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관계 개선되면 그보다 더 좋은 일 없을 것”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9.01.25
kju_kyc_meet_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요즘은 말만 들으면 조만간 미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뭘 주목해서 보셨나요?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에게서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북한의 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23일 김영철을 만나 미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미국에서 가진 회담과 활동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고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실무적 준비에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고 석상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평가하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국이 2월 말로 합의한 시기를 비롯해 회담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미북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하여 한 발 한 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 발 한 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건데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 연설 직후 기자들에게 폼페이오와 김영철 사이의 워싱턴 대화, 그리고 최근 스웨덴에서 진행된 미국의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이의 실무 협상에서도 "더 진전이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정은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등과 관련해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미국은 지난 60여 년 이상 지속된 적대관계를 풀고 미국과 북한이 친구 사이로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내려놓고 미국과 관계를 풀고 ‘철천지 원쑤’에서 가까운 친구 이상의 사이로 발전하면 북한 인민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최근 연이어 열린 미북 협상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지난주 김영철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고”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 대화는 “조금 더 진전된 것으로 마무리됐다”며 “2월 말에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향한 길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좋은 이정표를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이오는 계속하여 “지금은 민간 영역이 큰 역할을 하진 못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달성을 위한 본질적인 조치를 하고 여건을 조성한다면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전기나 북한에 절실한 인프라(사회간접토대) 구축 등 뭐든 간에 그 배경에서 드러나는 것은 민간 부문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안정을 가져올 북한의 경제 성장 달성에 필요한 엄청난 민간 부문의 진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회간접토대 구축에 엄청난 규모의 민간 분야의 투자 및 지원을 할 것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두 정상이 동의한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 평화를 위한 비핵화 달성에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워싱턴과 스웨덴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2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비핵화 문제는 김정은의 용단 하나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이고, 이 문제만 풀리면 북한 인민도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근심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민간 분야의 대북 투자가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건데요. 먼저 왜 민간 분야의 대북 투자가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요. ‘넘어야 할 산’이라는 건 선결 과제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우리 청취자들께서 왜 정부가 하지 않고 민간분야가 북한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을 할 것 같은데요. 정부는 투자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고 투자 금액도 민간 분야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투자에 필요한 길을 터주면 민간 기업들은 수백억,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합니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북한에 대한 투자를 허용한다면, 근면하고 끈기 있고 재간도 좋은 북한 인민이 있고 수많은 지하자원이 있는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 데 세계의 수많은 대기업들, 억만장자들이 무리를 지어 투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중국과 베트남이 그랬고, 지금은 인도에서 그런 경이적인 발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계속하여 보유하게 되면 세계적인 제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어지게 될 것입니다. 제재가 없어지면 엄청난 해외 민간 부문의 투자가 들불같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고 개인의 재산도 법적으로 보호될 것입니다. 이 경우 북한 인민의 생활은 현재의 몇 백배로 좋아질 것입니다. 지금의 중국인들, 베트남인들은 가족을 데리고 명절을 맞아 가족 전부가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도 그렇게 사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 당국이 당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북한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건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할까요?

고영환: 지난 17일 평양시의 한 간부는 “요즘 중앙에서 간부들에게 2차 조미 수뇌회담의 결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면서 “우리는 조미 수뇌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어도 잃을 게 없지만 미국에는 상당한 타격이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감춘 이 간부에 따르면 강연을 한 중앙당 간부는 ‘주체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다져 나가자’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과거 미국이 결국 우리에게 항복한 것처럼 2차 조미 수뇌회담도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이 뻔하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적들을 전율케 하는 현대적인 무장장비를 갖춘 우리가 여차하면 때릴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미국이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강연을 진행하는 것은 우선은 적대 상태가 6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온 미북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 ‘그럼 우리가 이제까지 무엇을 위하여 이런 고생을 하였가’라는 소리가 북한 인민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을 예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 미국이 벌벌 떨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여 미북관계 호전으로 생길 북한 체제와 주민들의 사상정신적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백 기의 현대적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을 미국이 두려워한다는 소리를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박성우: 한마디로 마무리를 해 주셨는데요.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 당국도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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