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산물 계획량 미달자 어업금지 조치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8.08
NKNowEdit.jpg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인근 해상에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을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북한의 장사꾼들, 요새 돈이 잘 돌지 않아 참 많이 힘들다면서요. 북한 주민들 속에서도 요즘 장마당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논란이 많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20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북한은 장마당 운영시간을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장마당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장마당 운영시간 제한에서 찾고 있는 것 같은데 꼭 그런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소비품 생산을 늘린다면서 중국에서 원자재들을 사들여 완제품으로 만들어 국산품으로 둔갑시킨 후 상표만 바꾸어 장마당에서 많이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판 상품의 수익은 고스란히 김정은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 갔습니다.

확대 재생산에 써야 할 자금까지 다 김정은에게 빼앗기다 보니 그나마 돌아가던 경공업 공장들도 원자재를 구입할 자금이 없어 모두 멎어버렸습니다. 국산품을 애용하라며 인민들의 애국심에 기댄 김정은의 감성 팔이가 꽤나 먹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소위 껍데기만 국산인 경공업제품을 많이 사서 썼죠?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장마당에서 회전돼야 할 중국인민폐나 달러가 모두 김정은의 주머니로 흘러들다나니 장마당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지난해 농사가 잘된 것도 장사가 잘 안 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제2의 화폐라고 불리던 식량이 회전을 못하고 있으니 장사가 잘 될 수가 없죠. 김정은이 장사를 단속하지 않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사를 허용했으면 장마당이 잘 돌아가도록 돌보는 것도 지도자의 몫입니다. 장사가 잘 돼야 인민들도 근심 없이 살 수 있고 인민이 잘 살면 김정은도 국제사회에 구걸바가지를 내밀지 않아도 돼 서로가 좋지 않겠습니까?

지도자와 인민이 호흡을 맞추고 다 같이 잘사는 사회, 사회주의 부귀영화라는 게 그런 거지 뭐 딴 게 있겠습니까? 자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건설은 여기저기 잔뜩 벌려 놓았는데 자금은 말랐지, 노동당 7차대회 전으로 무조건 완공하라던 ‘위연-못가’ 사이 백두산관광철도는 아직도 건설 중이라고 합니다. “만리마를 탄 기세, 새로운 평양속도라는 게 겨우 이런 것 아니겠느냐”는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비난도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건설공사를 벌려놓기만 하고 제때에 끝내지 못할 경우 지도자로서 김정은의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김정은 역시 이런 사정을 깨달았는지 돈이 새어 나갈만한 구멍은 다 틀어막았다고 합니다.

한 푼의 외화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김정은 정권은 해산물이 개인들에게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데 “그로 인해 바닷가 어부들과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최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지금 한창 낙지(오징어)철인데 청진시만 해도 수산사업소의 대형어선들이 잡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몫을 수산협동조합의 소형 어선들이 잡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형 어선들은 수산협동조합에 이름만 걸어 놓았을 뿐 사실상 소유주는 개별적인 어민들이라고 합니다.

바닷가 어민들의 돈벌이는 한여름 낙지잡이 철이 기본인데 북한 당국은 그들이 잡아들인 낙지를 모조리 빼앗아 내고 대신 강냉이나 밀가루, 식용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함경북도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또 “밀가루나 강냉이, 식용유를 현장에서 직접 맞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수산협동조합에서 낙지를 정량대로 수매했다는 확인서를 가지고 가면 주변 ‘외화벌이사업소’와 ‘5호 관리소’들에서 질이 나쁜 것으로 준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보통 소형 어선을 보유하고 있는 선주는 5~7명 정도의 어민들을 고용해 바닷가에 나가는데 북한 당국은 어선 한 척당 생물낙지로 1톤, 배의 크기에 따라서는 선원 한 명당 생물낙지 1백kg씩 바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바닷가는 날씨가 해주기 탓이어서 자칫 배를 타고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많다”며 “빈손으로 들어오는 소형어선들은 다음에 바다에 나갈 수 있는 어업확인서를 떼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번 빈손으로 들어온 어선들은 다시 낙지잡이를 나가기 위해 밀린 몫까지 다 갚는다는 조건에서 어업확인서를 받아낸다며 결국 바닷가에 나갔다 해도 자기 배가 없는 영세어민들은 빛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낙지는 소형어선을 타고 7시간 정도 넓은 바다에 나가야 많이 잡을 수 있는데 잡은 낙지는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해 산채로 그물망에 넣어 그날 중으로 소형 어선으로 끌고 와야 한다며 때문에 배가 뒤집힐 위험이 매우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낙지잡이 철이면 북한의 영해에 중국 어선들이 떼를 지어 몰려드는데 낙지는 밝은 불빛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다며 중국 어선들은 워낙 조명이 밝아 북한의 소형어선들은 중국 어선들을 따라다녀야 겨우 낙지를 잡을 수 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중국 어선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낙지를 잡기 위해 북한 어선들을 쫓아내기 일쑤라며 자기 영해에서 남의 나라 배에 쫓겨 다녀야 하는 것이 북한 어부들의 불쌍한 신세라고 소식통은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습니다.

북한의 해안 경비정들은 자기 영해에 들어 온 중국 어선들을 쫓기는커녕 오히려 북한 어부들이 잡은 낙지를 중국 어선들에 팔아넘기지나 않는지 눈을 밝히고 있다며 어선들이 부두에 도착하면 먼저 어민들의 몸부터 수색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만약 어민들의 몸에서 중국 인민폐나 다른 물품들이 나오면 잡은 낙지를 중국 어선들에 판 것으로 인정하고 어업확인증을 회수한다며 한번 어업확인증을 빼앗긴 배들이 다시 바다에 나가려면 적어도 중국 인민폐 3천 위안을 벌금으로 바쳐야 한다고 그는 폭로했습니다.

“낙지잡이 어선들은 한 번에 열척, 스무척씩 조를 지어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무리를 지어 다니다 나니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협동조합들마다 어민들의 해상 탈북을 막기 위해 조를 무어 서로를 감시하면서 집단적으로 어업활동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기존에는 북한 당국이 어민들로부터 말린 낙지를 거두어 갔지만 지금은 생물낙지를 그대로 넘겨받아 두만강을 통해 중국에 팔고 있다며 생물낙지는 크기가 35센티 이상 되는 것만 받아내 어민들에겐 팔지 못할 작은 낙지들밖에 차례지는 것이 없다고 소식통은 한숨지었습니다.

청진시는 낙지잡이가 시작된 7월 중순에 벌써 어선 세척이 전복되었는데 선원들이 중국어선에 의해 구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또 8월 초에도 파도에 밀려난 어선과 어민들이 러시아 해상수비대에 구조되는 등 낙지잡이를 둘러싼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당국은 수산물 생산량을 늘린다는 구실아래 어민들을 위험한 바다에 내몰아 해마다 청진시에서만 낙지잡이 철이 되면 2백여 명의 어민들이 사망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어민들은 “낙지잡이는 사람 잡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해 오늘도 북한의 날 바다에서 낙지잡이에 생사를 걸고 있을 어민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대하며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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