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리영호와 최룡해 한판승부...웃고있는 장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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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의 군부 최측근으로 불리던 이영호(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해임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영호가 해임된 걸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이영호 총참모장이 지난 15일 해임됐는데요. 이 사람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총참모장에 올랐죠. 김정은의 군사부문 장악에 도움을 주라고 임명한 것이 분명한데, 3년도 안되어 철직된 겁니다. 이영호의 해임은 최룡해가 지난 4월 총정치국장으로 벼락 승진하면서 이미 예견된 사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룡해는 군사 지휘관으로 일해본 적도 없는 정치일꾼이고, 나이도 이영호보다 아홉살이나 어린, 군대에서 보면 까마득한 후배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군 대장이 되고 차수가 되고 총정치국장이 되어 이영호 위에 올라 앉은 거죠. 이것은 장성택이 최룡해라는 자신의 심복을 군에 들여 앉혀 이영호를 견제하고, 그 동안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너무 비대해지고 제멋대로 되어 버린 군대를 장악하려 한 결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영호는 김정은이나 장성택에 의해 임명되지 않고 김정일에 의해 임명된 인물입니다. 이영호는 최룡해가 설치는 걸 보고 많이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 결과 두 사람 사이에 권력 다툼과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룡해의 임무는 군대 내 당 사업과 간부사업(인사사업)입니다. 최룡해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영호의 뒤를 캐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이영호는 이에 저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개인이 당을 이기는 법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최룡해와 그 뒤에 있는 장성택이 군의 최고 원로를 제끼는데 성공한 걸로 보이고요. 최룡해와 이영호 사이의 싸움은 당과 군대, 그리고 군대의 군사조직과 군대의 정치조직이 맞싸움을 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싸움은 앞으로 체제의 권력 개편을 넘어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은 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대내외 긴장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백성들이 보게 됩니다. 예로부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했는데, 백성들의 등골만 더 휘게 되지 않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그리고 군 간부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겁니다. 자기네는 파리 목숨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겠습니까?

박성우: 그렇군요.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북측의 간부사업(인사개편)으로 인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일으킨 주범들이 하나씩 북한 권부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연결해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직접 지휘계선에 있었던 김정일은 지난해 사망했고, 군사적 총책임을 졌던 이영호 총참모장은 15일 숙청됐고, 당시 그 지역 사령관이었던 김격식 4군단장은 변인선 대장과 교체된 후 한직으로 물러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김영철 정찰총국장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평양에는 '김영철이 벼락출세를 하면서 건방져졌다, 저러다 한방 얻어 맞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의 도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고도 말합니다. 당연히 김영철은 불안해할 것입니다.

저는 북한 지도부가 대남 강경도발의 책임을 물어 이영호나 김격식을 숙청했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습니다. 다만 이건 알아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너무 큰일을 벌이면 그 책임을 지도자들이 지어 온 게 아닙니다. 항상 그 일을 벌인 간부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화폐 개혁시 박남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죠. 오극렬이나 김영춘 같은 군 거물들이 있는데도 김영철이 많이 설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젠가는 옷을 벗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르는 거죠. 예로부터 '토사구팽'이라고, 사냥이 끝나면 사냥에 동원하였던 개를 잡아먹어 왔죠.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중요한 뉴스가 있었지요.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아직 서른살도 되지 않은 젊은 김정은이 18일 공화국 원수로 임명되었는데요. 김정은은 2010년에 군대장이 되었고, 2011년 말에는 군 최고사령관, 올해 4월에는 국방위 1위원장과 당 제 1비서, 그리고 이번에 공화국 원수 등 가질 수 있는 모든 권력을 형식상으로는 손에 넣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짧은 기간에 한 국가의 최고 권력들을 손에 넣은 사례가 없습니다. 더욱이 29세의 나이에 원수가 된 예는 정말 없습니다.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이 되고 북한이 그를 '군사의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한 후 러시아의 한 신문은 "꾸뚜조브나 수워로프 러시아 장군도 그런 칭호를 받기 위해 평생을 전장에서 싸웠는데, 김정은은 전투도 한 번 안 해 봤으면서 단지 지도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군사의 천재가 되었다"고 비꼰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스탈린, 쥬코브, 맥아더 같이 수많은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이도 지긋이 든 사람들이 원수가 되는데, 이제 29세 된 사람이 저렇게 원수가 되니,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요. 북한의 군인과 주민들도 속으로는 비웃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원수 칭호를 받았다는 걸 북측은 '중대보도' 형식으로 알렸는데요. 이걸 두고 말이 많았지요?

고영환: 그렇지요. 말이 많았습니다. 북측이 중대보도를 한다는 말을 제가 11시경 들었을 때, 아마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원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또 무슨 군사적 도발 같은 걸 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요. 막상 12시가 되니, 이제 20대 후반의 지도자에게 인민군 원수보다 더 높은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한다는 보도가 나왔죠. 이걸 본 많은 사람들은 허탈해하고 웃고 그랬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상에서 누리꾼들은 '나도 중대보도한다, 나 오늘 휴가간다', '나도 중대보도한다, 나 오늘 여자 친구하고 저녁밥 같이 먹는다'고 하는 등, 상당히 기막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은 '김평남'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고영환: 지난 17일 한국의 통일부가 김정은 체제의 당, 정, 군 최고위 간부 106명의 배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106명중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 35.5%로 1등,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이 17.7%로 2등이었습니다. 출신지역으로는 평안남도가 18.6%로 1등, 평양시가 16.3%로 2등이었습니다. 남녀 비율로 보면 남성이 94.3%로 1등이었고, 여성은 불과 5.7%였습니다. 종합해 보면 북한에서 출세하려면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오고, 평안도나 평양시 출신이어야 하며, 남성이어야 한다, 이를 줄임말로 하면 김대의 김, 평양시의 평, 남성의 남, 그래서 '김평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 후부터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해왔는데, 이건 구호상으로만 그랬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실제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에서는 성분이 좋아야 하고, 성분이 좋아야 좋은 대학에 가고, 그래야 출세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수십년동안 자본주의 나라보다 더욱 극심한 계급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절대다수의 인민들은 괄시받고 천대받고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노동자는 평생 노동자, 농민은 평생 농민, 간부는 평생 간부' 이런 말을 사람들은 많이 했거든요. 성분이 나빠서 좋은 대학도 못 가고, 당원도 못 되고, 간부는 생각도 못하는 데 주체사상에서는 '운명의 개척자'라고 하는 걸 보고 저는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이런 생각을 북한에 있을 때도 했었습니다. 정말 능력에 따라 우대받는 정책을 펼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 그리고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 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