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격식 해임, 북한군 세대교체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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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김격식 인민무력부장이 임명된지 6개월만에 교체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격식이 앉아있던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1군단 사령관을 지낸 장정남이 차지했습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에 장정남 상장을 임명한 것이 확인됐지요. 장정남은 2011년에 중장이 된 인물이고 최근까지 1군단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누구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이, 더군다나 이제 상장인 사람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것은 상당이 이례적입니다. 북한군 역사에서 상장이 인민무력부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 1비서가 후계자로 된 이후 인민무력부장이 5번, 총참모장이 4번 교체되었는데, 이는 아무래도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지 못하고, 특히 군대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김격식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경질된 것도 이상합니다.

저는 이게 올해 2월 핵실험 이후부터 북한군이 고조시켜 온 긴장 격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많은 소란을 피워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세계 인민들 속에서 북한과 북한 지도자의 호전성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특히 북한이라는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피우는 나라처럼 각인시켜 버리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요. 오죽하면 북한의 형제 국가인 중국마저도 ‘북한이 중국의 현관에서 말썽을 피우지 말라’고 경고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책임을 인민무력부장인 김격식에게 물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군에는 나이 많은 원수, 차수, 대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김정은이 원수인데, 원수와 차수가 너무 많으면 김정은 원수가 빛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인민무력부장에 상장을 임명하여 나이 많고 별도 많은 원수, 차수, 대장들의 옷을 벗기는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군에서 세대교체가 자연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나이는 많으나 경험이 많고 노회한 노 장령들을 도태시키는 과정에서 군의 동요가 일어날 수 있고, 그러면 체제의 불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으니, 이 문제는 앞으로 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에선 “강원도 인맥이 뜬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위직에 임명되는 인물을 보면 강원도 출신이 많더라는 말인데요. 새로운 현상인가요? 아니면 원래부터 그랬던 건가요?

고영환: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강원도에 있는 1군단의 사령관을 지낸 장정남이 인민무력부장이 되었고,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하던 백계룡이 김경희 비서의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당 경공업부장으로 승진하였습니다. 그리고 동해함대 사령관이었던 김명식이 지난달 해군사령관으로 승진하였습니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승진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당 정치국이 지난 2월 원산을 세계적인 휴양지로 건설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주목됩니다.

강원도 인맥이 뜨는 이유를 추정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졌던 2008년 8월 이전에 2년 동안 원산 특각에 머물렀을 때 김정은 제1비서가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김정은이 강원도를 돌아다니면서 1군단장, 동해함대사령관, 강원도당 책임 비서들과 가까이 지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강원도에 신경을 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어머니 고영희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일교포인 고영희는 원산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 왔고, 그 후 원산 특각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원산에 있었으면 김정은도 같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친모 고영희를 많이 그리워하는 김정은 제1비서가 강원도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강원도에 자주 갔고, 그러면서 도내 책임일꾼들과 친분을 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앞으로도 김정은 체제에서는 강원도 근무자나 출생자가 많이 뜰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간부사업(인사)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지요. 북한의 국방위 서기실장인 김창선을 주목하는 기사가 최근 한국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먼저, 국방위 서기실은 뭘 하는 곳입니까? 그리고 김창선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김창선이 서기실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창선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3대혁명소조 사업부장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부부장을 지냈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에는 서기실 부부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서기실은 김정은 제1비서를 보좌하는 기관입니다. 김정은에게 오는 모든 제의서 등 보고서들을 검토하여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업무, 김정은의 지시를 각 기관에 전달하는 업무, 김정은과 그 가족을 위한 일체의 식료품, 일용품, 수입품 등을 구입하고 공급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는 부서입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김정은이 가장 믿는 사람을 서기실장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이한 것은 2000년 9월 당시 김용순 비서가 서울에 왔을 때 김 실장이 박성천이라는 가명으로 같이 와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도 2005년 아세아육상경기 북한측 응원단으로 서울에 왔었고, 장성택 부위원장도 2002년 경제 시찰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온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서울에 와본 적이 있고, 한국을 잘 아는 사람들인 셈입니다. 김창선을 주목하는 이유도 남북관계가 안정 국면에 들어서면 서울에 왔던 고위 간부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리설주의 호칭을 바꿨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김정은과 같이 능라도 유원지 시찰에 나서면서 공개된 리설주의 호칭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전에 ‘부인’이라고 호칭했는데, 지난 2월 16일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때부터 그냥 리설주 ‘동지’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부인이 여러 명 있어서 한명도 공개하지 않았던 김정일 시대는 제쳐 놓고, 김일성 시대를 보면 김성애도 처음에는 ‘부인’ 김성애, 그 다음에는 김성애 ‘동지’,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는 김성애 ‘여사’로 호칭한 적이 있습니다. 머리칼 모양, 옷 입는 모습, 걸음걸이, 말하는 어투 등 모든 것을 김일성 주석과 비슷하게 따라하는 김정은 제1비서가 이제는 부인의 호칭까지 김일성 시대를 따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부인’ 리설주, 지금은 리설주 ‘동지’, 그러니 다음에는 리설주 ‘여사’로 부를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리설주의 힘이 날로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여성동맹 위원장도 될 수 있고 당 중앙위원회에서 비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잘될지는 의문입니다. 생전에 김정일 위원장은 계모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때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여자가 설치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며 김성애를 밀어 낸 적이 있고, 자신의 통치 시기에는 부인을 한 명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리설주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해외 소식 하나 전해드리지요. 독일에서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교도관으로 일했던 93세 나치 전범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최근에 보도됐는데요. 이 소식을 들으면 섬뜩할 사람이 북한에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독일 검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웬찜(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했던 93세의 나치 전범인 한스라는 사람을 체포하여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한스 교도관은 자기가 나치수용소에서 요리사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 검찰은 그가 나치 범죄를 도왔다면서 살인공모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오스웬찜 수용소의 대학살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에 이루어진 일인데도 독일 검찰이 끈질기게 추적하여 숨어 살던 그를 찾아내 체포한 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사살한 자들은 70년이 지나도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도 동독 정부나 당 기관에서 보통 업무를 처리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죽인 자들은 체포되어 죗값을 치렀습니다. 지금 북한의 관리소와 교화소들에서 사람들을 고문하고 살인하는 있는 자들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 행위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