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경희 죽으면 권력공백 누가 메울까?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2.08.31
khkhealth305.jpg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3∼5㎝ 정도로 보이는 굽이 있는 검정색 구두를 신고 '8·25 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최근 일부 일본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경희 당비서가 업무 복귀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와병설'을 보도했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앰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경희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8월 26일 연합뉴스는 김경희가 군복 차림으로 다시 공식 행사에 참가했다면서 ‘건재를 과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장님, 이처럼 한국 언론이 김경희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김경희 당 중앙위 비서가 8.25 경축연회와 모란봉 악단 시범 공연에 대장 군복차림으로 나타나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사실 여자가 대장이 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더군다나 군대에 가보지도 않은 여자가 대장이라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김경희는 사실 그동안 많이 아팠지요. 프랑스 등 구라파에서 치료를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들어 일본 신문들은 ‘김경희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요. 그랬던 김경희가 대장 군복을 입고 나타나고, 놀이공원에서 놀이 기구도 타면서 건재함을 알리고 있지요.

한국 언론이 김경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녀가 대장 군복을 입어서가 아니라, 현재 북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이제 만 28세에 불과하고 통치 경험이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 지도자가 되었는데, 그런 김정은을 뒤에서 강력하게 받쳐주는 사람이 김경희이기 때문이지요. 북한에서 현재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도 김정은은 북한의 얼굴에 불과하며, 두뇌는 김경희와 장성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런데 김경희가 만약 사망하면, 이게 북한 지도부의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김경희가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병 치료를 위해 외국에 자주 나가고 알코올 중독 현상까지 보이는 등 건강이 실제로는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그녀가 ‘종합병동’이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김경희가 굽이 높은 구두를 신지 않거나, 부관들의 팔에 의지해 다니고, 안색이 창백한 모습으로 조선중앙TV에 나온 적이 여러번 있기 때문에,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확정적입니다. 문제는 그의 병이 나아지는가 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게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갑자기 사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도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김경희는 현재 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거의 유일한 정신적 지주, 버팀목이고 후견인입니다. 그런 김경희가 사망한다면, 우선 김정은이 충격을 받을 것이고, 김경희가 차지하고 있던 정신적, 물리적 권력에 공백이 생깁니다. 그 누가 이를 치고 들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지요. 또한 권력투쟁의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전 왕조들에서도 수렴청정하는 인물이 갑자기 사망하면 왕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사례가 많았습니다. 저는 김경희가 사망하면 군부의 고위 장령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친위 쿠데타나 반 김정은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한 뉴스도 하나 살펴보지요. 김정은이 요즘은 군부대를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고영환: 평양에서 대규모 청년절 행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평양을 비우고 연일 군부대를 방문했지요. 지난 17일 서해 무도 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서 동부전선의 감나무 중대, 313군부대, 318군부대, 894군부대 등 연일 군부대를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왔는데요.

김정은은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반공격으로 넘어갈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였다’, ‘최고사령부 작전계획에 서명(수표)하였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했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은 ‘총대를 잡으라 진군이다’라고 쓰는 등 아주 격동적인 분위기를 최고 수준에서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한미가 진행하는 방어 훈련인 을지훈련이 혹여나 북한군의 오발 등 사고로 국지전 등으로 번질 경우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전쟁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북한 주민을 극도의 긴장감 속에 몰아넣어 흔들리는 체제를 지켜내고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절을 앞두고 있는데도 전선을 시찰하는 최고사령관의 모습을 보여주어 ‘얼마나 정세가 긴장하면 전선에서 청년대표들에게 축전을 보냈을까’, ‘얼마나 힘드실까’ 이런 생각을 청년과 군인, 그리고 일반 주민에게 심어주어 감동시키려는 북한식 선전선동술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김정은과 관련된 소식을 하나 더 살펴보지요. 김정은이 안경을 끼고 서류를 읽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습니다. 어떤 의도가 담겼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27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이 안경을 끼고 서류를 보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저도 이걸 보고 많이 놀랐는데요. 김정은은 이제 나이가 28세입니다. 이제까지는 안경을 쓰지 않았었죠. 지난 4월 15일 김일성 광장에서 연설할 때도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잘 읽었거든요. 그런 그가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눈이 나빠서가 아니라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흉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김일성이 왕성한 활동을 할 때 비스듬히 앉아 서류를 읽거나 서명을 할 때 항상 안경을 쓰고 있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이 앉아 있는 모습도 딱 김일성의 모습입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 북한 사람들은 ‘아 정말 김일성을 닮았다’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어린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 선전선동부가 머리를 많이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후계자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김정은에게 연습을 많이 시킨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꼭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북한이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 사상 처음으로 참여하는데요. 그 의미를 좀 평가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런던에서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선수단을 참가시켰습니다. 24명을 대회에 참가시켰는데요. 처음치곤 제법 많지요. 저도 이 소식을 보면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시기에 평양에 장애인을 살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혁명의 수도 그리고 소위 주체사상의 나라인 조선에는 장애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지요. 제가 똑똑히 아는 사실인데요. 이는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시였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장애인 올림픽에 대표단까지 참여시켰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는 두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통치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었고 ‘아버지와 조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의 등장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모란봉 악단 시범공연에서 미국 영화 ‘록키’의 장면을 배경화면에 흐르게 하고, 미국 만화영화의 상징들인 곰돌이 푸, 백설공주, 미키 마우스 등을 등장시켰습니다. 이는 미국에 추파를 던져 지원을 얻어 내려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북한에서 살아봤던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개혁 개방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장애인 올림픽에 선수를 보낸 것도 미키마우스를 등장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장애인 올림픽에 선수를 보냈다는 점,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런 식의 변화를 언젠가는 북한 사회 전역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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