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미중 정상의 대북 핵 포기 압력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11.19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18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19일 오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과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정상회담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연구위원님께서 직접 자유아시아방송의 서울 스튜디오로 찾아오셨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성우:
한미 정상회담이 오늘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굵직한 의제가 여럿 있겠지만, 아무래도 북핵 문제와 한미 FTA가 가장 큰 사안일 텐데요. 둘 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신경을 좀 더 많이 쓴 사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아무래도 한미 FTA가 가장 중심적인 문제가 됐을 것 같고요. 한미 FTA라는 건 우리말로 풀면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건데요. 지금 세계적인 추세가 FTA로 가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과 FTA를 맺으면 한미 두 나라 사이는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뿐만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동맹관계를 맺는, 우리나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죠. 또 한미 정상이 관심을 가지는 다른 문제는 아무래도 북핵 문제니까, 이 문제를 토의했습니다.

박성우: 이번 순방을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내뱉은 말들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새로운 미래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고, 중국에서는 ‘6자회담을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더욱더 고립될 것이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의미심장한 말들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도 분명히 ‘(핵개발을) 하지 말아라, 하지 않으면 번영을 가져다주겠다’고 했고, 중국에 가서도 ‘자꾸 도발을 하면 고립될 거다’는 말을 했죠. 특히 후진타오 주석은 ‘미중 양국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6자회담에 대해서 공동의 인식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이건 북한 지도부에 주는 무언의 압력이지요. 북한 지도부에 ‘정말 핵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2월 초에 평양을 찾게 되잖습니까. 이걸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이 오늘 서울에서 열린 건데요. 아무래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해서 조만간 있을 미북 대화에 관해서 많은 협의가 있었을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공개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협의의 핵심 사항이 무엇이었다고 추정하십니까?

고영환: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한 토의가 아주 구체적으로 진행된 걸로 보여지는데요. ‘그랜드 바겐’이라는 건 우리나라 말로 풀면 ‘포괄적인, 일괄적인 해결방안’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대 행동’, 그러니까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데요. 그런데 우리는 ‘좋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 체제 수호, 경제 번영을 테이블에 다 올려놓으라, 그러면 우리도 줄 수 있는 걸 다 올려놓겠다, 그래서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자’는 거지요. 그러니까 ‘핵을 포기하면 당신네 체제도 보장해 주고, 경제적 번영도 이뤄주겠다, 주민 생활을 향상시켜주겠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핵을 포기하라’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요. 이번 정상회담을 기회로 한미 양측은 포괄적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어떤 걸 북한에 제안할 건지에 대해서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했다고 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번엔 좀 가벼운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위원님, 한국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죠?

고영환: 한국에 온 지 18년 됐습니다.

박성우:
그러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한국에 와서 정상회담을 하는 걸 위원님께서는 여러 차례 보셨을 텐데요.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한국 대통령은 어느 나라의 지도자가 서울에 올 때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던가요?

고영환:
아무래도 한국은 다른 일반적인 국가들처럼 한국에 가장 큰 국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나라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주변 4강에 신경을 많이 쓰죠. 이 외에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에도 신경을 쓰지요. 이렇게 정말 나라의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두 나라 사이의 관계 발전이 주민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의 수반이 방문할 때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쓰죠. 아무래도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긴밀하니까, 미국 대통령이 오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그다음이 아마 중국 주석 정도가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서 외교의 폭이 좁지요. 중국 국가 주석이나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게 아마 최고의 국가적 행사가 될 것 같고, 그다음에 북한이 이제까지 지향해 온 것이 ‘비동맹 외교’, 그러니까 평양을 비동맹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계속 노력해왔기 때문에, 탄자니아 대통령,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이렇게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 작은 나라라도 북한과 마음이 맞는 나라의 국가수반이 오면, 그건 큰 행사로 치르는 거지요.

박성우: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순방한 국가를 보면 일본, 싱가포르, 중국 그리고 한국입니다. 이 중에서 중국에 머문 시간이 제일 깁니다. 3박4일입니다. 반면에 한국에선 1박2일 동안 20시간가량 머물렀는데요. 이걸 갖고 ‘미국의 관심사가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일본도 1박2일이었고, 한국도 1박2일이었죠.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다 미국의 동맹국입니다. 일정한 계속적인 만남이 이뤄졌죠. 한국 대통령은 지금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오늘까지 벌써 세 번째거든요.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에 획기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면서 러시아도 제치고 강국으로 부상했고,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경제 문제, 위안화 절상 문제처럼 해결해야 할 게 많고, 그래서 좀 더 오래 머물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최근에 한국 사람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해 봤는데, 응답자의 78%가 미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과거 노무현 정부 초기 때보다 무려 32% 포인트가 상승한 건데요. 달리 표현하면 한국 사람들의 ‘반미 감정’이 상당히 누그러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위원님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노무현 대통령 때 한국이 미국과 각을 좀 세웠습니다. 이걸 세월이 지나면서 보니까, ‘이게 국익에 맞지 않는구나,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모든 측면에서 혜택을 가져다주는구나’라는 걸 (한국) 주민들이 많이 이해하신 것 같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에 한미 동맹을 강화한 것,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스마트 외교’라는 건, 한국말로 옮기자면 ‘현명한 외교’라는 뜻이죠?

고영환: 그렇죠. ‘현명한 외교’ ‘세련된 외교’라는 뜻이죠.

박성우: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최근 들어 한국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아진 걸 ‘오바마 효과’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에서 대통령이 된 오바마 개인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건데요. 맞는 말이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 흑인계 출신이거든요. 미국의 역사가 정말 짧은데도 불구하고 흑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미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국에서는 정말 흑인도 대통령이 되는구나’, 거기다가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스마트 외교’, 그러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힘의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세련되고 현명한 외교를 하면서 젊은이들 속에서도 호감이 많이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저도 ‘오바마 효과’라는 걸 분명히 인정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오늘은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북핵 문제, 그리고 정상회담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과 함께 나눠봤습니다. 고 연구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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