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 무르익는 농촌마을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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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 무르익는 농촌마을 전라북도 정읍 시골마을 풍경.
/RFA Photo-정진화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올해도 벌써 절반을 훌쩍 넘긴 7월 말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철 과일과 채소, 곡식이 무르익어가는 남한의 시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로 딱히 계절 과일을 말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그래도 자연상태에서 재배 되는 것이 맛도 있고 값도 싸잖아요.

정진화: 네. 그렇죠. 아무래도 제철 과일은 값이 싸고 맛있어서 많이들 찾는데요. 요즘 많이 나오는 제철 과일은 매실, 참외, 수박, 자두,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있고요. 채소는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양배추, 부추, 고추, 감자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곡식은 고구마, 밀, 옥수수가 나오고요. 말씀하신 데로 값도 엄청 싸졌습니다.

기자: 여러 과일이나 곡물의 이름을 듣고 있자니 풍요로움이 느껴지는데요. 최근 뉴스를 들어보면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으로 굉장히 어렵다 하는데 남한 사정은 정말 다른가 봅니다.

정진화: 저도 그 북한 소식은 들었습니다. 사실 북한은 날씨가 추워서 6월말 7월이라야 햇감자도 나오고 과일이나 채소도 지금은 조금 이른 감이 있고 매우 귀한 때라서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시기인데 솔직히 남한은 계절에 관계없이 모든 걸 맛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보릿고개라는 말 자체가 정말 오래전에 없어진 것 같습니다.

기자: 요즘은 상점에 가면 쌓아놓고 파는 것이 농수산물이나 보릿고개란 말은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됐어요.

정진화: 맞습니다. 남한에는 보릿고개가 없습니다. 사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나? 찾아봤더니 예전에는 10월에 쌀을 수확하고 난 후면 당장 겨울이니까 곡식을 축만 내는 시 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이듬해 4월이면 첫 곡식인 보리가 꽃이 피고 5월쯤 보리 이삭이 여물 시기가 되면 지난 겨울에 모아 놓은 식량이 거의 바닥이 날 시기가 되고요. 그래서 보리수확 한달 전 굶주리는 시기라서 식량을 아끼느라 굶주린 사람들이 이 시기를 고비 넘어가듯 힘들기 때문에 보리고개라는 말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농사가 잘되기도 하지만 쌀을 대신하는 식품도 엄청 많아졌고 또 다른 나라와의 무역도 활발해져서 모든 게 말 그대로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월이 되었는데 보릿고개라는 말이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옛말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겁니다.

기자: 그렇죠. 요즘 아이들은 보릿고개가 뭔지 모를 겁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제철 과일들 이름을 쭉 말씀해 주셨는데 옥수수 같은 것은 남한에서 맛보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정진화: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지만 솔직히 모든 맛이 북한에서 먹던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북한 옥수수가 더 맛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감자는 확실히 북한 감자가 더 맛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자는 추운 지대에서 자란 감자가 맛있거든요. 그래서 강원도처럼 추운 지역의 감자는 맛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감자는 그렇진 않아요. 대신 북한에서 먹었던 고구마는 덜 달았지만 날씨가 따듯한 남쪽지방에서 자란 고구마는 정말 꿀맛입니다.

기자: 요즘 농촌에서 온갖 과일들이 출하돼서 다양한 과일을 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 친숙한 과일입니까?

정진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매실이나 블루베리는 북한에는 없던 과일 입니다. 매실로 담근 매실청은 남한주민들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조미료이기도 하구요. 참외나 수박도 북한에서 알기는 했지만 북한이 워낙 농사를 지을 만한 경지면적이 적다 보니 심지 않아서 남한에 와서야 원 없이 먹은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에 다녀온 농촌은 어느 지역인가요?

