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해를 보내며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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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를 보내며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 인근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물 옆으로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이다 보니까 오늘은 12월 한국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기자: 12월은 유난히 크고 작은 모임이 많은데 올해는 코로나로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정진화: 네, 최근에는 전세계가 똑같겠지만 코로나 19로 대형 모임이나 회의는 축소 됐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구들끼리 또 회사도 소모임으로 여전히 행사를 갖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예전에는 사람들이 “망년회”하자 이런 말을 썼는데 요즘에는 정말 사라진 용어가 됐어요.

정진화: 맞습니다. 1980년대까지 망년회란 것이 이 해가 끝나고 다 간다고 해서 ‘잊을 망자’를 썼다고 합니다. 술도 마시고 올해 좋았던 추억 나빴던 기억을 다 잊자라고 하면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고 마지막에는 뒤끝이 안 좋은 그런 모습도 굉장히 많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송년회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언론에서도 망년회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해서 송년회나 송년 모임으로 고쳐 쓰자고 했답니다. 지금 현재는 그냥 우리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런 기분으로가 아니고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송년회는 송년회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송년회 다시 말해서 ‘나눔 송년회’ 형식으로 많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쌀도 가져다 주고 1년동안 저축했던 돼지 저금통을 털어서 그분들한테 십시일반으로 필요한 것들을 갖다 주고 하는 식으로 송년회가 점차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서 지금은 3세대 송년회로 부릅니다.

기자: 3세대 송년회라니 무슨 말인가요?

정진화: 1세대는 망년회를 했고 그 다음 세대는 송년회를 했고 지금 현재는 나눔 송년회로 차츰 송년회의 모습도 바뀌고 있습니다.

기자: 좀 전에 3세대는 나눔의 송년회를 보낸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주변에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12월이 아닌가 싶네요?

정진화: 일단 우리 주변에도 보면 좀 어려운 분이 계세요. 물론 정상적으로 건강해서 회사에 다니고 이런 분이 해당이 안 되지만 몸도 불편하고 나이도 많고 한 분들은 복지혜택이 잘 돼있어서 기초수급자로 지정해 국가에서 혜택을 주잖아요. 그래도 12월은 한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달이기 때문에 쌀도 나눠주고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오늘도 저희가 받았는데 구청에서 각 세대에 마스크도 나눠주고 손 세정제라든가 여러 가지 코로나 방역에 필요한 물자를 올해는 많이 나눠줬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어떤 물품이 지금 그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물품인가 이렇게 생각을 해서 고르는 선물이기 때문에 진심이 담긴 선물이라 그 마음이 소중한 것 같습니다.

기자: 12월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면 거리에서 종을 울리며 모금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또는 노랗고 빨간 반짝이는 전구로 장식한 상점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정진화: 그렇습니다. 요즘 지하철을 타고 그렇고 서울광장 앞에도 그렇고 크리스마스 트리 북한 식으로 말하면 소나무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해놨는데 나무에 방울도 달아놓고 콩알전구에 알록달록 하게 불이 들어오게끔 해놔서 정말 그 트리만 봐도 사람들 마음이 올해는 다 가지만 마음이 즐거워지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에선 연예인들이 1년 동안 사람들한테 드라마나 가요를 많이 선사했는데 그것을 추첨을 통해서 어떤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는지 또 어떤 배우가 역할을 잘했는지 뽑는 시상식이 많아서 이래저래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는 12월이기도 합니다.

기자: 많은 아이들이 1년중 제일 기다리는 날이 25일 성탄절이기도 한데 그날 산타클로스가 부모님 말을 잘들은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준다고들 믿잖아요.

정진화: 맞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아들이 밤에 잠을 안자는 거에요. 선물을 받는 다는 것은 어린아이나 어른들에게나 다 설레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산타 할아버지가 너희들이 자는 동안 너희가 원하는 선물을 가져다 준다 하니까 아들이 기분이 들떠서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가져다 주는 거야? 하고 묻는데 저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을 했습니다. 아무튼 그 유래가 재밌는 거에요. 산타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준다면 그 준비를 하는 어른들도 아이들 못지 않게 기다려지는 날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자: 아들 선물은 뭘 주셨나요?

정진화: 제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줬으면 좋겠어 하고 아들한테 물어보니까 남자 아이니까 자동차를 갖고 싶데요. 여자 아이들 같은 경우는 인형을 많이 요구 한데요. 그래서 솔직히 그것을 부모님들이 사서 머리맡에 나두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아들이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거야? 하고 물어보지만 그 당시에는 아이들에게는 기다려지는 꿈같이 귀한 날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그리고 예전에는 12이면 새해 달력을 구하느라 바쁜 달이기도 했는데요

정진화: 새해 달력 진짜 많이 받았어요. 저희 남북하나 재단에서도 주변 탈북자들에게 나눠주라고 벽에 거는 달력, 책상에 두는 탁상 달력 등 여러 가지를 줬는데 최근에는 달력이 그전처럼 그렇게 큰 환영을 못 받고 있어요. 저도 컴퓨터 위에 놓은 달력을 보니까 12월을 다 마감하는데 굉장히 깨끗한 거예요. 저희가 휴대폰에 일정 관리하는 달력이 있다 보니까 직접 휴대폰에다 구체적으로 적어놓지 달력을 안 쓰거든요. 달력을 나눠주는데 어르신들이 글자 큰 것 없냐? 음력하고 양력 다 나와있는 것 없냐? 하고 물어보셔서 그나마 다행인데 젊은 세대는 달력을 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해서 속상합니다.

기자: 하얀 습자지 모양으로 매일 한장씩 뜯는 일력도 기억이 나는데요. 아직도 그런 것을 있나요?

정진화: 지금도 있긴 있어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가면 일력으로 365일로 된 것이 있는데 저번에도 책방에 가서 한참 보면서 요즘도 저런 것을 사는 사람이 있나 하고 봤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달력에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가수들이 있는 달력을 선호하고 그런 것이 비싸요. 북한에서 달력을 많이 만들지 않아서 북한에선 얻기가 힘든데 돈벌이 한다고 중국에 간 분들이 북한 달력을 사온 것을 보면 아직까지 저희가 있던 90년대를 못 벗어났어요. 영화배우들 사진 아니면 백두산 사진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우리도 70년대에는 그런 달력이 굉장히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 그런 달력을 누가 봐요? 텔레비전을 보면 보고 싶은 배우가 다 나오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기자: 이제는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마무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12월은 남북한 통틀어 누구는 새해 첫날 소망했던 일들을 다 이룬 해였겠지만 또 누구에게는 정말 어느 해보다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하고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도 이젠 한국 사람 다 됐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이 고향이고 가족이고 친지들입니다. 올해는 더구나 코로나 19로 힘들었고 또 태풍이나 홍수 피해로 해서 남북한이 다 큰물난리를 겪고 피해를 입었는데 하지만 12월이 지나면 또 다시 새해는 밝아 올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빌 겁니다. 새해는 건강하게 해주세요. 새해에는 지나갔던 모든 나쁜 일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요. 새해는 남북한 주민 모두 건강하고 또 코로나 19도 빨리 물러가서 예년처럼 송년회도 크게 하고 나눔도 크게 하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보내는 12월 달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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