석하곤 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은 6차 당대회 이후 36년만에 열린 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김정은의 발언이 있은 후 북한은 국방위원회 공개서한과 인민무력부 명의의 전화 통지문을 통해 남북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하였습니다. 북한은 또한 8.15광복 71주년에 즈음하여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제안하였으며, 8월 18일에는 '북‧남‧해외 제 정당‧단체‧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한과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북‧남‧해외 제 정당‧단체‧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회합을 성공시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선동하였습니다. 이어 9월 7일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중앙위원회가 '대내외 전체 청년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남북한과 해외 청년들이 참가하는 '조선 청년통일대회합'을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평화공세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북한이 7차 당 대회 이후 대화를 계속 제의한 것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결정사항을 관철해야하는 대남부서들의 경쟁적인 입장과 함께, 자신들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면서, 남한 사회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함께 이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위협과 도발을 일삼으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위장평화 공세라는 것을 국제사회가 간파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지난 한 해 북한의 대남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올해 1월 1일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는 남북대화와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남북관계에 얼음물을 뿌렸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7차 당대회에서는 또다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그로부터 넉 달이 채 안되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사건만 보아도 북한이 얼마나 표리부동하고 양면적인 대남관계를 추구하는지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과거에도 한편으로는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해처럼 정말 신년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핵실험을 하고, 북한 스스로 강령적인 대회라고 하는 당대회에서도 대화와 회담을 제기한 후 몇 달이 안되어 핵실험을 강행하는, 이런 식의 강력한 도발을 했던 해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북한이 7차 당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7차 당대회에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도를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부분에서 신년사에나 나올법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역시 북한은 대남 적화통일 노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부원장님의 발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의 대남 전략은 "표리부동"하고 "양면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