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2022년 국경봉쇄 지속하며 ‘레드라인’ 넘지 않을 것”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1.12.24
[시사진단 한반도] “북, 2022년 국경봉쇄 지속하며 ‘레드라인’ 넘지 않을 것”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청년들의 횃불행진 영상에서 '대진군, 과학기술,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행진에 등장한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2022년 한반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안보부처들은 내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올해의 마지막 방송,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2022년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만큼 내년 한반도 및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이 한반도 정세 전망을 내놨죠? 이 내용 소개해주시죠.

고영환: 한국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지난 21일 ‘2022년 국제정세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외교안보연구소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북한과 단발성 대화를 할 것이나 비핵화 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구소는 2022년에 미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 내 정치, 경제 위기 대응에 정치력을 집중할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같은 이른바 ‘레드라인’, 즉 붉은 선을 넘지 않는 한 미국의 실무팀 수준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구소는 북한이 2022년에 플루토늄탄, 고농축우라늄탄, 수소폭탄 및 전술핵무기 등 다양한 핵탄두와 새롭게 개발 중인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시험이 필요할 것이나 2022년에는 강경 도발에도, 대화에도 나서지 않은 채 미국의 양보와 이른바 ‘새로운 셈법’ 제시를 요구하며 미국과 대치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구소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주의’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 배경으로 북한이 올해 대대적으로 사상 깜빠니아를 펼쳤고 김정은 당 총비서의 사상적 위대성을 칭송하는 횟수가 신문, 방송 등에서 부쩍 늘어난 것을 들었습니다. 외교안보연구소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22년에 북한이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비루스 전염병으로 인한 자체적인 봉쇄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연구소는 “북한이 농업자재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 모내기를 앞두고 관련 자재를 수입할 것”이라며 “다만 경제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2022년에는 자체 국경봉쇄를 중단하고 무역활동을 재개하여 인민생활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목용재: 한국 통일부도 지난 22일 서울에서 내신기자들을 상대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어떤 전망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한국 통일부가 지난 22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에서 최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지난 1990년대 수준의 경제난이 닥쳐야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태도를 바꾸겠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지영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활동의 핵심인 원유 및 비료의 수입량과 관련해 “원유는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도입되고 있고 비료도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북한 내 생산량이 늘었으며 올해도 해상으로 비료를 수입했다”면서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인한 현재 북한의 경제 침체가 산업 마비 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집권 초반에는 경제가 비교적 좋았지만 집권 후반기에는 경제가 악화됐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부터 2016년까지 매년 1%대의 경제성장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강화된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4.5%까지 추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감염병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북한은 그럭저럭 버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내년에도 외화 확보를 위한 해킹에 전념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지난 22일 ‘2022년 북한 사이버 범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내년에도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사이버 공격에 전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사에서 더 디플로맷은 ‘수년에 걸쳐 북한은 정부 웹사이트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을 비롯해 국가 의료서비스 및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공격의 폭과 성공 및 정교함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잡지는 2022년에 북한 당국이 외화 확보를 위한 피싱 공격, 즉 비밀번호와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갈취하는 범죄 수법 등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마크 배리 국제세계평화학술지 부편집장은 지난 22일 전자우편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사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북한이 주류 은행을 공격하기보다 자금을 훔치는 더 쉬운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표적으로 삼는 해킹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전반적으로 사이버 절도와 인프라, 즉 각종 기반시설에 대한 북한의 해킹은 2022년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이 가상공간에서의 범죄를 통하여 다른 나라, 다른 기업들의 돈을 훔쳐가면서 전세계의 규탄을 받고 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는 내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대응, 내년에는 좀 달라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두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내부적인 부분인데 북한은 내년에도 자력갱생, 자력자강을 통한 정면돌파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이 핵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고 이 경우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거나 완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핵을 포기하거나 부분적인 핵포기를 선언하면서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신형 코로나 확산에 대한 대응은 올해처럼 국경봉쇄, 지역봉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이 대외적인 부분인데 미국은 지금 중국, 러시아 등 대외문제와 신형 코로나, 경제위기 대응 등에 정신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문제에 신경을 더 쓸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도 일정한 수준의 대미 및 대남 도발은 하겠지만 붉은 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북한 내 사정이 긴급하게 돌아가거나 대외 환경에서 큰 변화가 온다면 대형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의 외교안보 부처들이 내년 업무보고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이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의 통일부가 외교·국방부와 함께 '2022년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의 업무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지난 23일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내년 초까지 현재의 교착상황이 지속되면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의 모멘텀, 즉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통일부는 "남북관계, 비핵화, 평화체제의 포괄적 진전을 통한 흔들리지 않는 한반도 평화의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종전선언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고 남북관계 발전도 추구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신형 코로나 감염증 확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도록 남북 영상회담 등 '안전회담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보고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종전선언을 포함한 신뢰 구축 조치, 대북 인도적 협력 등을 위한 유관국과의 공조·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목용재: 해가 거듭해 지나가고 있지만 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공전과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다가 때로는 뒷걸음질을 치기도 합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내년에는 남북, 미북관계가 진전되고 북한인권도 개선되길 기대해봅니다. 2021년 마지막 방송,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새해에도 고영환 연구위원과 함께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위원님 연말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