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우크라이나 사태 계기 러·중과 밀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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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인데요. 이 같은 정세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을 위해 우선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면전이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눈치를 보며 두 나라 사이의 국경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영토인 돈바스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해 독립시키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 지역에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습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계 반란군이 수립한 러시아의 괴뢰 정부들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러시아군 19만 명을 전개했었습니다. 전면전 준비를 마친 러시아가 유럽 현지 시간으로 지난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주요 도시의 군사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후 지상군을 투입했습니다. 같은 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긴급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작전 개시 발언 직후인 오전 5시50분쯤 우크라이나 중북부에 위치한 수도 키예프와 북동부 지역 대도시 카르키프 등에서 수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CNN과 BBC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군사 기반시설을 공격 중"이라면서 "고정밀 무기에 의해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우크라이나 항공기 등이 망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어떤 생각을 하든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목적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자신의 장기 집권을 꾀하며 세계 질서를 미국, 중국 러시아 3국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야심의 결과로 분석합니다.

목용재: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과 북한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사실상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2일자 글에서 미국이 일본을 대러시아 압박 공조에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영토 야망을 추구하는 일본을 정치, 군사적으로 적극 뒷받침해 대러시아 압박전략 실현에 써먹으려는 미국의 도발적 행태"라며 러시아 내에서 미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들을 전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일반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할 뜻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후 "한국 정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조도 긴요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침략인 만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포함하여 국제사회와 공동의 목소리를 내자는 입장인 겁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이번 행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으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방식의 간접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친선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북한은 자주적인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드러내 놓고 지지하기도 실상 쉽지 않아 간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북러 혹은 북중러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 할까요?

고영환: 미국 연방 의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강경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 연방하원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은 지난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하기로 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결정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제 러시아의 푸틴 정권이 이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중국, 이란, 북한이 지켜보고 있고 그들은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대립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이번 기회에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밀접히 하고 북중러 삼각 관계를 강화시키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미국과 나토가 어떻게 관련 사태 전개에 대해 대응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자신들의 군사전략, 외교전략을 세밀하게 다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용재: 최근 북중관계도 주목되는 상황인데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자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냈습니다.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흐름으로 평가해야 할까요?

고영환: 지난 22일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축하하는 구두친서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구두친서에서 북중 간 '전략적 협조와 단결'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시진핑 주석과 서한 형태의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11번째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해의 경우 중국 공산당 창당기념, 북중 우호조약 60주년 등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흐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의 경우 네 차례 정도의 친서교환이 있었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빈도가 높은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중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욱이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서로의 친선협조관계, 군사적, 외교적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삼아 나갈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목용재: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만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북한 군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2일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북한군 동계훈련과 행사 준비 활동에 대해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설명해 드릴만한 변화된 활동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비롯해 새해 들어 총 일곱 차례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였으나 중국의 올림픽 기간에는 한차례도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최근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철회까지 시사한 바 있어서 3월 중이나 이른바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대륙간탄도미사일, 인공지구 위성으로 가장한 대형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4.15와 같은 큰 정치적 행사를 북한이 그냥 지나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발생한 틈을 악용하여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더 냉랭해질 것입니다.

목용재: 유엔 헌장에는 회원국들이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인 러시아는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요. 북한이 이런 상황에 편승해 무력시위를 거듭하며 북중러 3국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국제질서에 반하는 행위는 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