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온 나라 산림화는 꿈 같은 얘기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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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해안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서해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해안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조선이라는 이름은 고려가 멸망한 후 이성계가 고조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이씨 봉건왕조는 조선이라는 국호로 5백년간이나 우리민족을 통치해왔죠. 해방 후 김일성이 왜 조선이라는 국호에 집착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인데요.

1897년 10월 12일 고종황제가 즉위하면서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선포한 후 조선이라는 국호는 폐지되었는데요. 고종황제의 대한제국은 단군조선 시대 우리민족이 세운 삼한(三韓), 즉 진한(辰韓), 번한(番韓)과 마한(馬韓)에서 유래됐습니다.

단군조선은 지금의 만주벌판과 시베리아, 한반도, 일본까지를 통틀어 2천 년 이상을 진한, 번한, 마한으로 나뉘어서 통치하였습니다. 이후 우리 민족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대한제국을 다시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려 놓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민들은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더 애용했습니다.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임시정부는 백성들이 다스리는 한민족의 나라라는 의미에서 국호를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이라고 고치게 되었는데요.

일제는 우리 민족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대신 조선이라는 옛 국호는 허용했습니다. ‘조선(朝鮮)’이라는 이름은 ‘아침’이라는 뜻이고 ‘일본(日本)’은 태양이라는 뜻이며 ‘중국(中國)’은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입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이 조선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은 “태양이 있어야 아침도 있다”, 즉 ‘아침의 나라’인 조선은 ‘태양의 나라’인 일본이 있어야 빛날 수 있다는 이런 식민지 정당화 주장을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일제가 왜 조선이라는 국호를 허용했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한 여담인데요. 해방 후 ‘조선’이라는 국호를 고집한 김일성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자, 그럼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한동안 북한의 언론들에서 요란하게 선전 선동하던 국산품 애용운동, 국산장려운동이 요즘 들어 차차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이 국산품이라고 들고 나온 상품들은 전부 중국의 임대가공 제품들이었습니다.

10년 내에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를 완공하겠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공언을 한 게 2013년의 일입니다. 그때로부터 꼭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는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입니다.

북한의 언론들에서 수입병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반면 나무심기를 비롯한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는 여전히 크게 선전을 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10년 내로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를 기어이 완공하겠다”던 약속인데요.

2013년 그 약속을 내놓은 때로부터 벌써 절반이라는 세월인 5년이 지나갔습니다. 그 정도면 북한의 산림이 눈에 띄게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위성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산림회복은커녕 오히려 더 많은 산림이 파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산림회복은 꿈도 못 꿀 소리”라며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몰라도 양강도는 산림이 얼마간이라도 회복된 곳은 보이지 않고 산림이 대량으로 파괴된 흔적들만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국토환경보호국과 산림경영위원회는 지난 15년간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로 어림잡아도 20여 정보(헥터)가 넘는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며 “김정은 시대에 들어 가장 많은 산림이 파괴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백암군의 산림훼손이 컸던 원인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을 앞당기느라 겨울철에 무리하게 작업량과 인원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건설자재가 아닌 건설자들의 숙소 건설과 땔감으로 산림이 더 많이 훼손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천연의 보물이라던 백암군의 산림은 대홍단군과 함경북도 연사군을 잇는 도로 주변을 시작으로 완전히 황폐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북부지구 수해복구와 현재 삼지연군 건설에 쓸 목재는 모두 백암군에서 생산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은 “양강도 김형직군은 고읍 노동자구에서 깊이 들어가면 개마고원이 시작되는데 이곳의 산림도 황폐화되기는 여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읍노동자구에는 용하임산사업소가 있는데 이곳 임산사업소에는 개마고원에서 생산한 목재를 장진강과 압록강을 통해 뗏목으로 나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통나무는 전부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며 용하임산사업소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찍을 종이를 담당하는 임산사업소인데 통나무를 수출하고 대신 중국에서 ‘노동신문’을 찍을 용지를 수입해 들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북한 인민군 8총국은 양강도 풍서군을 거쳐 개마고원에서 베어낸 통나무들을 혜산제재공장에 넘겨 판자형태로 다듬어 중국에 팔아넘긴다며 8총국은 통나무를 수출해 인민군이 사용할 윤활유를 수입해 들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회령시는 산에서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산림이 파괴되었다”며 “기존의 25호 수용소가 자리 잡고 있던 지역은 산림이 잘 보존돼 있었는데 지금은 건설자재로 쓰기 힘든 소나무만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숲이 무성해 보이는 곳도 정작 가까이서 보면 참나무나 개암나무, 피나무와 같은 잡관목만 남았을 뿐이라며 여기에 김정은 집권 첫해 전국에 조성됐던 잔디밭도 이제는 형체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유럽식으로 잔디밭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좋았지만 자라나는 잔디를 관리하는 문제가 어려웠다”며 “전기나 휘발유를 쓰는 잔디 깎는 기계도 중국에서 사들였지만 전기도 제대로 오지 않고 휘발유 공급도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주민들이 아침마다 인민반 동원으로 낫을 들고 나와 잔디를 손으로 깎았다며 그 마저도 감당키 어려워 방치되다가 끝내는 주변 공장기업소나 개인들이 곡식을 심는 밭으로 바꿔 버림으로써 이제 잔디밭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로 공장기업소마다 묘목장을 만들고 어린 나무들을 키워내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묘목관리를 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회령시가 두만강 주변에 3정보(헥터)의 면적으로 조성했던 양묘장은 지난해 두만강 지역을 휩쓴 큰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그 자리에 양묘장을 복원하고 있지만 묘목이 있어도 가져다 심을 산이 없다는 것이 더 막연한 현실이라고 통탄했습니다. 대부분의 산은 주민들이 모두 뙈기밭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런 뙈기밭에는 묘목을 백번 심어도 살아나지 못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뙈기밭 주인들이 묘목이 자라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묘목을 심기만 했을 뿐 심어놓은 묘목의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현재도 공장기업소들이 동원돼 묘목을 심고 있지만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해마다 심은 자리에 또 묘목을 심는 일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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