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납된 ‘8.3비’ 현금으로 강요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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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북한 인민군 장병과 근로자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북한 인민군 장병과 근로자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최근 들어 방만한 공사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이 ‘3.12 상무’를 동원해 공장기업소들에서 ‘8.3비’를 거두어들이고 있어 노동자들로부터 2중 착취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이 평양에서 인민군 열병식을 포함해 ‘노동당창건 70돌 기념행사’를 요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창건 70돌’과 관련한 지방의 분위기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는데 최근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특별히 달라지거나 진전된 사항은 없는지요?

문성휘: 네, 요즘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의 처형설이 나도는 등 북한 내부에서 엄청난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음이 강조되고 있지 않습니까?

현영철의 처형에 앞서 4월 초에도 김정은 정권은 인민무력부 간부 20여명을 숙청했다고 합니다. 숙청된 간부들이 외화벌이와 관련돼 있어 자금난이 심각해진 김정은 정권이 간부들에게 책임을 따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노동당 창건 70돌을 치러야 할 김정은 정권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자금난을 해소를 위해 간부들을 본보기로 숙청까지 해가면서 외화벌이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도 그렇지만 살림집 건설을 맡은 지방당국도 상당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이 지방의 건설에 대주는 건 시멘트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재 북한의 지방 간부들은 노동당 창건 70돌까지 내부공사는 끝내지 못해도 외부공사까지는 어떻게 하나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는데요. 대책의 하나로 기존 아파트 설계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 함경북도 당국이 ‘청진백화점’ 옆에 건설하려던 20층짜리 건물들을 12층으로 축소했는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에 승강기를 설치하려던 계획도 모두 철회했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20층짜리를 12층으로 축소했지만 12층이라도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모두 걸어 다녀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현재 지방에는 설령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라고 해도 전력사정으로 인해 모두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렇군요. 당 창건 70돌전으로 무조건 건설을 끝내라고 하면서도 필요한 자금이나 자재를 대주지 않으니 지방 당국들은 기존에 계획했던 아파트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말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건설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허덕이던 지방 당국에 단비를 뿌려주는 것과 같은 길을 터주었다고 하는데요. 그게 바로 ‘3.12 상무’를 동원해 ‘8.3비’를 강제로 거두어들이도록 한 조치라고 합니다.

오중석: ‘3.12 상무’라고 하면 예전에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문성휘 기자가 여러 차례 다루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꽃제비와 무직자들을 단속하는 조직이 아닌가요?

문성휘: 네, 2014년 3월 9일에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선거를 치렀습니다. 선거 후 북한 당국은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을 제외한 모든 주민들이 선거에 참석했고 100% 찬성투표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인민군 탈영병들, 무직자와 거주 불명자, 꽃제비들을 비롯해 선거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이야기였고요. 선거가 끝난 직후인 3월 12일 이러한 보고를 받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새로운 상무를 조직하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지시한 날짜를 붙여 ‘3.12 상무’를 조직했는데요. 이런 ‘3.12 상무’가 최근에는 공장기업소들을 돌며 ‘8.3비’를 거두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네, 문 기자 얘기를 통해 ‘3.12 상무’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는데 ‘8.3비’라는 건 또 뭔가요? 그리고 왜 ‘8.3비’를 ‘3.12 상무’가 거두고 있는지 좀 설명해주시죠.

문성휘: 북한에서 ‘8.3비’는 ‘8.3 인민소비품’을 생산해 얻은 이익금을 뜻합니다. ‘8.3 인민소비품’은 공장기업소들에서 생산을 하고 남은 자투리나 폐자재들을 이용해 만든 생활소비품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4년 8월 3일 평양시 ‘경공업제품 전시회’를 현지 지도하면서 자투리와 폐자재를 이용해 인민소비품을 만들데 대해 지시했고 김정일의 지시날짜를 따서 ‘8.3 인민소비품’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8.3 인민소비품’은 원래의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원료와 자재, 전기가 없어 공장이 돌지 못하자 북한은 일감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8.3 인민소비품’을 만들어 팔아 그 수익금을 바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오중석: 네, 그러니까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돈을 벌어서 그 돈을 바치라는 얘기 같은데 원료자재도 없고, 전기도 없어 공장이 돌지 못하는 실정에서 노동자들이 무슨 방법으로 인민소비품을 만들어 내라는 건가요?

문성휘: 그러니까 일감이 없는 노동자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북한 당국이 이런 방법을 도입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2009년 화폐교환 이후 북한은 기존 3천원에서 5천원 사이이던 ‘8.3비’를 5만원부터 7만원 사이로 높였습니다.

오중석: 평균 노동자들의 월급이 2천5백원으로 알고 있는데 ‘8.3비’를 5만원에서 7만원으로 바치라고 하면 그 많은 돈을 노동자들이 어떻게 벌어들일 수 있습니까?

문성휘: 당연히 벌어들일 방법이 없죠. 북한은 이런 노동자들을 공장기업소에 출근해 건설부문이라는지 농업부문과 같은 사회적 노동에 동원되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런데 ‘8.3비’를 바치겠다며 집에서 버티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들은 정작 ‘8.3비’를 바치겠다고 하면서도 해당되는 5만원을 다 바치는 게 아니라 1~2만원만 내고, 지어 몇 달씩 돈을 바치지 않고 출근을 안 하는 노동자들도 많다는 거죠. 북한은 ‘3.12 상무’를 동원해 이런 노동자들이 그동안 미달한 돈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다는 건데요.

거둬들인 돈은 지방에서 건설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노동당창건 70돌전으로 제기된 건설을 완공해야 할 지방간부들은 막혔던 자금이 얼마간 풀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에 대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군요. 그런데 간부들 입장에선 긴급한 자금이 어느 정도라도 해결돼 다행스럽다 쳐도 당장 돈을 바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문성휘: 그래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3.12 상무’는 그동안 밀린 돈을 못 바치는 노동자들을 모두 무직으로 처리한다는데요. 무직으로 처리되면 ‘노동단련대’에 보내져 제일 힘든 건설장들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엔 돈 대신 현물을 바친 노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장기업소들마다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돈 대신 휘발유나 식량과 같은 현물을 받았다는 건데요. 이런 기회를 악용해 공장기업소 간부들은 개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3.12 상무’는 그동안 바친 현물은 모두 불법이라며 무효화하고 무조건 돈을 바칠 것을 강요해 이미 현물을 바친 노동자들속에서 2중적 착취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공장 간부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심각한 마찰도 빚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네, 요즘 북한당국이 얼마나 자금난에 시달렸으면 힘없는 노동자들로부터 ‘8.3비’를 강제로 거두겠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당 창건 70돌을 경축한다는 건설 사업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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