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 창건 특별공급에 불만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5.10.12
py_parade_cheering_ppl-620.jpg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마친 북한 군병력들이 평양 거리를 통과할 때 주민들이 나와 반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노동당창건 70돌을 경축하기 위해 북한당국이 지방 도시들에서도 여러가지 행사들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이 주민들로부터 강제적으로 거둔 자금으로 명절공급을 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당국이 지난 10일 노동당창건 70돌을 맞으며 평양에서 사상 최대 규모라는 인민군 열병식을 비롯해 여러 행사들을 개최했죠? 노동당창건 70돌을 기념하는 각 지방 도시들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네, 비록 평양만큼은 못 돼도 북한의 지방 도시들에서도 여러 행사가 많았다고 합니다. 노동당창건일인 10월 10일에 맞추어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에서도 종업원들에게 10가지의 상품들로 명절공급을 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지방에서도 행사가 많았다면 기본적으로 어떤 행사들이 있었나요?

문성휘: 네, 늘 반복되는 것이지만 북한에서 명절이 되면 가장 먼저 치르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올리고 인사를 하는 행사입니다. 여기에는 유치원 어린이들로부터 걸을 수 있는 주민들은 누구나 참가해야 합니다.

이번 10월 10일 역시 북한은 각 도 소재지와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모든 단위들에서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참배행사를 진행했다고 하고요. 행사 후에는 기관기업소 별로 모여 지정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가서 인사를 하는 게 아니고 기관기업소 별로 모여서 단체로 하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특별히 질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명절날만은 반드시 기관기업소들, 그렇지 않으면 소속된 단체나 해당된 동사무소들에 모여 집단적으로 참배를 하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오중석: 아침 7시부터 단체별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참배해야 한다면 오히려 명절날이 더 피곤하겠군요.

문성휘: 네, 동상참배만 끝나면 휴식을 하니깐 그닥 무리가 없겠지만 이번 10월 10일의 경우 노동당창건 70돌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해당 조직들에 어떤 행사들에 참가하라고 미리 할당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10월 10일은 주민들에게 가혹할 만큼 힘든 날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만 놓고 봐도 동상참배가 끝난 후 모든 주민들이 여러 가지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혜산시에서는 오전 11시부터 ‘김정숙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소년단연합단체대회’와 ‘분열행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소년단연합단체대회’는 혜산시의 소학교부터 고급중학교 학생들 전체가 참석해 세 시간 동안이나 진행됐다고 합니다.

오중석: 모든 학생들이 참석해 무려 세 시간이나 진행했다면 매우 큰 행사였던 것 같은데요. ‘소년단연합단체대회’와 함께 있은 ‘분열행진’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문성휘: ‘분열행진’은 매 학교별, 학년별, 학급별로 줄을 서서 광장 앞을 지나는 열병행진인데요. 주석단을 지날 때 앞에 세워진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에 머리를 향하는 등 인민군 열병식과 꼭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합니다.

오중석: 한마디로 해당지역 학생들이 진행하는 열병식이라고 보면 되나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무기만 안 들었을 뿐 학생들로 진행하는 열병식입니다.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동상 우측에 위치한 혜산운동장에서 혜산시와 양강도의 각 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의 축구시합이 하루 종일 열렸다고 하고요.

운동장에 있는 배구장, 농구장에서 역시 치열한 경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혜산시 소년회관 학생들의 총격전 시범동작과 양강도 체육단 태권도 선수들의 위력시범동작이 진행되는 등 여러 가지 운동행사들이 많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그 외 ‘김정숙예술극장’ 앞 광장에서는 오후 6시부터 ‘군중무도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밤 10시부터 약 15분동안 축포를 쏘는 행사가 있어 오랜만에 주민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오중석: 예년에 비해 북한의 지방 도시들에서 상당히 다양하고 큰 행사들이 많이 진행된 걸로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북한이 공장기업소들에서 종업원들에게 10가지품목으로 명절공급을 했다는데 주로 무엇을 공급했는지 알려졌습니까?

문성휘: 네, 이번 70돌을 맞으며 북한 주민들을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이 이 열 가지 명절공급이었다고 합니다. 그중 명절미 이틀분과 육류 1kg, 해산물 1kg, 사탕, 과자 각각 1kg씩, 술과 식용유 한 병은 북한당국이 직접 지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오중석: 명절공급을 가짓수와 공급품목까지 당국이 지정해 주었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이번엔 그랬다고 합니다. 명절공급 단위가 달라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기존에는 명절이면 식량은 각 지역 ‘식량판매소’에서 주고 기본적인 명절공급은 모두 현지에 있는 종합상점들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오중석: 네, 그런 명절공급 방법은 저도 이미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명절공급은 그렇게 안했다는 얘긴가요?

문성휘: 네, 그렇게 안했다고 합니다. 우선 식량을 포함해 열 가지의 명절공급을 기관기업소들에서 주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기관기업소에 소속되지 않은 사회보장자, 연로보장자들은 동사무소에서 명절공급을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기존에는 식량판매소와 종합상점을 통해서 하던 명절공급을 기관기업소 별로 하도록 방법을 변경시켰다는 거군요. 기존에도 공장기업소들에서 따로 명절공급을 하지 않았던가요?

문성휘: 네, 기존에는 힘 있는 공장기업소들에서 통일적인 명절공급 외에 따로 명절공급으로 돼지고기라든지 당과류와 같은 것들을 종업원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노동당 창건 기념일의 명절공급은 달랐다는 거죠.

‘식량공급소’와 종합상점에서 주던 명절공급을 공장기업소, 동사무소 별로 맡도록 했다는 건데요. 이렇게 명절공급을 하라니 힘없는 공장기업소들과 동사무소 간부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심정들이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왜 그렇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이게 명절공급을 하라면서 중앙 당국이 보장해 준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냥 공장기업소, 동사무소들에서 “무조건 이러이러한 것으로 이만큼 주어라”라는 식으로 지시를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거죠.

오중석: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명절공급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문성휘: 네, 그래서 북한의 공장기업소들과 동사무소들에서는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중앙에서 지시한 품목을 장마당에서 사서 명절공급으로 주었다는 거죠. 지어 명절공급을 받을 술을 담을 술병과 길이 50센티, 너비 40센티의 종이봉투까지 종업원들과 주민들이 따로 바쳐야 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야말로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주민들에게 명절 공급을 해 주었다는 말인데 그걸 어떻게 명절공급이라고 할 수 있나요?

문성휘: 네, 결국 그렇게 했다는 거죠. 그래서 주민들도 “이게 명절공급이냐? 이런 명절공급을 도대체 왜 하느냐?” 이런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명절공급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괴이한 명절공급은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두고 ‘밑돌 뽑아 윗돌 괴인다’는 말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당국이 노동당창건일을 요란하게 경축하면서 명절공급도 최고수준이라고 자랑을 하던데 그 뒷면에는 이런 딱한 사정도 있었군요. 문 기자 오늘 얘기도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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