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적법하다는 남측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법원의 판결 내용부터 좀 살펴보죠. 대북전단을 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적법하다는 건데, 조건이 붙어 있죠?
고영환: 의정부지방법원의 김주완 판사는 지난 6일 북한에서는 ‘삐라’라고 부르는 대북전단 날리기 활동 방해로 자신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배상금 5천만원을 국가가 지급하라고 대북풍선단장인 탈북자 이민복 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요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기각한다는 것은 국가가 돈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이민복 씨는 지난 해 6월에 재판을 걸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지난 2003년부터 국정원, 군대, 경찰이 신변보호 명목으로 자신을 감시하며 대북 풍선 날리기를 방해하였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간 입은 정신적 피해를 국가가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걸었던 것이죠.
그런데 재판소 판결문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북한의 인권탄압실상을 알리고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대북풍선을 날리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에 의해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필요한 경우란, 풍선을 날리는 지역과 그 주변이 휴전선 부근이며, 따라서 이 지역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등을 급박한 위험에 빠뜨릴 때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전단을 날릴 때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 그러니까 군사분계선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에는 풍선을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지입니다. 다만 풍선을 날리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죠.
박성우: 그간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법원의 판결 이후 통일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7일 통일부는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날리기와 관련해 “사전에 전단을 보내는 것이 인지된 경우에는 우리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대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이 급박한 상황에서 당국이 대북 전단살포를 막는 것은 적법하다는 지난 6일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이를 어기지는 않을 것이나, 만일 국민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 급박한 상황이 생길 경우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전단을 보내는 행동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모든 외부 정보를 차단, 왜곡하여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낮에 언제 어디서 몇시에 대북풍선을 보낸다고 광고하고 보내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도 좋지않고 남북관계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전단을 날리는 탈북자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배상금을 내라고 소송을 한 문제입니다. 북한 같으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북한 주민이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상대로 ‘왜 내가 하는 일을 막느냐’며 재판을 건다면 즉시에 총살을 당할 것입니다. 탈북하여 한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을 국가가 조금 방해하였다고 국가에 배상금을 내라고 소송을 거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자유스러운 나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박성우: 좀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보죠. 왜 남한 사회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 관심을 보이는 겁니까?
고영환: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일과 관련한 남한 주민들의 여론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리고 있습니다. 첫째 부류는, 여기에 제일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보가 폐쇄되고 외부 정보를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에게 세계가 돌아가는 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 특히 고위급 탈북자들을 통해 전해진 북한 최고위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사치한 생활에 대해 알려야 하고, 이를 알려줄 방도는 북한이 외부 정보를 단속하고, 외국 라디오, 특히 한국의 라디오 방송도 못 듣게 하니, 전단이라도 날려서 북한 주민이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두번째 부류는 전단을 날리되 조용하게 밤에 날려서, 북한 당국은 알지 못하게, 북한 주민들이 전단을 보게 하자는 분들입니다. 마지막 부류는 전단 살포에 북한 최고지도부가 저렇게 강하게 반발하고 총질까지 해대는데 왜 그런 것을 보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느냐고 생각하는 하는 분들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처럼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고 ‘보내려면 보내라지’ 그런 입장이어서 한국 주민들도 크게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남북관계에서도 이 문제가 지금처럼 크게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들어서면서 이른바 ‘최고존엄’ 문제가 나왔고, 풍선에 고사기관총을 쏘고, 이 탄알이 남측 주민 지역에 떨어지니 한국 사람들이 신경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번 판결이 나왔으니, 사람들이 ‘사법부는 어떻게 판단할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들여다 본 것이죠.
그러나 이번 판결문의 요점은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대북전단을 뿌리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어서 일반 주민이나 탈북자들, 그리고 개별적 민간단체들이 전단을 뿌리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남측 법원의 이번 판결을 놓고 북측 지도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추정하시나요?
고영환: 지난 해 10월 10일 탈북자 단체가 북한에 삐라를 보냈는데 북한이 풍선에 대고 고사기관총을 쏘는 일이 벌어졌고, 바로 다음날인 10월 11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남측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통문을 보내 이른바 ‘전단격멸작전’이 시작되었다고 통보했었죠. 문제는 전통문이 아니라 북한이 쏜 총알이 남한 주민들이 다니는 길 위에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시 세게 나가고 총을 쏘니 남한이 수그러들었다, 한국의 기가 꺾이고 주민들의 여론도 둘로 갈라져 갈등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전단살포에 더욱 강하게 대응하자’ 이런 논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 지도부의 생각일 뿐이고, 남한이나 세계 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북한이 워낙 호전적이고 대남 위협과 공갈을 심하게 하는 나라이니 ‘그러려니’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이 북한의 위협에 굴해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 조그만 사고가 전면전으로 변하면 한반도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것이니, 북한의 도발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북한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자꾸만 도발을 하고 총을 쏘아댄다면 후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만일 전면전으로 변하면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막강한 공격력 앞에 2-3일을 버티기 힘들 것이고 정권은 붕괴할 것입니다. 최근 연간 미군에 맞섰던 나라들, 그러니까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은 미군과의 접전 며칠만에 붕괴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나 이라크 같은 나라들의 공군력과 기갑력은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였지만, 미국의 첨단 무기들 앞에 포 한방 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의연함을 나약함으로 오해하고 도발을 하였다가는 유고나 이라크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아직도 삐라가 날아다니는 곳은 전세계에서 한반도 뿐이죠. 이게 다 북한 정권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북측 주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게 될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삐라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