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에서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먼저 취임사를 좀 살펴보죠. 한국 언론들은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는 내용에 주목했고요. 우리 청취자들께서 관심을 가지실만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도 가겠다”는 거죠.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총평을 해주시죠.
고영환: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낮 12시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직에 정식으로 취임했습니다. 원래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12월 19일에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이긴 후 인계인수 과정을 거쳐 그 다음해 2월 25일에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전직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의 죄목으로 탄핵당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감옥에 가 있고 탄핵 후 60일만인 지난 5월 9일 조기 선거가 진행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낮은 자세로 일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문 대통령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김정은이 3층 청사에서 나와 천리마 거리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 정치를 한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내고 경제를 회복하는데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1호 업무 지시', 즉 대통령의 첫 번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놓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 등 전반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또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 정상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다시 밝혔습니다.
저는 문재인 신임 대통령의 취임사 및 취임식 전후의 발언과 행동들을 보면서 역시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며 편안하게 만드는데 있다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참모들과 격식 없이 앉아 토론하고 식사를 하는 모습, 그리고 거리를 가다가 환호를 보내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워 즉석에서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을 보면서 저런 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날 임명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앞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죠. 부원장님의 평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서훈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초빙교수가 지난 10일 지명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여 지명된 장관 혹은 국정원장 후보자가 능력은 있는지, 도덕적으로 흠은 없는지, 살아오는 동안 법은 잘 지켰는지 등을 따져 본 후 국정원장이나 장관으로 해당인물이 적당하다, 혹은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제출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게 하는 법적 제도가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두는 것은 대통령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서 후보자는 28년 3개월간의 국정원 경력 대부분을 북한 관련 업무로 채웠습니다. 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3차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서훈 지정자는 지난 10일 "지금 남북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라고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는 등의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서 후보자가 말한 ‘조건이 성숙되면’이라는 의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진정한 비핵화 조치를 시작할 때를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직접 언급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에게는 관심이 큰 사안이니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어떤 여건이 조성돼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요?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도 가겠다”고 말했고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도 “지금 남북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지금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훈 후보자도 분명하게 “조건이 성숙되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이 발언들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겠다고 하고 비핵화를 위한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이면 정상회담을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핵실험을 하겠다,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며 기존입장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은 흥정할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도 잘 살게 할 수 있고 체제 안정도 도모할 수 있게끔 핵폐기를 해야 하며, 핵포기를 위한 절차에 나서겠다고 하는 경우 남북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성우: 지난 수요일엔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도 이뤄졌죠. 대화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10시 30분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에게 미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0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미국으로 공식 초청하겠다. 방문하면 해외 정상으로서 충분한 예우를 갖춰 환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와 양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통령 선거전에서 상대방 후보들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안보 문제에 취약한 것이 아니냐, 한미관계가 문재인 대통령 하에서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을 하였는데, 한미정상 간 전화통화와 취임사에서 한 발언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그런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양국에 그 어떤 지도자가 들어서도 끄떡없을 만큼 공고하다는 말씀을 청취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한미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 관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뉴스가 많이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 찬찬히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