정진화: 네. 최근 다녀온 곳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평택의 한 시골마을입니다. 그런데 북한 같으면 지금 김매기 전투기간이라서 전국, 전민이 농촌동원에 나가 있을 시기인데 남한의 시골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곡식은 곡식대로 과일이나 채소는 그것 대로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기자: 옛날에는 농촌에는 대가족이 살고 사람이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인구도 꽤 됐지만 이제는 기계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굉장히 한적하다. 또 젊은이들이 다들 도시로 떠나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 농촌이다라고 알고 있는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얼마나 조용한지 솔직히 시골에 가면 길을 물어볼 사람도 만나기 힘듭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협동농장이 있어 집단영농을 하다 보니 논이 있는 곳은 논만 있고 과일 나무가 있는 곳은 과수작업반이 있는 곳인데 남한은 개인농사를 짓다 보니 논도 있고 집 주변에는 과일 나무가 울타리처럼 빙 둘러져 있고 옆에는 여러가지 남새(채소)가 자라고 있어서 하나의 종합농장을 보는 것처럼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기자: 네, 반듯반듯한 논에 파란 하늘이 연상이 되는군요. 남한에는 직역마다 키우는 농작물이 다르잖아요.

정진화: 지난번에 전라도 곡성에 갔는데 역 앞에 멜론을 형상한 안내판이 있어서 곡성이 멜론을 많이 생산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외 하면 경북 성주, 복숭아는 경북 의성, 사과는 경북 청송, 경남 산청은 딸기, 경남 함안은 수박, 제주는 감귤과 한라봉, 전남 무안은 무화과 생산지로 특별히 소문난 지역입니다. 쌀도 강화도, 김화. 이천, 파주, 곡성 등 지역마다 영양성분과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을 앞세운 농산물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기자: 보통 시골에서는 농사가 너무 잘돼도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혹시 이번에 직접 농사 지은 작물을 내다 파는 사람도 보셨나요?

정진화: 그럼요. 전번에 강원도에 갔을 때도 농사 지은 참외를 직접 파는 농부를 보았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딸기 팝니다.” “수박을 싸게 팝니다.”라고 쓴 푯말들이 있는데 자신이 농사 지은 농산물을 중간 유통이 없이 직접 팔다 보니 사는 사람은 거의 반값으로 살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한두개를 덤으로 더 주고 다른 채소나 과일도 한번 맛보라고 챙겨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자: 풍요로운 농촌의 인심이 느껴지네요. 이런 풍요로움을 북한주민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진화: 정말 북한 소식은 들을 때마다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죠. 탈북민들이 북한을 떠난 후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태국에서, 그리고 몽골, 캄보디아, 러시아 어느 나라가 북한과 같은 곳이 있습니까?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서라도 가장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먹을 건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요? 남한은 농산물이 풍년이라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수매를 한다든지 사회적으로 사주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농촌에 피해가 없게 하는데 그런 것을 볼 때면 북한 생각이 나서 슬프기도 하고 마음도 아픕니다.

기자: 탈북자분들도 남한에 가서 농사짓는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요즘은 바쁘고 복잡한 도심을 피해서 시골로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탈북민들도 영농분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처음엔 북한 농촌을 생각하면서 농촌을 거부했다가 남한에서 기계로 농사짓는 것을 직접 보고 농민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는 물가도 비싸고 월급 받아서 생활하기 힘든데 농촌에 가면 북한에서 하던 경험이 있고 자기만 열심히 땀 흘리면 그만한 보답이 차려지니 농작물 재배를 하는 거죠. 게다가 탈북민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남북하나재단과 해당 지역에서 자금이나 영농기술 등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농촌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꽤 있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솔직히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지난 19년동안 한번도 농사가 안되어 식량이 부족 하다거나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이 시각도 먹을 게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작년부터는 코로나 19로 중국과의 교류 마저 중단돼 많은 사람이 또다시 아사 위기에 처했다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만물이 익어가는 시골풍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봐야 하는데 북한의 가족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 만이 아닌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농촌 풍경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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