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3일 일입니다만, 여전히 해외 언론에서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소식이죠.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먼저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지속해 온 협상이 지난 3일 회담 시작 12년 만에 스위스 로잔에서 타결됐습니다. 이번 핵 협상에서 이란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아 오던 경제적, 재정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쟁점에서 양보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이란이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는 분석입니다.
이날 합의한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10년간 지금 갖고 있는 1만900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6104기로 줄여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1044기는 핵시설 등에서 연구용으로만 쓸 수 있습니다. 신형 원심분리기 1000기는 저장고로 옮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통제합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도 하지 않고 어떤 핵분열 물질도 반입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새로운 시설도 건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중수로를 재설계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핵 연료봉을 파괴하거나 제거하고, 사용후 핵연료는 해외로 반출하기로 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란이 IAEA의 광범위한 사찰을 허용한 부분입니다. 우라늄 채광부터 농축, 사용후핵연료 저장까지 모든 과정과 시설을 IAEA가 매일 감시한다는 ‘추가의정서’ 적용도 수용했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해 이란은 미국과 유엔, 그리고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영구적으로 일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6월 30일까지 기술적 부분을 다 협의해 내놓는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동시에 유엔 제재를 먼저 풀고, 미국과 EU의 제재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역사적인 타결입니다.
박성우: 이번 협상 타결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1979년 이후 국교가 단절된 이란과 36년 만에 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중대한 전기가 마련된 것도 의미를 가집니다. 복잡한 중동 문제 해결에서도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중동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반군인 ‘이슬람 국가’를 제어하려면 이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을 미국이 ‘우군화’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이란의 하산 로하니 정권으로서는 지상의 과제로 떠오른 만성적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이번 협상 타결이 필요했습니다.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제한하더라도 미국과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 국면을 탈출하는 게 더 급했다는 소리입니다.
이란핵 해결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란 핵협상과 북한 핵협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접근을 꾀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경제적 측면에서는 이란산 원유가 다시 국제시장에 공급되면서 세계 경제회복이 빨라질 전망입니다. 이란에게 가해졌던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여는 것이어서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잠시 북핵 6자회담도 언급하셨는데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제 북핵만 남았습니다. 우리 청취자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이란의 핵 문제와 북한의 핵 문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고영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당연히 북한의 핵 문제에 쏠리고 있습니다. 이란 핵 문제에 한숨을 돌린 만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과 북한 핵 문제가 본질적으로 별개의 사안이자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면서 다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따른 정치·외교적 위험을 감수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박성우: 북핵과 이란의 핵 문제가 갖고 있는 차이점을 설명해 주셨는데요. 둘 다 어려운 문제죠. 그런데 이 어려운 문제를 이란은 풀어냈다는 점도 큰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핵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해들은 이란 주민들은 환영 일색이었죠?
고영환: 이란의 반관영 ISNA 통신은 핵협상 대표단이 지난 3일 오전 테헤란 공항에서부터 테헤란 시내로 연결된 도로 주변에서 현지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란과 주요 6개국의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오후 테헤란 거리마다에는 국기를 손에 쥔 축하 인파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들은 박수를 치며 “희망이 돌아왔다”, “우리가 승자”라며 환호했습니다. 승용차들이 끊임없이 경적을 울렸고, 젊은이들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연휴 시작 당시만 해도 “미국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던 이란인들은 이날 “겨울은 끝났다”, 그리고 “생큐 로하니”, 그러니까 ‘로하니 대통령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습니다. 또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핵협상 타결 특별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 이란 방송에 생중계됐습니다. 이란 국영방송이 미 대통령의 연설 전체를 생방송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처음이었습니다. 그간 경제제재의 고통이 피부로 느껴질만큼 컸고, 이제 그 제재가 풀리면 살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에 이란 국민들이 이처럼 환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정은은 기뻐하는 이란 국민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이란은 북한과 더불어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 개발 의혹으로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동시에 받아온 대표적인 반미 국가입니다.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에 맞서 왔던 이란이 12년 만에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이제는 북한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된 거죠.
김일성-정일-정은으로 이어져 온 3대 세습왕조가 지배하는 북한에서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 같은 개혁적인 인물이 나오고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란의 핵포기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보면서 속으로는 무척이나 부러워하겠지만, 부러움은 부러움이고 김정은에게 더 급한 것은 자신의 유일지도체제를 사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결심을 더 굳게 가졌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살기 위해 핵을 포기한 이란과 살기 위해 핵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 둘 중 누가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