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한판 김치전쟁의 실상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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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na_kimch-305.jpg 김장철을 맞아 가족들과 김치를 담그는 북한주민.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월요일 찾아뵙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리는 자세한 북한 소식,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겨울을 맞은 북한에서는 말 그대로 김치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북한 주민들이 생일을 쇠는 문화도 남한의 한류를 닮아갑니다.

1. 북한 판 김치전쟁의 실상


진행자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얼마 전 남쪽에서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국회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배추가격을 안정시키느라 한바탕 야단이 났었지요. 평양도 지금 김치 담그기가 한창이라는데요. 남한과 달리 북한의 김장철은 지역에 따라 제 각각이라면서요?

문성휘 : 일반적으로 남한에서 김장철이 12월부터인데 비해 북한은 지역에 따라 다 다릅니다. 양강도, 자강도와 같은 고산지대는 10월 말, 11월 초부터 겨울이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그곳에선 보통 10월 중순부터 김치를 담그기 시작합니다. 반면 평안남북도와 같은 중부지대는 지금이 한창 김장철이고요. 황해남북도와 개성시 일대는 남한과 같이 11월 말, 12월 초부터 김치 담그기를 시작합니다.

박성우 : 일반적으로 남한에선 김치를 담그면 김치냉장고에 모두 보관하지 않습니까? 요즘 세월엔 김장하는 집도 많지 않더라고요. 주문하면 집에까지 다 날라다 주는데 그리 힘들게 담그겠다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지금 젊은 세대들은 김치움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어른들도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기억하는 것 같아요.

문성휘 : 네, 저도 물론 여름이고 겨울이고 김치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직도 김치 움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워낙 남새가 부족한데다 운송수단도 없다보니 김치를 담가서 팔수 있는 공장이 있을 수가 없죠.

진행자 : 네, 그러니 아직까지 옛날처럼 김치 움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 말씀인데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치도 아주 많이 담근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아직까지 김치 움을 사용해야 하는 한 원인이 아닐까요?

문성휘 : 네, 그렇다고 봐야죠. 남한에서 김치는 밥반찬에 속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에서 김치는 겨울양식에 속합니다. 겨울이면 남새를 구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김치를 담그는데 관심이 높고 또 보관하는데도 온갖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처럼 겨울에도 그시 그때 국거리라든지, 반찬감을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다 준비해야 하니깐요. 무시래기라든지, 배추 시래기 같은 것들을 김치 움에 보관하고 겨울 국거리감과 반찬거리로 이용해야 합니다. 이런 목적 때문에 북한에서 김치 움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박성우 : 네, 김치뿐만 아니라 시래기나 다른 여러 가지 겨울용 반찬감들을 보관하기 위해 김치 움이 필수적이라는 말씀인데요. 제가 알기엔 김치움의 또 다른 용도가 있다고 하던데요? 아시죠?

문성휘 : 아, 무슨 말씀을 하자는 것인지 알만 합니다. 도둑방지용이라는 거죠?

박성우 : 네, 그렇습니다. 김치 움에 넣고 빗장도 2중, 3중으로 걸고 해야만 도둑을 막을 수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참 가슴 아프죠. 남한에도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 지금까지 남한에서 살면서 금이나 보석, 자동차나 돈 같은 것을 누가 훔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쌀이나 김치를 도둑질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박성우 : 그걸 훔쳐서 뭘 하게요? 등에 지고 다닐 수도 없고…

문성휘 : 그러나 북한에선 2중, 3중으로 잠가 놓은 김치 움도 순식간에 털립니다. 그러니 집주인들은 잠을 자면서도 밤이면 두세 번씩은 나와 창고나 김치 움을 돌아보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김치를 모두 도둑맞으면 온 겨우내 맨 소금에 밥만 먹을 수 없잖아요?

박성우 : 김치도둑까지 설친다고 하니 겨울철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얼마 전에 저희 자유아시아 방송에서 언급했지만 북한은 “김치담그기가 아닌 김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런 소식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남새(채소) 값이 엄청 비싼가보죠?

문성휘 : 네, 저희들이 조사한 바로는 지난 10월 중순, 양강도와 자강도의 김장비용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습니다. 보통배추 1kg에 300원, 중국산 배추는 kg당 500원까지 했다는데요. 남한과 달리 무는 배추 값의 절반인 160원, 최고의 품질은 300원씩 거래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나저나 올해 남새농사는 어떻게 됐다고 합니까?

