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산림복원, 가뭄과 묘목부족으로 차질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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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북도 서흥군에 사는 리봉녀 할머니가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고 있다.
북한 황해북도 서흥군에 사는 리봉녀 할머니가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인류가 전해내려 오는 구전 동화 속에는 ‘아라비안나이트’ 일명 ‘천일 야화’라고 불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1986년 북한의 금성청년출판사와 외국문도서출판사에서 ‘천 하룻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전설로 흘러온 ‘천 하룻밤의 이야기’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 지금의 이란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고대 국가에서 기원됐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샤흐리야르 왕은 어느 날 밤 왕비의 불륜을 목격하고 분을 삭이지 못해 왕비를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왕비의 배신에 분노한 샤흐리야르 왕은 매일 밤 새 처녀를 맞아들여 잠을 자고 난 후 다음날 아침에 죽여 버렸다는데요. 이런 일이 3년간 지속되면서 나중엔 왕에게 매일 처녀를 구해서 바치는 일을 맡아하던 대신의 딸 사흐라자드가 왕의 침실에 들게 되었습니다. 왕과 첫날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 대신의 딸 사흐리자드는 왕에게 재미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이면 멈추고 다음날 밤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천 하룻밤’… 이야기를 들으며 교훈을 얻은 왕은 그녀를 새 왕비로 맞아들이고 지혜롭게 백성들을 다스리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천일도 아니고 꼭 천 하룻밤이나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는지 저는 참 궁금합니다. 세상엔 ‘천 하룻밤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살아있는 동안에 꼭 보아야 할 천한가지”라는 공식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 꼭 보아야 할 영화 음악 시와 소설 각각 천한가지, 문화생활과 정신수양을 위한 천한가지가 산더미 같은데요.

살아가는 동안에 얼마나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천한가지를 보느라 밤을 새울 때가 많습니다. 북녘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천한가지에 푹 빠져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하며 “북한은 오늘”을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 산림을 조성한다며 회수한 뙈기밭들, 북한에서는 개인들의 뙈기밭을 소토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주민들로부터 빼앗아 낸 토지들로 하여 어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2013년부터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온 나라 수림화, 온 나라 원림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뙈기밭들에 농작물과 함께 어린 나무 묘목을 심고 함께 관리 운영하는 ‘임농 복합경영제’라는 걸 도입했는데요.

북한 당국은 ‘임농 복합경영제’의 효율성에 대해 학습제강과 강연제강을 만들어 가지고 주민들 속에 요란하게 선전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전체 알곡수확량 중에 주민들이 뙈기밭에서 거두는 소출을 28%가량으로 계산한다는데요. 북한 전체 알곡수확량에서 개인들의 뙈기밭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28%가량이면 이는 실로 놀랄만한 량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개인들의 토지에서 생산된 식량에 대해서는 절대로 국가알곡생산량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표면적인 이유로 북한은 개인들의 뙈기밭은 국가지정 농경지가 아니기 때문에 생산물 역시 국가알곡생산량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는데요. 실제로 그 내막은 알곡수확량을 조금이라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상 국제사회에 식량을 구걸해야 하는 북한이 외부 세계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얻어내고 내부적으로 충분한 식량 여유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뙈기밭에서 거두어들이는 알곡 생산량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식량여유가 우선인 북한은 개인들의 토지를 빼앗아 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 고민 끝에 찾아 낸 방법이 ‘임농 복합경영제’라는 건데요. 하지만 2013년부터 실시된 ‘임농 복합경영제’로 북한은 아까운 묘목만 낭비했을 뿐 실제 산림복원에는 아무런 도움도 못됐다고 현지에 살고 있는 소식통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뙈기밭 농작물 사이에 묘목을 심어 놓으면 어린 나무가 자라면서 그늘도 커지기 때문에 농작물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뙈기밭에 생존을 의지하는 농사꾼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강압적으로 심어 놓은 묘목들은 어떻게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소식통은 “심어 놓은 묘목이 뿌리를 뻗기 시작할 때쯤이 되면 한 번씩 뿌리가 손상을 입을 정도로 묘목을 살짝 뽑았다가 다시 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법을 반복하면 묘목이 병들어 시드는 것처럼 서서히 말라 죽게 된다며 북한 국토환경보호국과 산림경영소 감독원들은 뻔히 알고 있어도 현장에서 적발하지 못하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뙈기밭 주인들을 걸고 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그런 방법으로는 산림복원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주민들이 다루던 뙈기밭들을 모두 회수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6월 16일 혜산시 연풍동 혜산토끼목장 주변에서 자신의 뙈기밭에서 금방 비료를 준 감자와 강냉이를 모조리 뽑아버리던 주민이 국경경비대로부터 무지막지하게 구타를 당해 실신한 채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소토지의 주인은 자신의 뙈기밭을 국토감독원들이 회수해 국경경비대에 팔아먹은데 불만을 품고 자신의 토지에 심은 농작물들을 마구 훼손했다”며 “뙈기밭 주인과 국경경비대 모두가 잘못했지만 누구보다 잘못이 큰 건 국토감독대라고 평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국토환경보호국과 산림경영소 감독대원들이 회수한 소토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몰래 팔아먹었다”며 “회수당한 소토지 주인들과 회수한 소토지를 구입해 이용하려는 주민들 사이에 주먹과 고성이 오가는 싸움이 그칠 새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싸움이 잦고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양강도 당위원회가 다급하게 나서 도 보안국(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도 국토환경보호국 국장과 도 산림감독대 대장이 도 보안국에 출퇴근을 하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싸움의 근원은 중앙에서 묘목의 준비 상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개인들의 소토지를 회수부터 한데 있다”며 “회수한 토지는 많은데 정작 묘목이 턱없이 부족해 농사도 못 짓고 놀리는 땅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경사각 30도 이상인 개인들의 소토지는 주변 산림경영소 감독원들이, 경사각이 30도 이하이며 철길연선과 주요 도로 가까이에 있는 개인들의 소토지는 국토환경보호국 감독대가 회수하도록 조치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심었다는 묘목도 가뭄으로 모두 말라죽고 있다며 지금의 형편에서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농지면적이 줄어 내년도 식량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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