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남 돌출 발언은 신변 보호용"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10.29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의 첫째 아들인 김정남의 돌출 행동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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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최근 잇단 돌출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남이 ‘북한은 망한다. 오래가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걸로 알려졌지요. 간접적으로 나온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에게는 일종의 도발로 받아들여질 듯한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이 지난 25일 베를린에 있는 한인 동포들과의 담화에서 한 말인데요. 이 부의장이 마카오에 가서 김정남과 잘 아는, 막역한 친구라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 친구가 김정남에게 ‘아버지가 아픈데, 왜 안 들어가느냐, 바톤 터치를 왜 안 하느냐’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바톤 터치는 계주, 그러니까 이어달리기에서 막대기를 주고받는 걸 뜻하는데, 여기서는 권력 승계를 의미하죠. ‘권력 승계를 장남인 당신이 왜 안 하느냐’라고 물으니까, 김정남이 ‘망하는 나라에 왜 들어갑니까, 북한은 곧 망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건 북한 체제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이지요. 이건 도대체 용납할 수 없는 최고의 경고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발언을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남은 외국에 오래 살았거든요. 김정남의 어머니가 성혜림인데, 정신과 치료를 위해서 1974년에 모스크바로 갔고, 그 이후 김정남을 키운 사람이 장성택과 김경희 부부였고요. 김정남도 1980년대부터 외국에 나가서 살았어요. 스위스에도 있었고, 지금은 마카오와 북경을 오가며 살고 있어요. 이 사람은 세계의 흐름을 다 알죠. 외국어도 몇 개씩 하고요. 그리고 중국 사람들의 생각이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람들의 생각을 압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의 생각도 잘 압니다. 이런 사람이 한 말이기 때문에 비중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박성우: 김정남이 지난 9일에는 일본의 아사히TV와 인터뷰했는데,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말도 했었지요.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말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추정까지 있었는데요. 그런데 실수가 아니라 김정남이 작심하고 했던 발언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27일에 보도됐지요?

고영환: 일본 아사히TV가 김정남의 이메일, 그러니까 전자우편 주소로 ‘인터뷰를 하자’는 내용을 보냈는데, 김정남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답변을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정남의 목소리가 녹음됐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분명히 ‘나는 북한의 3대 세습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어요. 김정남이 사용한 ‘북한’이라는 단어는 북한 사람들, 특히 지도자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거든요. 북한 사람들은 ‘조선’이나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게다가 ‘3대 세습’이라는 단어를 북한에서 사용하면 오늘 밤에 그 사람이 없어질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말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 데로 ‘곧 망하는 나라에 내가 왜 권력을 승계하러 가느냐’는 말까지 했다는 건 정말 북한의 체제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생각을 해 보면요. 김정남은 이미 1990년대 오스트리아, 오지리에서 살해 위협을 한 번 받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김정은이 권력 후계자로 지정됐으니, 자신에 대해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겠죠. 그렇지만 ‘나는 중국에 있고, 중국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고, 그리고 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맏아들이고, 또 북한에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를 함부로 위해하려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다목적이라고 봐야겠군요.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교체된 게 확인됐습니다. 원래 있던 대사는 최병관인데, 임기 6개월 만에 지재룡 대사로 바뀐 건데요. 위원님, 6개월 만에 대사를 바꾸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지요. 북한 당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원래 중국 주재 북한 대사는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급이 나가는 게 관례였고요. 제가 최병관 국장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지역국에서 근무했고요. 최병관 국장은 주로 기능국, 그러니까 조약국이나 영사국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사람인데요. 만약에 북한 외무성의 중국 담당 국장을 내보냈다고 하더라도 중국 사람들은 섭섭해했을 텐데,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영사 국장을, 그것도 국장급을 내보낸 건 북한이 중국에 그 어떤 불만을 표시하고자 한 것일 겁니다. 예를 들어, 핵실험에 이은 중국 당국의 북한을 반대하는 움직임, 미사일을 쐈을 때 중국이 반대해서 유엔 안보리에서 기권이나 찬성을 한 행동,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고 중국에 최병관을 보낸 것일 텐데요.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고, 그래서 후계도 가속화하고, 김정은을 청년 대장으로 만들고, 이렇게 급속도로 돌아가는 움직임에서 북한은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지재룡 부장을 보낸 거라고 봅니다. 제가 지재룡 부장은 몇 번 만났어요. 아주 유능한 외교관이고요. 장성택 부장의 국제부 사단의 한 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이 굉장히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러니까 장성택 부장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인 게 분명해 보이고요. 또 후계체제에 대한 지지도 필요하고, 경제 원조도 필요하고, 대외적 협조도 필요한 상황이니까, 장성택 부장이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을 대사로 보내고 중국의 협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께서 북한에 계실 땐 외무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셨기 때문에, 위원님께서 설명해 주신 내용이 정확한 설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남한에서 애들이 좋아하는 동요인 ‘곰 세 마리’를 들어보셨습니까?

고영환: 어젯밤에도 들었습니다. (웃음)

박성우: 그런데 이 노래가 북한에서는 3대 세습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불린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위원님, 북한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NK지식인연대’라는 곳에서 나온 소식인데요. 원래 노래는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고, 아빠 곰은 뚱뚱해, 이런 내용인데요. 그런데 이걸 ‘한 집에 곰 세 마리가 살고 있고, 이들은 할배 곰, 아빠 곰, 새끼 곰이다’는 내용으로 바꿨습니다. 여기서 할배 곰은 김일성 주석을 뜻하고, 아빠 곰은 김정일 위원장, 새끼 곰은 김정은인데요. ‘할배 곰은 뚱뚱하고, 아빠 곰도 뚱뚱하고, 새끼 곰은 미련해’ 이런 내용이어서 북한이 지금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까지 직접 비판한 적은 거의 없었어요. 김정일 위원장의 실정이 커지니까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가 있었는데, 이런 시점에 3대 세습을 하니 그 화살이 김일성 주석에게까지 겨눠지는 형국이고요. 이건 북한의 바닥 민심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맏아들 김정남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후계체제 문제를 놓고 북한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한에서는 동요로 불리는 노래가 북한에서는 정치를 풍자하는 데 사용된다는 게 참 주목할만한 현실인 듯합니다.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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