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주 정전협정일을 기념해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무기 전시회를 열고 각종 신무기도 선보였는데요.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신무기 및 북중러 간 밀착관계를 과시한 것이 주목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달 27일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일을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했는데요. 먼저 이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으며 북한이 지난달 27일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 및 러시아 대표단들과 열병식을 관람했습니다. 북한은 화성-17형, 화성-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들과 함께 두가지 종류의 무인기들을 선보였는데요. 이들 무인기들은 김정은 총비서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달 26일 함께 찾은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었습니다. 이들 무인기들은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RQ-4 글로벌호크와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거의 유사한 모습의 무인기들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들 무인기들의 비행 영상을 내보내며 무인정찰기의 명칭을 '샛별-4형', 공격형 무인기는 '샛별-9형'으로 소개했습니다. 미국 고고도 정찰기 'RQ-4 글로벌호크'와 무인 공격기 'MQ-9 리퍼' 명칭에 들어간 숫자와 동일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화성-18형을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 중대가 이끌고 들어섰다고 설명하면서 "적대 세력들의 각이한 반공화국 핵전쟁 위협과 도발적인 침략 행위들을 철저히 억제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공화국 전략 무력의 가장 강력한 핵심 주력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목용재: 이날 열린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직접 연설을 하지 않았고 눈물도 보였습니다. 최근 들어 김 총비서가 직접 연설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데요. 이에 대해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28일 중앙통신이 보도한 7.27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을 하지 않았고 대신 강순남 국방상이 연설했습니다. 연설에서 강순남은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는 등 강경 발언들을 이어 나갔습니다. 김 총비서는 열병식 뿐 아니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한 담화·오찬·연회에서도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하지 않은 이유로 저는 두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가한 이른바 '전승절'에서 김 총비서가 연설을 하면서 미국을 비판하는 강성발언을 하는 경우 러시아, 특히 미국과 현재 충돌하고 있는 중국의 부담을 너무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봅니다. 다시 말해 중국 측을 배려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북한에서 아사자가 생겨나는 등 식량난, 경제난이 심화되고 여기에 신형 코로나까지 재확산되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인민들에게 내세울만한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없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시선을 끌었는데요. 김 총비서는 2020년 열병식 당시에도 연설을 하며 울컥하는 장면을 연출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애국가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우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인민들에게 더는 내줄 것이 없는 김 총비서가 인민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눈물로, 그리고 감정으로 호소하는 '감성정치'의 일환으로 판단합니다.
목용재: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김정은 당 총비서와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북중러,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북러 간의 관계가 밀착돼 주목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정전협정체결 70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 축하대표단 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북한으로 치면 최고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나란히 주석단에 서서 열병식을 사열했습니다. 6.25 전쟁을 일으키는 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중국과 과거 구소련이었던 러시아의 대표단이 정전 70주년을 북한과 같이 이른바 '경축'하는 모습이 참으로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번 정전 70주년 기념행사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준 행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대표단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나라들에게 국회부의장은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합니다. 저는 중국이 고위급 군사대표단을 보내지 않고 그저 그런 급의 대표단을 보낸 것은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말자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결과라고 봅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리고 있는 러시아가 그 전쟁의 책임자인 국방상을 북한에 보낸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쇼이구 국방장관을 평양에 보낸 이유는 전쟁 수행에서 필요한 무기, 구체적으로는 포탄, 방사포 및 방사포탄, 자동총탄, 지뢰 같은 탄약의 부족량을 북한으로부터 채우기 위한 의도라고 판단합니다. 북러 간의 군사적 협조가 강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목용재: 열병식에 앞서 개최된 무기전람회도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미국의 무인기와 유사한 형태의 신무기들이 포착됐죠? 이것이 어떤 의미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이번 7.27행사에서 북한은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선보였습니다. 지난 27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사진에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의 동체 모양과 흡사한 기체들이 등장했습니다. '북한판 글로벌호크'는 한국 공군이 미국에서 4대를 도입해 운용 중인 RQ-4와 기체 모양이 거의 동일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글로벌호크 설계도를 해킹 등의 수법으로 절취해 비슷하게 만든 것 같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무인기의 정확한 제원은 파악되지 않았는데요.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RQ-4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 무인정찰기입니다. MQ-9 리퍼와 기체 모양이 흡사해 '북한판 리퍼'로 볼 수 있는 북한 무인공격기 기체 하부에는 양쪽에 최소 10발 이상의 폭탄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인기도 미국의 MQ-9 리퍼와 워낙 흡사해 미국 설계도를 입수해 복제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호크 정찰기와 리퍼 무인 공격기 같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도 현재 만들지 못합니다. 북한이 실제로 이런 최첨단 무인기를 만들었는지, 모양만 비슷한 것을 만들어 과시용으로 쓰는 것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상황에서 북러 무기거래설에 한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북러 간의 밀착도 이런 상황과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영환: 물론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정황들이 나오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일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거나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지원하고 관여하는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북·러 간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우리 자체적으로 파악한 사실관계와 관련 법상 요건 충족 여부 등을 포함한 제반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소통하는가라는 기자의 질의에 한국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 소통을 하고 있다"며 "독자 제재에 필요한 자체 정보뿐 아니라 유관 기관의 동향 보고, 요건 충족 여부를 포함한 전반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침략자인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조를 강화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번 정전협정일 기념행사에서 가장 주목된 장면은 북러 사이의 밀착관계였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지속적인 핵개발 및 도발을 벌이고 있는 북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국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국가들끼리 뭉쳐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북러의 밀착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 봐야 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