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오늘은 제가 좀 충격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얘기를 하겠는데요. 얼마 전 한국에 입국한지 얼마 안된 탈북민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북한에서 떠난 지 얼마 안된 거죠. 저희가 생각할 때는 이젠 탈북자 대량입국이 20년이 지났고 또 한국에 많은 영화, 음악 등이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얘기 하잖아요. 그래서 남한을 잘 알겠구나 그랬는데 이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충격을 받아서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는 북한에서도 인기가 꽤 있고 많이들 몰래 본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충격적이었나요?
정진화: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탈북민들이 많은 것을 북한으로 보내잖아요. 영화도 보내고 성경책도 보내고 실제로 북한에서 그런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땠어요 하고 물어보면 남조선이 너무 잘살아서 놀랐습니다. 믿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좋다는 것을 알았다는데 이 친구의 말은 그게 아니었어요.
기자: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건가요?
정진화: 이 친구는 젊은 친구인데 군에도 갔다 오고 직장에서 배급을 받으면서 출근도 해봤고 그 다음에 직장에서 주는 배급이 시원찮아서 나와서 회사에 이름만 걸어놓고 국내에서 장사도 해보고 그도 안 좋아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4년동안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 있을 때 사람들이 하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니까 자기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기는 남조선에서 북조선 사람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만든 가짜 홍보 영상이었다고 생각을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서 왜 가짜라고 생각했냐고 물었더니 주변에서는 밥 한끼는 굶어도 드라마나 영화를 빌려 보기 위한 비용을 벌려고 뛰어 다니고 또 보다가 재수 없으면 잡혀가고 했는데 자기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욕을 했다는 겁니다. 가짜라는 것도 모르고 거기에 빠져 있다고요.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북한에서도 영화를 만들 때 실제 생활 모습은 안보이고 좋은 것만 보여주잖냐.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보이나 허름한 집 모습이 보이냐? 북한 영화도 그런데 남조선은 북한에 보내는 영화니까 굉장히 꾸며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예요.
기자: 그러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영화니까 많은 부분이 과장됐을 거다.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네요.
정진화: 네, 맞아요. 자기도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야, 그거 다 가짜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약간 이 사람이 정신 상태가 좀 다르다. 그렇게도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뭔가에 빠지고 자꾸 보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데 이 사람이 지나친 충성분자였기 때문에 그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기자: 소위 말하는 북한에서 토대가 좋고 열성 당원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진화: 제가 얘기를 나눠 보니까 그것도 아닌 것이 이 사람이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4년을 일했는데 자기가 중국에 나와서 보니까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이 거의 북한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정말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를 엄청 단속을 하는데 중국에서는 그에 대한 단속이 덜하니까 저녁에 이어폰을 하고 자유북한 방송, 자유아시아 방송을 듣는 사람도 있고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도 있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는 처음 텔레비전을 보고 충격을 받았대요.
명절을 앞두고 있었는데 탈북민들이 나와서 내일이 명절인데 고향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명절이면 너무 슬펐다. 다른 집들은 떡도 하고 고기 냄새도 풍기고 하는데 우리는 어려워서 한번도 그런 명절이 없었다. 그런 예기를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고 자기는 그날 세상에 태어나서 남자인데 처음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이 이 사람이 충성 분자도 아니고 남보다 특별한 교육을 받아서도 아니고 한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고 그 체제에서 그 동안 너무 포장되고 가려진 가짜만 보다 보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가짜라고 이 사람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기자: 남한에서 탈북민이 나와서 하는 방송을 봤다는 거죠?
정진화: 맞아요. 그때 보니까 드라마는 한국 배우가 나오니까 북한 말로 하면 남조선 말이 나오는데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것은 특히 한국 입국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은 말투가 똑같으니까 확 빠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까 여기 저기서 탈북민이 남한에 많이 가서 사는데 그 말이 무심히 안 들리고 그 동안 나는 왜 모든 것이 가짜라고 생각을 했지 하고 엄청 후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많은 탈북자가 남한에 가서 처음에는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 다른 세상을 접하고는 초기 정착에 어려움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정진화: 네, 힘들다는 의미가 여러 가지인데 사실은 남북한은 옛날부터 한민족이고 같은 말을 써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제적인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영어를 많이 쓴단 말이죠. 그래서 뉴스를 봐도 처음에 왔을 때는 같은 조선말인데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나는 할 수 있고 나는 말도 통하고 같은 얼굴에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와서 굉장히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히는 것이 너무 많은 거에요.
그런데 이 친구 같은 경우는 그것에 앞서가지고 북한이란 곳이 어떻게 보면 큰 감옥이잖아요. 어디를 가든 남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탄압하고 결국 그 친구도 북한 내부에서 벌자고 했는데 한 푼을 벌면 열 푼을 받쳐야 한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이래서 뜯어가고 저 사람은 저래서 뜯어가고 하니까 결국은 중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그 중국 땅에서 본 드라마가 북한에서 본 드라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는 거예요.
기자: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북한 사회 전체를 다 아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정진화: 당연하죠. 저희가 북한에서는 솔직히 딱 제정된 자리에서 국가가 배치한 자리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하면 조금 다른 곳으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고 할까요? 아니면 그냥 내가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죠. 또 그 안에서마저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주지 않다 보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다른 것이 없어요. 북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인 거죠. 제가 북한에서 살 때는 아나운서를 했다고 해도 정말 아는 것이 그 분야에서만 아는 거죠.
기자: 말씀 나누다 보니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정리를 좀 해주시죠.
정진화: 네, 북한 주민들이 바라는 사회는 평생을 거기서 태어나서 그 사회에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이라 살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인권이란 것이 있는데 북한에서 태어났어도 남한에 온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저희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빨리 깨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보내는 모든 드라마, 영화, 성경, 책자 모든 것이 북한주민들이 시간이 있으면 보라고 주는 홍보물이 아니고 여러분들도 한국 같은 이런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려면 이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아야 하고 북한 사회가 어떤 사회란 것을 깨닫는 그런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에요.
이번에도 그 친구를 만나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북한주민들이 좀더 나은 생각으로 넓은 안목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그전의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잖아요. 시장이 생겨서 자기가 번 것만큼 먹고 쓸 수 있는 것이 옛날의 배급제보다는 훨씬 나아졌단 말이죠. 그런 시장의 자유로움이 있는 곳이 한국이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북한주민들이 깨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앞으로의 방송은 한국의 생동감을 좀더 알리는 그런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최근 남한 생활을 시작한 탈북자를 통해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고립된 국가란 것을 다시금 느꼈다는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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