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제2 고난의 행군’ 도래 우려”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7.03
hunger_map_b.jpg 세계식량계획(WFP)은 ‘2019년도 기아 지도’(Hunger Map 2019)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양실조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표시했다.
/WFP 웹사이트 캡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긴장감이 고조되던 한반도의 정세가 이를 계기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죠? 이 소식 먼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의 대선 이전에 미북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미북이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하여 “그동안 어렵게 이룬 남북관계의 진전과 성과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나는 인내심을 갖고 남북미 간 대화 모멘텀, 즉 대화의 계기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지난 7월 1일 한국 기자들에게 전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미북 대화는 미북 정상회담이며 “미북 정상회담은 핵 문제나 대북 경제제재 문제 등의 매듭을 풀기 위한 첫 걸음이자 디딤돌”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나 북한과 물밑에서 조율한 바가 있나’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미국 측에 전달됐으며, 미국 측도 공감하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을 또 다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기 전에도 미국이 대북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요.

고영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이 이뤄진 판문점 회동 1년이 되는 날이었던 지난 6월 30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북한 측에 도발을 피하고 협상에 복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미국 국익연구소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최한 ‘가장 긴 전쟁, 한국전쟁 70년’ 화상 학술회의에서의 축하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에 전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결과로 대담한 조치를 했고 이전에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처럼 미국은 북한이 김 위원장 지도력 하에서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를 성취하길 기대한다. 확실한 진전은 더디지만 대화와 진전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하의 의무를 준수하며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브라이언 국가안보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으니 북한은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오는 11월 초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는 행동을 북한이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가능성 보도가 나왔는데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동향이 포착된 게 아닐까요? 3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려 한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이르면 7월 초 한국을 방문할 것이며 이때 한국의 중개로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 평양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한국 방문 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비건 부장관이 2박 3일 일정으로 이달 7일 한국을 방문하는 구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굳건한 대비 태세 유지하고 남북, 미북 간 대화 모멘텀 마련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부장관은 지난 달 29일 독일 마샬기금이 벨기에, 즉 벨지끄에서 개최한 인터넷 화상 간담회에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대선까지 남아 있는 시간,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이 전 세계에 미친 어려움 때문에 미북이 직접 대면해 국제적인 정상회담을 하는 환경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미가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미국에서의 신형 코로나 전염병의 확산, 흑백 갈등 그리고 북한 지도부의 신형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공포, 점차 낮아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3차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위원님께서 요미우리 신문을 통해 북한 당국이 고위직 가족들에 대한 쌀 배급이 중단됐다고 언급하셨죠?

고영환: 네. 저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를 하였고 저의 인터뷰 내용이 지난 2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실렸습니다. 저는 인터뷰에서 “평양 중심부에 사는 당·정·군의 가족에 대한 쌀 배급이 2∼3월을 마지막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 신형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체재의 내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북중 국경 폐쇄가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하여 저는 “현재 북한에 설탕, 화학조미료, 콩기름, 화장지, 밀가루가 부족하며 농장 비료 공급량은 작년의 3분의 1 정도의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현재 북한 인민들 속에서 이러다가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동요가 확산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의 분위기도 요미우리 신문에 전했습니다. 제재와 신형 코로나 감염증 등으로 북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민심도 술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러시아, 즉 로씨야로부터 대량의 곡물을 수입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대북지원 시점을 검토 중이죠?

고영환: 지난 1일 국제무역센터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월 러시아로부터 740만 7000달러 상당의 곡물을 수입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양이며 최근 5년간 러시아로부터의 곡물 수입액을 모두 합친 825만 달러에 버금가는 액수로 이례적입니다.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 밀 2만5000톤을 구호물자로 지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도 상당량의 곡물을 수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곡물 가루 2만9130톤, 945만 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대거 사들이고 구호 물자도 지원 받음에 따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통일부는 지난 6월 30일 올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1000만 달러 규모의 대북지원을 계획했으나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를 보류하고 재추진 시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노력이 김여정 당 제 1 부부장의 지난 6월 4일 담화 이후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북한이 외국에 지원을 요청하지 말고 한겨레, 한민족에게 요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목용재: 현재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많은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선 우선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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