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시작?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3.09.15
[시사진단 한반도] 북,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시작?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동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장소는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지였다는 점에서 주목됐는데요. 이와 관련해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달 말 공식적으로 국경을 개방한 이후 김정은 당 총비서의 첫 번째 해외 방문 국가는 러시아였습니다. 양 정상이 만나 어떤 발언을 주고 받았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로씨야) 대통령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2019 4월 두 사람의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이후 약 4 5개월 만에 또다시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입니다. 정상회담 시작 발언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러시아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고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김 총비서는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이번 회담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또한 우리는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의제를 갖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가 다방면적인 분야에서 관계가 밀접해 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의 정상 회담에 대해 매우 특별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며 정상회담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경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은 확대 및 단독 회담을 포함해 두시간 정도 진행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상회담이 모스크바나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도시에서 진행되지 않고 우주기지에서 진행되었다는 점과 회담 시작 전 푸틴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주요 시설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입니다.

 

목용재: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특히 북러관계의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또한 특보께서 주목하신 발언이 있었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는 회담 시작 발언에서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신성한 전쟁을 벌리고 있으며 북한 지도부가 전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김 총비서의 이번 러시아 방문과 그의 발언에서 주목하는 점은 세계적인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 이후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첫번째 방문지로 선택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가 정상회담 시작발언에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사실 북한 정권을 이제까지 유지하게 하고 지켜 준 나라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북중 국경을 완전하게 틀어막고 친선 송유관 등을 폐쇄하였다면 지금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중국을 무시하고 코로나 대유행 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선택하였고 북한의 최우선 순위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라고 한 발언은 충격적입니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김정은 총비서의 해당 발언을 전해 듣는 순간 얼마나 분노가 치밀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명백합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이날 정상회담이 주목받은 것은 회담 장소가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지였다는 점 때문인데요. 이는 무엇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영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 총비서는 푸틴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지시설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하였고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우주발사체 조립 시설과 발사 단지를 참관했습니다. 러시아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우주기지의 최신 로켓 안가라의 조립, 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현재 건설 중인 안가라 발사 단지 등을 돌아봤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러시아의 로켓 기술에 많은 호기심을 나타냈습니다. 김 총비서는 로켓 시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로켓 부품의 크기나 작동 방식, 추력, 발사체 직경 등을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김 총비서가 우주기지를 방문하는 모습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 27일 이른바 전승절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총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참관하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저는 이번 김 총비서의 러시아 우주기지 참관 모습과 쇼이구 국방장관의 북한군 무장 장비 전시회 참관 모습들은 지금 두 나라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대로 밝혀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무기전시장 참관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절실히 필요한 각종 무기장비를 러시아에 지원, 혹은 판매하기를 원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나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것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에 이른바 정찰위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회담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 지각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날은 김 총비서보다 먼저 회담 장소에 도착해 기다렸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상황이 절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총비서보다 정상회담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해서 주목됐습니다.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소인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낮 12 30분께, 김 총비서는 약 30분 뒤 도착했습니다. 과거 정상회담들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지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4시간 15, 2018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 30분 각각 늦은 바 있으며 2016년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1시간 45, 2019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 가까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푸틴은 지각대장이라 불려왔습니다. 그런 그가 김정은 총비서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것입니다. 저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보다 먼저 회담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린 것은 그만큼 푸틴 대통령이 현재 궁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분석합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는 막대한 인명과 탄약, 포탄의 손실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도와주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북중러 관계의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저는 북러 정상회담이 북중관계를 더 멀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분석합니다. 중국이 이제까지 북한을 보호해 주고 위해 주었는데 그런 중국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먼저 연대한 북한을 중국 지도부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현재 미국과의 마찰, 유럽연합(EU)과의 마찰 등으로 중국 경제는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경제, 국방공업 등을 시원하게 도와주지 않는 중국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중러는 서로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시위하고 싶어 하지만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 공동전선이 형성되기에는 3국 간 너무나 많이 다른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대러시아 교역 비중은 지난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1%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러시아를 북한의 대외정책 1순위로 삼겠다는 김 총비서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번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향후 행보,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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