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동해로 목선 타고 귀순한 탈북민 일가족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한국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한국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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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26일 북한 주민 4명이 동해를 통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을 요청했습니다. 바닷길을 통해 탈북을 시도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이들이 실제 귀순을 목적으로 남하한 것인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 주민 4명이 동해를 통해 넘어와 귀순을 요청했는데요. 먼저 이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 지난 24일 소형 목선을 탄 북한 주민 4명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내려와 한국에 귀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여 귀순 의사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이날 오전 5시 30분경 육군 감시 레이더로 문제의 어선을 조기 식별했습니다. 그 당시 군 당국은 북한 목선 귀순과는 별개로 이른 새벽부터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한군의 이상 동향을 포착하고 동해상에 정찰기와 함정을 파견해 둔 상태였지만 이들 자산을 월남한 목선 가까이로 이동시키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목선은 오전 6시 30분경 한국군의 열상감시장비에 그 형상이 식별됐습니다. 그 이후 7시 10분 경에는 강원도 속초 동쪽 약 11km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도 이 목선을 발견해 해양경찰에 이상한 배가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속초 해양경찰은 '이상한 배가 있다'는 어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여성 3명과 남성 1명 등 북한 주민 4명이 탄 배를 확인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배는 7.5m 길이의 나무로 만들어진 전마선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에서 온 4명이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언론에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귀순을 시도한 건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에 서해를 통해 북한 어선 1척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귀순한 후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목용재 : 동해로 넘어 온 북한 주민들의 첫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현재 그들은 귀순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 겁니까?

고영환 :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 어선을 처음 육안으로 발견한 것은 그 근처에서 조업을 하던 한국 어선들이었습니다. 해양 경찰과 한국의 어민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초 신고는 오전 7시 10분경 북한 목선과 꽤 떨어진 거리에 있던 어선에서 이뤄졌습니다. 조업 중이던 한국 어민은 "이상한 배가 있다"며 해양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두 번째 신고는 이로부터 약 5∼10분 뒤 목선과 가까이 있던 다른 어선에서 조업하던 어민 임재길 씨가 했습니다. 임 씨는 "작업하다가 7시 15∼20분쯤 바다를 둘러보는데 이상한 배가 하나 있었다"며 "'한국에서 저런 배는 못 봤는데' 싶어 궁금해서 다가갔는데 그쪽에서도 나를 보고 오는 것 같았다"라고 접촉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목선에 타고 있던 남성은 임 씨에게 "여기가 어디냐"라고 물었고 임 씨가 "강원도 속초"라고 답하자 남성은 배를 임 씨 어선에 붙여 밧줄로 두 배를 묶었다고 합니다. 임 씨는 이 북한 남성에게 생수와 담배를 건넸습니다. 일행 중 젊은 여성은 임 씨의 한국 배를 보면서 "한국 배가 참 좋네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속초 해양경찰은 북한 어선에 여성 3명과 남성 1명 등 북한 주민 4명이 7.5m 길이의 나무배에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신병을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현재 군, 경찰,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서 신문을 받고 있습니다. 신문에서는 이들이 간첩은 아닌지, 진짜로 탈북한 사람들이 맞는지를 조사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하나원에 들어가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면서 한국 사회 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한국사회에 진출하게 됩니다.

목용재 :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 대부분이 육지를 통해 탈북했습니다. 동해나 서해의 바닷길을 이용하는 탈북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들이 바닷길을 선택하는 이유, 무엇이 있는 겁니까?

고영환 : 이전 시기 북한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탈북민들은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 혹은 동남아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오는 사례입니다. 현재까지 한국측으로 온 탈북민들의 숫자는 3만 4000명을 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했고 중국 역시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을 통해 제 3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검열을 심하게 하면서 북중 국경을 통해 한국으로 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탈북에 성공하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탈북 비용도 엄청나게 오르면서 중국으로의 탈북이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서해나 동해로 탈북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 그리고 해군의 경계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 서해로 넘어오는 경우 비용이 얼마 들지도 않고 북한 지역을 떠난 지 수일, 운이 따르면 북한을 떠난 당일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 주민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자 한국 해군의 경계 작전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 주민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면서 한국 해군의 경계 작전이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속초 앞바다까지 내려왔지만 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군이 아니라 민간 어선으로 이들이 북한 목선을 발견해 신고한 이후 한국 당국의 조치가 있었습니다. 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합동참모본부는 10월 24일 새벽 동해상의 '의심 선박'을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 등 감시 장비로 포착하고 오전 5시 30분께부터 작전 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로 포착된 해당 선박은 어선 신호가 없어 의심 선박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며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소형 북한 목선을 찾지 못했고 이런 와중에 민간 어선이 북한 배를 신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군 관계자는 "서해 북방한계선에는 섬이 많고 짧아 경계·감시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동해는 섬이 없고 북방한계선 길이가 400km가 넘어 북한 소형 목선이 넘어오는 것을 모두 잡아내기 어렵다"며 "게다가 먼 바다에 있는 소형 목선은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저는 목선이 7m 정도로 작은 배이고 재질이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나무이기 때문에 군이 작은 목선들을 감별해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을 정지해 무인기 등 공중정찰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19 합의는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등을 계기로 이미 그 효력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가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 수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2023년 3분기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4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9월 말까지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총 1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명 대비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지난 24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3분기에 입국한 40명 중 남성은 3명, 여성은 37명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1~2022년은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병에 따른 북중 국경봉쇄, 중국 내 이동 제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입국자 수가 이례적으로 적었다며 올해 들어 국내 입국 탈북민의 숫자가 증가한 이유로 북한의 국경 봉쇄가 부분적으로 해소되고 중국 내 이동 제한이 풀린 것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코로나 감염병으로 취해졌던 이동 제한이 북한과 중국에서 느슨해지면서 탈북민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모든 탈북민을 한국정부가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번 해상 탈북 성공 소식이 북한에 전해지면서 동, 서해로 탈북하려는 시도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이번에 동해로 귀순한 4명의 북한 주민은 남성 1명과 여성 3명으로 구성된 일가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일가족이 함께 한 선박에 탑승했다가 적발되면 중대한 범죄로 취급된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팍팍한 삶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