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 살아 있어도 강성대국은 못 했다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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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_nation_305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새해를 맞은 평양시내 모습을 방영하면서 `강성대국 자력갱생'이라고 적힌 입간판을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2012년 강성대국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김정일에게 강성대국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하고 삼년상을 치른 뒤 1998년에 북한의 공식 지도자가 된 김정일이 북한 인민에게 내놓은 목표가 이른바 ‘강성대국’이었습니다. 강성대국은 북한식 표현대로 하면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고,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없는 북한은 기둥이 없는 나라나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북한을 통치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필요했던 것은 인민에게 큰 희망을 주는 것이었죠. 그게 강성대국이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에서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전병호 비서의 말을 인용한 데 따르면, 2백만 내지 3백만의 주민이 굶어 죽었습니다. 북한 인구의 10분지 1일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은 거죠. 김정일 위원장은 희망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는 북한 인민을 통치하기 위하여 ‘강성대국’ 구호를 제시한 것입니다. 김정일에게 강성대국이라는 목표는 북한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14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강성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죠.
김정일 사망 후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일이 북한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 핵무기와 인공위성, 그리고 정신력이라고 했습니다. 항상 선전선동을 과장해서 하는 북한도 차마 김정일이 가장 강한 경제와 모든 것이 남아돌고 흥하고 세상에 부러움 없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주었다고 하진 못했던 거지요. 이제 강성대국을 선포할 날이 4개월도 채 안 남았습니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하겠다는 건데요. 지금 북한은 유엔과 미국, 그리고 남한과 유럽연합 등에 식량과 일용품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물론 평양시 건설이나 희천 발전소 건설은 현재 진행이 많이 됐습니다.
김정일의 2011년 상반기 공개 활동 63차례 중 경제 부문 활동이 28회에 달할 정도로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형편은 낳아지질 않았죠. 북한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후계자에게 나라가 넘어간 것이죠.

박성우: 김정일의 사망으로 '강성대국 수립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고영환: 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세계 전문가들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북한의 지도간부들도 믿지 않았고, 주민들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북한을 절대 권력으로 이끌어 오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그의 권력은 이제 27세 난 김정일 위원장의 막내아들 김정은에게로 넘어간 상태죠. 옛날 봉건왕조에서도 맏아들을 재끼고 둘째나 막내아들에게 권력이 넘어간 경우, 그 권력이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은 중국과 마카오를 오가고 있고,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은 장례식 기간 중 텔레비죤 화면에도 나타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은 주관도 없고,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고, 자신의 권력 기반도 약하죠.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넘겨받은 건 핵과 장거리 미사일뿐입니다.
북한에는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과 기업소가 없다 싶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거덜 난 경제를 넘겨받은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그래서 북한은 장례식을 하면서 ‘선군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한 겁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에 진입하였다’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강성대국 진입의 해’나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 등과 같이 표현을 여러 가지로 바꿀 순 있겠죠. 그러나 진정한 개혁 개방이 없이 강성대국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일이 살아 있었다면, 2012년 강성대국 계획은 가능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앞에서도 말을 하였지만, 김정일이 살아 있었어도 강성대국은 불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평양에 만수대 지구를 건설하고 희천 발전소 등 몇 개의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해서 강성대국이 건설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겁니다. 핵무기를 수천 개 가지고 있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들을 수만 개 가지고 있던 소련도 망했잖아요. 북한이 일반 경제가 다 파탄 난 상황에서 이제 4개월밖에 안 남은 시간에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거죠.

박성우: 강성대국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힘든 상태라면, 북한 당국이 현 상태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나라를 흥하게 만들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선군’이 아니고 ‘선민’ 그러니깐 인민을 앞세우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군정치를 계속한다면 민심을 얻을 수 없는 거지요. 옛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잖아요. 2010년부터 전아랍과 중동 세계를 뒤흔든 시민혁명이 있었죠. 2011년에 4명의 독재자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합치면 5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해서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그래야 강성대국의 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실장님은 북한에서도 살아 보셨고, 지금은 남한에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학술활동 차원에서 현재는 외국의 학자와 전문가들과도 자주 만나시는데요.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북한이 강성대국이라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외국 사람들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먼저, 통계 수치를 한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은 2011년 12월22일 ‘북한의 딜레마, 경제강국 건설과 시장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2012년 4월에 달성하려했던 목표는 북한 경제가 최고조에 올랐던 1980년대 초중반에 이미 달성하였던 목표들입니다.
2012년 북한이 달성하려던 목표 중 가장 근접하게 도달한 것이 곡물 생산과 전력 생산인데요. 이게 1980년대 중반의 70퍼센트대에 올라가 있고요. 가장 중요한 철광석, 강철, 비료 생산량은 1980년대에 비해 10에서 20퍼센트대에 머물러 있거든요. 한국은 1980년대에 비해 경제가 수십배나 발전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지금도 세계에 식량과 물자를 지원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어요. 이런 나라가 강성대국을 건설한다고 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많이 웃죠. 외국의 전문가들, 특히 북한과 친하다는 중국의 전문가들까지도 북한이 강성대국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걸 여러 번 들었습니다. 북한은 지금 선군정치를 한다고 하는데요. 현재 어느 나라가 전쟁을 하고 싶어 합니까? 사실 군대를 그렇게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거든요. 군인 수를 줄이고, 외국에 문을 열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개혁과 개방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실장님도 말씀하셨지만, 북한에는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지요. 이런 상태에서 강성대국을 하고자 한다는 건 한낱 정치 구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김정일 시대의 북한이 이런 정치 구호만 계속 쫓아갈 것인지, 아니면 개혁과 개방을 선택해서 인민의 삶을 높이는 데 신경 쓸 것인지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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