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김정은 뚜렷한 국가전략 없어”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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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북한의 인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젊은 지도자가 정치를 하니 개혁개방을 하지 않을까? 저도 그 당시 북한에서 살았는데 개혁개방은 필수이고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은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북한의 기성세대들과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을 체험했던 기성세대들은 김정은 정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나거나 그 시절을 어렸을 때 추억으로 간직했던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에 열광을 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유학생활까지 했다니 북한 사회를 과감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거죠.

아직도 김정은에게 그런 미련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북한에 과연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 선 후 북한의 인민들이 치룬 고역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저도 잘 알고 남음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일일이 다 꼽아볼 수도 있죠.

김정은 집권 첫해였던 2012년 봄, 북한의 인민들은 엄청난 식량난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사망한 김정일을 추모한다며 주민들의 이동을 중단시켰습니다. 김정일의 100일 추모식이 끝나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됐습니다.

그 이듬해엔 김정은이 제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습니다. 그 사이 북한의 인민들은 평양시 창전거리 건설과 미래과학자거리, 교육자 거리를 일떠세우며 새로운 평양속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한쪽으론 세포등판과 마식령스키장도 일떠세웠죠.

노동당 창건 70돌과 6차당대회와 같이 굵직한 행사들을 치르며 기념비적 창조물을 일떠세우느라 눈코 뜰 새도 없이 오늘까지 왔습니다. 올해는 좀 편안할까 싶었는데 북한의 건국 이래 제일 큰 공사라고 하는 단천발전소 건설이 또 시작됐습니다.

김정일 정권에 이어 김정은 정권에서 늘 외치는 구호가 있습니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 북한의 인민들에게 내일이 있긴 있는 건가요? 있다면 오늘이나 다름없는 내일이거나 오늘보다 더 혹독한 내일이겠죠?

그런 내일을 위해 도대체 몇 십 년, 몇 백 년의 오늘을 살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훨씬 편하겠죠? 북녘의 인민들도 진정한 내일을 가질 그 날을 기대하면서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저런 지시에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뒷수습하느라 다급하다고 합니다. 특히 국방 분야와 외교부문의 간부들은 “도대체 김정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냐”고 저희들끼리 쑤군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 인민군의 한 간부는 “김정은의 지시는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달라 중앙의 간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군총정치국장 황병서도 ‘무슨 의도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집권 초기 김정은은 ‘나의 꿈은 단순히 조국통일만이 아닌 옛 고구려의 땅을 다 되찾는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며 “또 ‘2015년까지 무조건 조국을 통일하겠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결심’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집권초기 김정은의 입빠른 행동을 중앙의 간부들은 정치경험 부족으로 이해했는데 고구려 땅을 되찾겠다는 김정은의 거듭되는 호언장담이 중국정부에 알려지면서 결국 비공개로 사과하는 놀음까지 벌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함부로 내뱉은 고구려 관련 발언을 중국 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이러한 내용을 중국에 발설했다는 죄로 이용하, 장수길 전 노동당행정부 부부장들이 처형됐고 나중엔 장성택까지 비극을 맞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민군의 한 전직 간부도 “김정은은 걸핏하면 군부대들을 찾아 다니며 쓸데없는 말들을 늘여놓고 있다”며 “군부대들은 모두 외화벌이 기관들을 가지고 있는데 외화벌이기관의 책임자들은 군부대 최고 지휘관의 측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군부대 지휘관들 앞에서 비공개로 한 말이라 해도 최측근들인 외화벌이기관 책임자들의 귀에 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며 “중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외화벌이 책임자들이 비밀을 지킨다고 장담할 수 있겠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 국가안전국이 돈을 미끼로 북한의 외화벌이 책임자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겐 비밀 아닌 비밀”이라며 “우리 내부 비밀이 외부로 새어 나가는 원인은 어쩌면 김정은 자신에게 있을 수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북한 국가안전보위성의 한 간부는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 김정은이 지난해 5월 국가안전보위상 김원홍과 직접 나눈 대화 기록을 보았다”며 “김원홍을 만난 김정은이 ‘한국을 반드시 무력으로 통일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비공개 대화록에서 김정은은 ‘조만간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며 “핵과 미사일이 미국을 타격할 경지에 이르게 되면 미국은 어차피 한국에서 손을 떼기 마련이라는 대화 내용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대화록에서 김정은은 그동안 (당시) 국가안전보위부가 나라의 핵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며 “자금을 아끼면서 외국의 발전된 핵과 미사일 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는데서 국가안전보위부의 역할이 컸다”는 대화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하지만 최근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 김원홍과 나눈 대화의 내용과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며 “김정은의 최근 발언을 놓고 전략 로켓군 지휘관들도 국가안전보위성만큼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많이 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올해 3월 중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은 ‘미국이 우리의 핵을 인정해 준다면 우리도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국 회의에 참가한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면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과도 적대관계에 놓인다며 지금의 미사일들만 가지고도 우리 주변국들로부터의 위협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말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맞서겠다던 기존의 태도를 접었음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정치국 위원들도 적잖게 당황했던 것 같다며 김정은의 의도가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상과 나눈 대화 내용과 일치하지 않아 국가안전보위성의 고위간부들도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김정은의 발언들은 단순히 핵이나 미사일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은에게 아직 국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미래에 대한 핵심적인 전략과 목표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하여 회의에 참가한 정치국 위원들은 미래에 더 암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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