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정찰위성 발사 쉽지 않은 듯…대신 ICBM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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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최근 미 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도발을 시사했는데요. 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재개했습니다. 잠시 소강 상태였던 한반도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 김여정 당 부부장이 미국 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미국을 비난한 바 있었죠? EEZ의 경우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있는 영역인데 북한이 왜 이런 주장을 펼쳤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오늘 새벽 5시경부터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또다시 울진 동쪽 270여 km에서 통천 동쪽 430km 해상 상공까지 우리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동부 지역에 대한 공중정찰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공군의 대응 출격에 의해 퇴각했던 미 공군 정찰기는 8시 50분경 강원도 고성 동쪽 400㎞ 해상 상공에서 우리측 해상 군사분계선 상공을 또다시 침범하면서 공중정찰을 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부부장은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곤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km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20~40km 구간은 군사분계선을 동해로 연장한 북방한계선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입니다. 남북은 2018년 당시 합의를 통해 서부지역은 군사분계선에서 20km, 동부지역은 40km 안의 상공에서 정찰기와 전투기의 비행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계속하여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미군이 우리측 경제수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바깥에서 정탐 행위를 하는 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또다시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할 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말한 경제수역을 국제적으로는 EEZ, 즉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부르며 EEZ는 기준선에서 200해리까지의 해역을 의미합니다. EEZ는 주권이 미치는 영해인 12해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EEZ, 즉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펴는 이유는 미국의 정찰활동을 억제해 7.27 정전기념일 전에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결국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을 시사한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죠?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진행하였으며 이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6648km까지 상승해 거리 1001km를 4491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7월 12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첫 시험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발사에서 화성-18형은 고도 6000여 km, 사거리 1000여 km를 비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정상각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했다고 밝힘으로써 화성-18형이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성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현지지도를 통해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부질 없는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 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 "보다 발전적이고 효용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을 지속적으로 다그쳐 나가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전략적 노선과 방침에는 추호의 변화도,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앙통신은 이번 발사에 대해 "적대 세력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을 철저히 억제하기 위한 정당방위권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혀 이번 발사가 EEZ에서의 미국 정찰자산들의 활동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최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바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이 대신 ICBM을 고각발사했습니다. 이 같은 의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이른바 '정찰위성'을 발사하였다가 실패한 후 김여정 부부장 등을 통해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정찰위성을 재발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습니다. 그러나 위성발사 실패 후 1개월 반이 지나도록 위성발사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위성 제작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뒤 1953년 7월 27일 정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김 씨 부자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그토록 강조하고, 온 나라가 힘을 모은 정찰위성은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른바 '전승절'은 다가오고 있는데 북한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나 국제사회에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는 해야 겠다는 판단에서 이번에 정찰위성 대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판단을 해 봅니다.

목용재: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 목소리로 규탄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 측에 "모든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 사무총장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아시아) 역내에 위협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나토와 유럽 연합,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목용재: 최근 주목된 점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였는데요. 담화를 통해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0∼11일 연속해서 발표한 두 건의 담화에서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했습니다. 지난 10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의 표현을 썼고 지난 11일 새벽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문구를 썼습니다. '대한민국' 또는 '한국'은 그동안 북한 주요 매체나 공식 문건에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들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인 '투 코리아', 즉 '두개의 한국' 노선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전환한 것은 기본적으로는 핵 전략에서 나온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북한이 동족인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 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한국을 향해 전술핵을 사용하겠다는 협박을 핵 무력 법제화를 통해 공식화하였을 때 이미 김 총비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동포적, 민족내부적 관계가 아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적대적 관계로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핵무력을 적대적인 국가, 즉 한국에 사용할 수 있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인식이 금번 대남관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남북관계를 민족관계나 특수관계로 보지 않고 적대국가 관계로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는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담화가 대외 메시지라는 점, 여전히 북한 대내 메시지로는 한국을 '남조선'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항상 생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곤 했는데요. 이 같은 움직임이 대형 도발의 징조가 아니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