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는 ‘평양양말공장’ 상품

0:00 / 0:00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면서 생산을 확대하고 원료 및 자재의 국산화를 지시한 '평양양말공장'이 여전히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여러 차례 현지지도까지 하면서 제품의 질을 높이고 생산을 늘리도록 지시한 '평양양말공장' 제품들이 북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문 기자가 이야기했는데요. '평양양말공장'의 제품들이 왜 팔리지 않고 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이야기에 앞서 먼저 북한 당국이 왜 '평양양말공장'을 본보기 단위로 내세우고 있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평양양말공장'은 2010년 12월에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한 곳입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양말공장'의 확장공사를 다그칠 데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권력을 잡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2012년 6월 기업소 독자운영을 골자로 한 '새경제관리체계'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2012년 7월에 김정은 제1비서는 '새경제관리체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평양양말공장'을 찾아 공장 현대화를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8월 또 다시 이 공장을 찾은 김정은은 양말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국산화를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대외선전 웹사이트인 '조선의 오늘'이 4월 10일자 기사에서 '평양양말공장'을 찾았던 김정은 제1비서의 일화를 전해 눈길을 끌었죠. 김정은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캐릭터인 '헬로키티'와 '푸'를 비롯한 해외 유명한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들을 찾았다면서요?

문성휘: 네, 당시 아동양말 견본품을 돌아보던 김정은이 영국 만화영화의 꼬마곰 '푸'와 일본 만화그림 '헬로키티'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동양말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그림 같은 것을 새겨줘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김정은이 외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뜻을 인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그런 유명한 만화 캐릭터는 '저작권'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저작권'이 있어서 아무나 그대로 베껴서 쓸 수는 없죠. 저작권 비용이 상당히 비싼데 이런 저작권 없이 함부로 그런 만화의 주인공의 모습을 새겨 넣을 수 없다는 걸 북한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나요?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도 그래, 간부들도 '저작권'에 대해 잘 인식을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외국상품을 모방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한 것들인데 이는 '저작권법'을 잘 모르는 북한 기술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올해 초만 해도 북한의 장마당들에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꽤나 있었는데 지금은 장마당에서 모두 사라지고 '백화점'에나 가야 일부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누구도 '평양양말공장' 제품을 찾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오중석: 그건 왜 그런 겁니까? '평양양말공장' 제품들을 주민들이 외면할 만한 무슨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요?

문성휘: 네, 있습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들에는 사리원, 구성, 혜산, 평양 편직공장들에서 생산한 양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값은 중국인민폐 1원20전으로 중국산 양말 1원5전에 비해 좀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되는 양말들은 값이 중국인민폐로 2원20전이라고 합니다. 가격 자체가 일반 양말들에 비해 배로 비싸다는 거죠.

오중석: 한마디로 가격이 비싸서 주민들이 외면을 하고 있다, 이런 얘기 같은데요. 가격이 비싼 만큼 상품의 질은 뛰어난 것 아닐까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한 양말제품들은 모두 면으로 돼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면으로 된 양말이다 보니 당연히 나일론으로 만든 양말들보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오중석: 사실 양말은 순면으로 된 것을 고급 양말로 쳐주지 않나요? 그렇다면 아직도 북한주민들은 나일론으로 된 양말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중국에서 수입되는 양말들도 모두 나일론으로 만든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북한에 들어오는 양말들은 대부분 나일론으로 만든 거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북한의 편직공장들도 모두 나일론을 원료로 양말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그만큼 북한에서 나일론으로 만든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나일론이 사람들의 건강에 나쁘다는 걸 북한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북한 주민들도 나일론에 비해 면이 건강에 더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면제품을 사용할만한 조건이 못 된다는 거죠. 북한 주민들은 옷도 대부분 나일론이나 테트론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나일론이나 테트론은 면제품에 비해 상당히 질긴데다 오래 앉아 있어도 잘 구겨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전기사정으로 다리미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북한에서 면제품은 잘 구겨지기 때문에 오래 입을 수가 없습니다.

오중석: 네, 그래서 촉감이나 건강에 좋은 면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나일론이나 테트론 제품이 북한 주민들속에서 더 인기를 끈다는 얘기군요. 어찌 보면 나일론이나 테트론은 북한의 생활환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감들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특히 양말제품 같은 경우는 다른 재질에 비해 더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 주민들이 걸어서 직장에 출퇴근을 하는데 양말은 가장 빨리 해지는 피복류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나일론 양말도 닳아서 기워서 신거나 빨리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덧버선'이라는 걸 양말위에 일부러 신는 경향이 있습니다. 될수록 오래 신어야 하는 양말이 면으로 만들어 진다면 북한 주민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거죠.

오중석: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갑니다. 면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평양양말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이 북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얘기인데 가격도 한 켤레에 중국인민폐 2원 20전이라면 북한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신으면 며칠도 안 돼 해지는데다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된 양말 원료인 면은 원유를 통해 생산되는 나일론이나 테트론보다 가격도 많이 비쌀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평양양말공장' 제품들은 다른 공장의 제품들이나 중국 제품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겁니다.

오중석: 그래도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은 계속 할 텐데 그러면 생산되는 양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거죠?

문성휘: '평양양말공장'에서 생산되는 양말들은 우선 여성 군인들에게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여성군인들에 한해 한 달에 '평양양말공장'에서 만든 양말 두 켤레씩 공급을 하고 있는데 훈련을 해야 하고 매일 걸어 다녀야 하는 여성군인들에게 한 달에 면양말 두 켤레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오중석: 당연히 부족하겠죠. 한 달에 두 켤레씩 공급을 한다면 번갈아 신을 양말도 모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성휘: 네, 그래서 여성군인들의 경우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따로 나일론 양말들을 신고 면양말은 해진 부분을 감추기 위해 '덧버선', 일명 '덧카바'라고 부르는 양말들을 겉에 반드시 걸친다고 합니다.

또 장마당에서도 팔리지 않는 양말들이 여성군인들에게 한 달에 두 켤레씩밖에 공급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봐선 '평양양말공장'의 생산량이 정말 보잘 것 없는 것 같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이 모범단위로 내세우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선전을 위해 자랑을 많이 하고 있는 '평양양말공장'이 실은 생산량이 높은 것도 아니고, 북한주민들이 기대하는 제품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면제품을 마다하고 아직도 나일론이나 테트론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북한주민들의 생활환경, 언제나 개선될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 앞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