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골목장’ 없애라는 지시가 화만 키워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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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마당 모습.
북한의 장마당 모습.
PHOTO courtesy of Eric Lafforgue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골목장’을 없앨 데 대한 지시를 내리면서 평양과 북한의 지방 도시들에서 주민들과 인민보안원들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26일이죠.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 인민보안원들과 장사꾼들 간의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최근 한국의 한 북한전문 매체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는데요.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과 관련해 좀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네, 일단 함경북도 무산군은 북한에서 제일 큰 ‘무산광산’이 있어 인구가 12만 명이 넘는 비교적 큰 지방입니다. 무산군 장마당에서 주민들과 인민보안원들 사이에 충돌은 6월 26일에 일어났다고 소식통들이 확인해 주었고요.

함경북도 무산군에는 세 개의 장마당이 있다고 합니다. ‘무산장마당’과 ‘남산장마당’ 그리고 무산여자 중학교 앞에 있는 ‘성천강장마당’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사건이 벌어진 곳은 무산군에서 기본 장마당인 ‘무산장마당’ 주변이라고 합니다.

무산역에서 장마당으로 통하는 도로 옆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알려졌는데요. 골목장사를 하는 한 가정주부가 집 앞의 도로 옆에 잡화를 놓고 팔았는데 지나가던 보안원(경찰)이 가정주부의 물건을 회수하려들면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골목장사꾼의 물건을 회수하려는, 정확히 말하자면 빼앗으려는 보안원과 물건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주민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그런 다툼에 많은 보안원들과 주민들이 몰리면서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그렇습니다. 싸움의 단초가 된 여성의 남편이 당시 집안에 있었는데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달려 나왔다는 거죠. 초기 남편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호소하며 보안원에게 회수한 물건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안원이 도무지 사정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번지니까 화가 난 남편이 보안원과 크게 다투었다는 거죠. 또 보안원과 다툼이 커지자 주변에 있던 자전거, 오토바이를 파는 남성장사꾼들이 몰려들었다는 겁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장마당 장사는 대부분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곳에는 남자 장사꾼들도 여럿 있었던 모양이군요.

문성휘: 북한에도 젊은 남성들로 이루어진 장사꾼들이 꽤나 많습니다. 자전가나 오토바이를 팔고, 석탄과 땔감, 인력을 사고파는 장사꾼들은 모두 젊은 남성들입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 서로가 아주 끈끈하게 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렇게 젊은 남성들이 한꺼번에 몰리니 보안원들이 오히려 밀렸겠군요?

문성휘: 네, 이들 젊은 장사꾼들은 대부분 돈이 많은 사람들이고 더욱이 뇌물행위를 통해 보안원들과도 서로가 잘 아는 사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한 보안원의 어설픈 처사로 좀 도를 넘어섰다는 거죠.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보안원들은 “‘골목장’을 없애라는 것은 장군님의 지시”라며 으름장을 놓았고 이에 주민들은 “너희 보안원들이 장사꾼들의 돈을 떼어먹고 대낮에 강도질을 하는 것도 다 장군님의 지시냐”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장군님이면 ‘최고 존엄’이라고 하는 김정은을 지칭하는 말인데 서로가 장군님의 지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싸웠다는 말이 되는군요.

문성휘: 네, 올해 2월 노동당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은 간부들과 사법기관 일꾼들의 부정부패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한 보안원들의 부정행위는 깡패들 수준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한결 같은 주장입니다.

특히 담배와 술, 건어물을 파는 장사꾼들은 보안원들이 수시로 와서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가면서 돈을 갚을 생각을 전혀 안 한다는 거죠. 일단 장마당의 장사꾼들은 보안원들이 물건을 가져가면 무조건 떼인 것으로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오중석: 한마디로 보안원들이 장사꾼의 물건을 강탈한다는 건데 장사를 하자니 보안원들에게 물건을 떼인다 해도 하소연 할 곳은 없겠군요.

문성휘: 네, 그런 설움이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보안원들과 주민들의 충돌로 번졌다는 것입니다. 사건이 있은 후 북한은 당사자들 몇 명을 구속했지만 주민들의 반항을 의식해 어영부영 무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주민들 앞에서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구속했던 장사꾼들에게 벌금을 물려 석방시키고 있다는 건데요. 대신 북한 전역에서 골목장에 대한 단속은 매우 강화돼 돈 없는 골목장사꾼들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그런데 무산군 장마당 주변에서 주민들과 싸운 보안원들이 ‘골목장을 없애라는 게 장군님의 지시’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런 지시가 있었습니까?

문성휘: 네, ‘골목장을 모조리 없애버리라’는 지시는 김정은의 ‘6월 17일 방침’으로 모든 사법기관들에 전달이 됐다고 합니다. 또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잘 알고 있는 보안원들도 이런 지시를 받기는 했지만 골목장사꾼들을 쫓기만 했을 뿐이지 물건까지 빼앗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중석: 무산 장마당에서 골목장사꾼의 물건을 빼앗은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런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후 북한은 장마당을 확대하고 불법이 아닌 이상 장마당 내에서 장사를 단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골목장사는 북한 당국에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골목장사가 왜 북한 당국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나요?

문성휘: 북한은 장마당 관리소에서 매일 장사꾼들로부터 장세를 받고 있습니다. 장세는 품목마다 다른데 천이라든지 쌀을 파는 장사꾼들은 매일 북한돈 1천5백원, 잡화라든지 철물을 파는 장사꾼들은 매일 북한돈 5백원을 장세로 바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장사꾼일수록 장세를 더 내게끔 조치했는데요. 문제는 골목장입니다. 북한에서 보통 장마당에 자리를 얻으려면 어떤 장사인가에 따라 중국인민폐 5천위안부터 2천위안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자릿세라고 합니다.

오중석: 중국 인민폐 5천위안이면 4인 가족이 1년동안 먹고 살 돈이 되지 않나요? 자릿세가 엄청 비싸군요.

문성휘: 네, 그러니까 자릿세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주민들은 골목에 장사물품들을 펴놓고 판다는 것입니다. 골목장사꾼들은 자릿세나 장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는 거고요.

또 요새 김정은 정권이 관광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김정은은 2012년 5월 ‘장마당이 나라의 얼굴이 돼야 한다’며 장마당 현대화를 지시했습니다. 이렇게 장마당을 현대화했음에도 평양시를 비롯해 지방 도시들까지 가는 곳마다 골목장’이 줄을 지어 생겨나 관광객들 보기에도 별로 안 좋다는 거죠.

오중석: 그러니까 관광객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김정은이 ‘골목장’을 모두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골목장’은 절대로 없애지 못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우선 장마당에서만 파는 물건은 제한돼 있습니다. 북한은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같은 물건들, 중고 가전제품들을 장마당에서 팔 수 없게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골목장’을 보는 주민들 중에 음식장사나 잡화장사, 채소장사는 제일 가난한 계층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골목장’을 없애라고 하니 주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무산군에서 장사꾼들과 보안원들의 충돌이 있은 후 북한은 ‘골목장’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주민들과 보안원들의 마찰은 더 빈번히 터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집권 후 인민생활향상을 강조하는 김정은 정권이 외국관광객들의 눈치를 봐야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도 꼭 같이 장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진실로 인민을 위하는 정책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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