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9월 상순에 하겠다던 당 대표자회가 연기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왜 북측이 당 대표자회를 일정대로 9월 상순에 맞춰서 하지 못했는지를 놓고 한국 언론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1980년 6차 당 대회까지만 해도 당 기구가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올라가면서 당 기구들을 거의 다 무시하고 측근에 의거한 정치를 하다가, 그다음에 선군 정치를 하면서 당이 사실 많이 약화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23일 당 정치국 결정문으로 ‘9월 상순에 당 대표자회를 한다’고 했죠. 그 목적은 당 기구를 복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후계자 옹립과 맞물리면서 굉장히 큰 호기심을 자극했고, 별의별 말들이 나왔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는데요. 그런데 9월 상순(15일)이 이틀이나 지난 오늘까지도 당 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44년 만에 열기로 한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이죠. 이유를 놓고 말들이 무성한데요. 수해 때문에 못 했다는 말이 있지요. 9월15일 중앙텔레비전이 태풍 ‘곰파스’가 지나가면서 수천 정보의 논이 물에 잠기고 66km의 철길이 끊어졌다고 전하면서, 마치 수해 때문에 그리고 끊어진 철길 때문에 당 대표자회가 못 열린 것처럼 보도했는데요. 그런데 당 대표들을 평양에 불러오는 건 간단하거든요. 직승기(헬기) 몇십 대를 띄우면 금방 다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해를 이유로 삼는 건 조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지도자의 건강과 관련되지 않았나 싶어요. 당 대표자회를 하려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앉아 있을 체력이 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 번째 원인은 후계자 옹립의 문제이겠지요. 지금 27세밖에 안 된 나이 어린 지도자, 지도력이 검증 안 된 사람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게 과연 주민들의 정서에 맞느냐, 이런 것도 응당 고려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두 가지 요인이 겹쳐져서 연기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성우: 당 대표자회는 44년 만에 소집이 공고된 중요한 행사인데요.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 일정이 이번처럼 연기된 전례가 있었는지요?
고영환: 제가 자료를 좀 뒤져봤는데요. 당중앙 전원회의가 연기된 건 몇 번 있었어요. 그렇지만 당 대회나 당 대표자회가 연기된 사례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 것이고요. 최근 정치 일정에서 전례가 있다면, 2005년 최고인민회의를 3월에 하겠다고 했다가 4월로 연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예정된 날짜보다 닷새 앞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에 연기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고, 9월 상순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 북한에서 중대한 그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박성우: 일정을 연기한 걸 놓고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당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을 구분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이건 정말 전례가 없던 일이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는데요. 아마 북한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궁금해하고 있을 텐데요. 북한의 간부들, 그러니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유를 알겠죠. 이게 ‘지도자 동지의 건강과 관련된 거다’ 아니면 ‘후계자의 지도력 문제다’ 이런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체제의 앞날에 대해서 좀 우려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지금 먹고살기 힘든 일반 주민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뭐 제대로 되는 게 있었나, 이젠 당 대표자회도 하겠다고 했다가 못하는데, 당도 예전의 노동당이 아니고, 이젠 정말 우리나라에서 되는 게 없구나’ 이런 식의 냉소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당 대표자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됩니까?
고영환: 북한이 원래 좀 특이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가 쿠바와 북한밖에 없는데, 쿠바도 카스트로 전 평의회 의장이 ‘쿠바에서 사회주의 모델은 실패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거든요. 그리고 쿠바도 동생 라울이 시장주의 경제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정통 사회주의를 하는 나라는 북한 하나밖에 없어요. 거기다 핵실험을 하죠, 장거리 미사일을 쏘죠. 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공화국을 한다는 나라가 3대째 세습을 하려고 하죠. 이런 게 다 관련돼서 북한에서 하는 일들은 굉장한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죠. 저도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보는데, 모두다 ‘북한은 참 이상한 나라다’라면서 관심을 가집니다.
박성우: 현재 지구 상에는 부자간 혹은 형제간 '세습 독재'를 하는 나라가 7~8개 정도 된다고 하지요?
고영환: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정통 왕조국가가 몇 개 있습니다. 이걸 빼고, 공화국이라면서 세습을 하는 나라는 7~8개밖에 안 되는데요. 북한 사람들도 잘 알다시피, 쿠바는 피델이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넘겨줬고, 콩고 민주공화국에서는 카빌라 대통령이 죽은 다음 그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줬고, 수리아(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아들 바사르에게 정권을 넘겨줬어요. 그리고 현재 권력을 넘겨주려고 준비하는 나라가 애급(이집트)입니다. 애급의 무바락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주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3대째, 김일성-김정일-김정은처럼 3대째 세습을 시도하는 나라는 이제까지 세계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성우: 그럼 이런 나라들에서 세습 독재가 가능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이런 나라는 대체로 1인 독재국가입니다. 인권이 없고, 지도자에 대해서 말 한마디만 해도 잡아가고,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그 지도자는 ‘나 아니면 망한다, 나 아니면 조국도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지도자의 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첨합니다. 마치 지도자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하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자꾸 말을 하고요.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독재 정권하에서 사람들이 말은 자유롭게 못 하지만, 세습에 찬성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