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한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 전략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05.21
nk_chonan_305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남한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며 국방위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북한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보도하는 북 아나운서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 3월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발생한 천안함의 침몰 사고는 북한제 중어뢰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한국의 민군 합동 조사단이 20일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20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남한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는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우리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측이 제시한 증거가 있었지요?

고영환: 중요한 증거가 몇 가지 됩니다만, 제가 한 두 가지만 먼저 설명을 드리겠는데요. 백령도 앞바다 밑바닥에서 쌍끌이 어선을 이용해서 부품을 건져 올렸어요. 이렇게 나온 것이 어뢰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 추진 모터, 조종 장치 같은 중요한 부품들이고요. 이런 걸 끌어올려서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어뢰 부품 중에 조선말로 숫자 ‘1번’이라고 쓴 게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북한 말고는 조선어를 쓰는 나라가 없는데, 한국이 (이번 공격을) 했을 리는 없고, 그러니까 북한제 어뢰라는 게 분명한 거지요.
두 번째로 나온 게… 북한이 해외에 자기네 무기를 팔기 위해서 소책자를 내보냅니다. 거기에 어뢰의 제원이 나옵니다. 프로펠러의 직경이 얼마고, 추진부의 동력이 얼마고 (이런 내용이 담겨 있지요). 그런데 이게 (이번에 백령도 근해 바닥에서) 찾아낸 부품들의 제원과 일치합니다. 그 외에도 화약 성분 등이 발견됐는데요.
이번 조사에는 한국만 참가한 게 아니고,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북한도 인정하는 중립국인 스웨덴의 전문가들까지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2개월 동안 정말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접근해서 20일 모든 증거 자료들을 TV에 다 내놨고,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이 다 봤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20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보면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뭐라고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6.25 전쟁 이후에, 7.27 정전 이후에 숱한 사건을 벌였습니다. 청와대 습격 사건도 있었고,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등이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북한은 다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다 북한이 한 짓으로 드러났고요. 남과 북이 무슨 사건이 생길 때마다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이걸 서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가까운 실례로 금강산 관광지구에 갔던 한국의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에게 사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한국에서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하니까 북한은 단칼로 거부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 국방위원회의 성명을 통해서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는데요. 이건 한국이 받지 않을 걸 미리 알고 하는 일이거든요. 여기에는 ‘한국이 검열단을 받지 않는 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다’라면서 한국 측에 잘못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의도가 명백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의 20일 발표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는데요. 좀 근본적인 질문입니다만, 북한 정권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와 배경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3월26일 밤 9시30분경, 백령도의 한국 측 영해에서 순찰 중이던 천안함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은 북한제 어뢰인 CHT-02D형인데요. 조사 결과에 의하면 북한 잠수함 혹은 잠수정이 서해 공해상으로 나갔다가 백령도 근해로 은밀히 들어와서, 밤에 조용히 도둑고양이처럼 들어와서 순찰 중인 배 밑에서 정면으로 어뢰를 쐈고,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서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래서 아까운 청춘 46명이 전사하는 안타까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지금 북한에서는 당국자들이 이렇게 소문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최신 무기를 이용해서 강하다고 하는 남한의 해군 함정을 두 동강을 내버렸다’는 거지요. 사실 1차대전 때 쓰던 어뢰로도 구축함 같은 걸 깔 수 있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한국의 군함이나 잠수함이 몰래 들어가서 해주나 남포의 앞바다에서 순찰 중이던 배를 깼다고 하면 북한이 가만있겠습니까? 난리를 쳤겠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이해가 됩니다. 지금은 전쟁 상황이 아니고, 정전 상황입니다. 평화가 깃든 상황에서 북한 배가 몰래 들어와서 우리 배를 밑바닥에서 몰래 쏴서 깬 것이거든요. 이건 정말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인데요. 왜 이런 일을 했을까요? 그것을 좀 따져보면, 2009년 11월10일 대청도 앞바다 한국 측 영해에서 북한 경비함 한 척이 들어와서 한국 영해를 침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 해군이 경고 방송을 하고 경고 사격을 했는데도 (북한 배가) 나가지 않으니까 사격을 해서 (북한 배가) 대파된 채로 돌아갔습니다.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서해함대 사령부가 그때부터 복수를 다짐했고, 김정일 위원장도 ‘그렇게 하라’고 독려했다고 합니다. 그 복수의 일환으로 우리 측 영해에 들어와서 순찰 중이던 배를 깠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천안함 사건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득실을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복수를 했고, 복수의 결과가 좋았다고 쾌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요. 정세가 분명히 긴장될 것이고, 그러면 김정일에서 김정은에게로 넘어가는 후계체제의 구축도 용이하게 되겠지요. 이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건 국제 사회에서의 이미지, ‘북한은 역시 테러 국가다, 북한은 항상 저런 깡패짓 같은 일만 한다’는 걸 알려줬고, 결국은 국제사회에서 제재가 더 강화되겠지요. 이렇게 되면, 결국은 아무 일도 안 한 불쌍한 서민들, 불쌍한 인민들만 더 고생하게 되겠지요.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남측의 발표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100% 신뢰한다’고 했고, 백악관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해서 ‘이는 분명 정전협정 위반이고,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이런 건 북한의 강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은 북한을 반대하는 주변국들의 의지만 더 강화시킬 것이다’라고 이야기했고요. 영국과 호주 등 외국 국가들 전체가 지금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다 수긍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외국의 큰 통신사나 방송사들이 속보로 계속해서 ‘북한의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고 보도하고 있거든요. 다만 중국은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서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6자회담을 해야 하고, 서로 냉정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번 천안함 사고를 북한이 저질러서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뿐이라는 위원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오늘도 <시사진단한반도>를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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