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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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st.jpg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한 구둣방 창문에 서리가 껴있다.
사진-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겨울맞이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요.

정진화: 네, 겨울이 옵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또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는데요. 벌써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주민들도 궁금해 할 텐데 한국에서 18년째 맞는 겨울 월동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겨울 오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뭘까요?

정진화: 네, 그전 같으면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여서 봄 가면 여름 오고 또 가을이 지나면 겨울 옷 꺼내고 했는데 이제는 슬그머니 계절이 오는 것 같아요. 겨울에는 제일 먼저 꺼내 입는 것이 쉐타죠. 그런데 저는 한국에 와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정말 추운 것을 몰랐습니다. 북한이 워낙 춥다 보니까 한국에 와서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춥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10년 지나고 하니까 저도 이젠 한국 사람이 됐는가 봐요. 몸도 으슬으슬 춥고 물론 나이를 먹는 것도 있지만 아무튼 몸과 마음이 추워지는 계절이 와서 쉐타도 입고 안에 패딩도 입는데 북한에서는 동복이라고 하죠. 안에 솜도 넣고 잘사는 집에서는 짐승털 옷을 입죠. 북한에서는 군인들에게도 개털 슈바라고 해서 짐승 가죽으로 한 옷도 입는데 따뜻한 옷을 챙기는 것이 가장 처음 하게 되는 겨울 맞이 준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옛날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방송에서 얇은 옷을 여러 벌 껴 입는 것이 두꺼운 옷 하나 입는 것보다 따뜻하다 이런 말을 한 것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그런 말 듣기 힘들죠?

정진화: 그럼요. 그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따뜻하게 보낼까 해서 나온 것인데 이제는 예전처럼 눈도 많이 오는 계절도 아니고요. 또 눈이 와서 스키장을 갈 때는 완전무장을 하고 가죠. 솔직히 시내에서 돌아다닐 때 보면 동복을 입어도 앞을 다 열어놓고 멋을 내고 백화점에서 가죽 장갑을 팔지만 실제 하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북한은 추우니까 어르신들이 개털 모자에 두꺼운 귀마개를 한 것을 보는데 여기서는 시골가도 어르신들이 그런 귀마개를 한 그런 모습을 못 봐요. 정말 겨울도 늦가을 정도 겨울도 요즘엔 솜동복이면 두툼하고 따뜻한 것이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굉장히 멋스럽게 해서 봄이나 여름에만 예쁜 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겨울 패딩도 굉장히 예쁜 옷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같이 겨울이라서 특별히 뭔가 준비해야 한다 이런 것은 없어진 것 같아요.

정진화: 그런데 겨울이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는 문풍지를 팔고요. 요즘은 아이들이 불룩 튀어나온 것을 꼭꼭 눌러서 터트리면 뽁뽁 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뽁뽁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창문이나 문틈에 발라도 바람을 굉장히 잘 막아줍니다. 얇은 비닐인데 한 겹만 발라도 보기에도 좋고 보온도 잘되고 하는 겨울나기 준비도 있기는 있습니다.

기자: 남한에 오래 사셨는데 북한의 겨울나기 준비는 어떻습니까?

정진화: 일단 같은 점이라고 하면 남북한 엄마들이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겠지만 김장을 하잖아요. 북한에는 땅속에 독을 묻고 잘사는 집은 얼마만큼 독 안에 김장을 많이 채우는 가에 따라 잘사나 못사는가 구분을 하는데 여기는 30포기 이상을 하는 집이 없어요. 이런 김장은 남북한의 엄마들이 겨울이면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고요. 다른 모습은 북한에는 겨울이면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서 온통 나가면 썰매장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눈이 오면 바로 염화칼슘 뿌려서 그냥 녹게 해서 차도 안전하게 다니고 사람도 안전보행을 하게 하잖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서는 집 앞에서도 썰매를 탈수 있는데 여기는 썰매를 타고 스키를 타려면 스키장엘 가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북한에는 겨울이면 추워서 땔감 걱정을 하는데 한국은 중앙난방이 잘 돼있고 보일러도 요즘에는 모든 것이 예쁘게 나와서 연기가 나와서 시커멓게 그을리고 이런 것은 볼 수가 없죠. 그래서 남북한에 똑같이 오는 겨울인데 일단 온도 차이가 많이 나고요. 준비를 하는 것에도 남북한은 이런 차이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기자: 정진화 씨는 겨울이 오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십니까?

정진화: 저는 진짜 기상청의 날씨예보를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여기서 혹독한 겨울이라는 것이 북한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처음 와서는 혹독한 겨울이라고 해서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겨울에 추울까봐 문풍지를 세겹, 네겹씩 하고 했는데 여기는 겨울 자체가 춥지를 않아요.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는 상황이고요. 오늘 시장에 나가봤는데 수산물 값이 너무 비싸진 거예요. 그전에는 고등어 한마리에 5천원이면 비싸서 안 샀는데 이제 5천원이면 싼 거예요. 갈치는 한마리에 만 4천원, 2만 천원 하니까 물가가 계속 오르는 추운 겨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특히 올해는 홍수 피해가 심했잖아요. 그래서 배추도 값이 비싸진다고 하고 또 고춧가루 등 모든 채소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눈이 많이 와서 느끼는 계절적 추위보다 사람들 마음이 추워지는 겨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여름은 따뜻하니까 생활에 큰 걱정은 없는데 겨울이면 못사는 분들이 더 추위를 느끼고 배고파지는 계절이지 않은가 싶은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한국도 보면 저희는 그래도 나라에서 아파트도 주고 또 병원 가서 만성병 환자들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고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어려운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국가가 사회보장기금을 마련해서 연탄도 공급해주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패딩도 갖다 주고 이불도 마련해 주고 또 김장을 하면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제일 먼저 갖다 줍니다. 이런 복지제도나 어려운 분들을 돌봐주는 따뜻한 마음은 남한사회가 잘돼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겨울맞이 준비 마무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남한의 월동준비라고 하면 첫 번째로 탈북민들에게 생각나는 것은 북한의 가족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질적인 것 생활필수품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갖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이 가서 닿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고요. 일단 우리는 여기서 겨울이라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르게 큰물 피해도 있고 했지만 정부가 피해자나 국민을 위해 대책도 세워줬고 탈북민에게나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요즘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채워주는 그런 따듯한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하는 겨울맞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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