문성휘 : 북한에서 김치 전쟁이란 말이 나온 것은 배추나 무가 잘 안됐기 때문입니다. 장마철에 큰 비가 내린 이후로는 거의나 비가 안내려 가을 남새가 제대로 안된데다 벌레까지 성해 쓸 만한 남새가 얼마 없다고 합니다. 올해의 경우 김장을 푼푼이 담근 집이 전체 도시인구의 절반가량도 못된다고 하니 김치 전쟁이라는 말이 이해될 만도 하죠.

박성우 : 아무리 그래도 간부들이 먹을 몫은 있겠죠?

문성휘 : 그거야 당연한 게 아니겠습니까?

박성우 : 김장도 제대로 못 담그고 이 겨울을 보낼 주민들의 모습이 아프게 새겨지는 군요.

2. 달라진 생일문화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요새 북한에도 남한의 문화, 그러니까 한류바람이 몰아치면서 생일문화도 확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달라진 북한의 생일문화가 어떤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문성휘 : 북한 주민들의 경우 아침에 생일을 의미하는 특별한 음식이 없습니다. 대신 저녁에 국수를 먹습니다. 국수를 먹으면 앓지 않고 명이 길어진다고 이야기들을 하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남한 영화가 많이 들어가면서 생일문화도 크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생일을 의미하는 특별한 음식이 없다면 뭘 먹는데요?

문성휘 : 그저 본인들이 평소에 제일 좋아하던 음식을 먹는거죠. 떡이라든지, 고기라든지…

박성우 : 남한사람들은 생일날에 미역국을 못 먹으면 큰 난리가 나는 것으로 여기는데 북한 주민들은 미역국을 안 먹나보죠?

문성휘 : 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한국영화들을 보고 남한 주민들이 생일날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 큰 간부들까지도 생일날이면 응당 미역국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네요.

박성우 : 남한 문화가 일반 주민들을 거쳐 북한을 대변하는 간부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문성휘 : 그렇죠. 생일문화만 보아도 정말 놀랍게 달라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생일케익 이라는 것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생일 케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가게도 생겼다고 합니다.

박성우 : 생일 케익을 전문으로 만드는 가게요?

문성휘 : 네, 북한에서는 생일 케익이라고 부르지 않고 생일 설기떡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아직 농촌들에까지 전파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 주민들의 경우 거의 100%가 생일 케익을 놓는다고 하네요. 물론 생일 케익을 파는 곳에서 양초도 팔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남한 영화들을 통해 생일상에 케익, 다시 말해 설기떡을 놓는 문화가 전파되었다. 그 정도면 생일은 거의 남한식으로 쇠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휘 : 그렇다고 봐야죠. 미역국이나 케익을 빼놓고도 ‘생일축하합니다’ 라는 노래 있잖아요?

박성우 : 네, 그 노래도 불러요?

문성휘 : 네, 옛날에는 주로 생일날이나 다른 대사가 있으면 ‘오직 한마음’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김일성 주석에게 충성을 다 할 오직 한마음이라는 내용의 노래였는데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제일 먼저 없어진 노래가 그 노래입니다.

박성우 : 아, 공식석상이 아닌 이상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노래들은 부르기 싫어한다 그 말씀이시군요.

문성휘 : 네, 지금 아마 생일상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모두 이상한 사람이라고 쳐다 볼 겁니다. 그렇습니다.

박성우 : 그렇다면 북한도 생일 날에 우리 남한사람들 처럼 모여서 술도 마시고, 뭐 이런게 없나요?

문성휘 :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하고 좀 다르죠. 일반적으로 남한에서는 생일을 쇠는 사람이 친구들을 식당에 데려가서 크게 한상 차리지 않습니까? 반대로 북한에선 친구들이 돈을 모아 생일을 쇠는 사람에게 술도 대접하고 음식도 사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래요? 야, 그건 진짜 따라 배울 만한데요. 그렇게 좋은 점은 남이고 북이고를 따지지 말고 서로가 배우고 또 너그럽게 용서하고 화해하는 날이 빨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북한의 김장문화와 생일문화에 대해 잘 들었는데요. 문성휘 기자, 다음 이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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