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상 교체로 비핵화 협상 어려워질 것”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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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그래픽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 주요 인사들의 인사 동향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유엔 무대에서 핵실험 유예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고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현재 북한의 주요 인사들 몇몇의 인사 관련 동향이 포착되거나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먼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북한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조직 문제 즉 간부임명과 해임 등에 대한 인사 문제를 취급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일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부위원장과 부장 등 추가 인선 결과를 발표했지만 누가 해임되었는지, 후임자가 누구인지 불확실했습니다. 그러던 중 황순희 전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사망하고 국가 장의위원회 명단이 발표되면서 북한 간부사업의 윤곽이 들어났습니다. 우선 장의위원 명단에서 기존 당 부위원장급 인사들 가운데 박광호,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안정수 등 5명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 전원회의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찍은 사진에도 이들 사진은 없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 대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였던 김형준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것입니다. 박광호 전 노동당 선전담당 부위원장 대신 리일환이 조직담당 부위원장인 리만건 다음에 호명돼 당 선전선동담당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이고 태종수 군수공업담당 부위원장 자리에 리병철 제 1 부부장이 승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여정의 동정도 눈에 띕니다. 김여정은 이미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음에도 이번에 또 당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녀가 당 제 1 부부장에 임명됐다고 한 것으로 보아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 1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내각의 주요 책임자 가운데에서도 이목을 끄는 인사 교체가 있었습니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해임되고 그 자리에 인민무력성 건설국장 출신인 김정관이 임명된 겁니다. 김정관 신임 인민무력상은 원산갈마지구, 양덕온천관광지구, 삼지연지구 건설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리용호 외무상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이례적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이 지난 18일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한 통지에 “리선권 동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으로 임명됐다는 것을 알린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당 부위원장의 3분의 1, 당 전문부서장의 3분의 2 등 주요 인물들이 해임된 것으로 보아 지난해 말 북한 내부에서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추정해봅니다.

목용재: 리선권이 외무상에 임명되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남북 군사회담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인물이자 외교무대에 전혀 서보지 못했던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이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과 미국 등이 국제사회가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 역사에서 외교부장이 당 통일전선부장으로 간 사례, 당 국제부장이 통전부장으로 갔던 사례는 여러 건 있었지만 반대로 통전부장이나 인민무력부장이 외교부장으로 간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인민무력부에서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와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을 지냈고 대남 기구인 조평통위원장을 지낸 리선권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함께 평양에 갔던 민간 기업인들에게 옥류관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인물이 리선권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강경 인사인 리선권을 외무상에 임명한 의도는 리선권이 한국을 대하듯 미국을 대하라는 데에 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리선권이 외무상이 되면서 향후 대미관계,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김영철 부위원장도, 리용호도 실현하지 못한 대미 비핵화 협상을 리선권이 과연 어느 정도로 진전시킬 수 있을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리선권은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가 이제까지 정치국 후보 위원도 아닙니다. 이에 따라 북한 외교관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경량급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선권의 발언들을 어떤 무게로 받아들일지도 주목됩니다.

목용재: 리수용과 리용호는 북한의 외교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이 경질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고영환: 황순희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과 12월 전원회의 직후 찍은 당 지도부 사진을 보면 대미외교의 두 수장이었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권력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방송에서 말씀 드린 바 있는데 리수용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서기실 부부장과 스위스 대사를 겸직하면서 신임을 받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을 할 당시에는 그의 후견인, 보호자 역할을 한 최측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 역시 그의 부친 리명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기실장을 오랫동안 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고 리수용도 리명제 실장 밑에서 부부장을 한 인연이 있어서 리용호가 외무상으로 승진한 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저는 평가해 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인물, 김정은 위원장의 보호자 역할을 한 리수용과 리용호를 동시에 교체한 것은 대미외교, 비핵화 외교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이 유엔 무대에서 핵실험 중단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죠? 향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벌일 가능성에 대한 전망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주용철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참사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비핵화 연말 시한’을 무시했기 때문에 북한도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주 참사관은 “지난 2년 동안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자제해왔다”며 “만일 미국의 태도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계속하여 주 참사관은 “만일 미국이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다음 달 16일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사이 북한이 새로운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혹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해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용재: 지난해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도 그렇고, 최근 북한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북한이 더 이상 비핵화를 통한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이러다가 북한 주민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2020년에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선포한 뒤 북한은 ‘백두산 공격정신’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백두산 공격 정신으로 조성된 난국을 정면돌파하자’라는 제목의 공동 논설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그 어떤 자금이나 외부적 지원이 아니라 혁명 임무를 스스로 거머쥐고 수행하려는 높은 책임감”이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60년대부터 강조해 온 자력갱생의 정신이 60여 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강조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70여 년을 고생하며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동안 북한에서 살아온 세월이 끔찍할텐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라고 하니 이 겨울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목용재. 외교 경험이 없는 군부 출신인 리선권이 북한의 신임 외무상이 됐고 유엔 무대에서는 북한이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황입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 앞으로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요. 위원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만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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