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역회사, 제재 직격탄…영업중단 속출
2018.02.13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중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북∙중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내 무역회사들도 일감이 없어 문을 닫는 사무실이 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도 폐업 직전인 무역회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지방 도시의 무역회사 출장소나 지사들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으면서 함경북도 청진과 회령을 비롯한 지방 도시의 지사들이 거의 문을 닫는 상황에 빠졌다고 합니다.”
무역회사의 영업 부진과 사무실의 폐쇄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무역일꾼들의 수입 감소는 구매력 저하를 불러와 결국 북한의 불경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처럼 대북제재가 미친 타격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게 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지난 10월부터 대북제재로 영업 못 하는 무역회사 속출
- 사무실 문 닫거나 상인에게 창고로 임대해야 할 형편
- 무역회사 직원들에게 급여는 물론 현물도 못 주고...
- 대북제재로 무역부진, 일자리 감소, 구매력 저하, 불경기로 이어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이행 중인 가운데 중국은 물론 북한 내 무역회사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중국도 대북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면서 중국 내 무역회사의 외화벌이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 결과, 대북제재 때문에 중국에 내다 팔 북한 제품이 별로 없고, 반대로 중국에서도 북한으로 들여보낼 물품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중국 내 무역회사는 물론 무역일꾼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영업을 중단한 무역회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거의 문을 닫은 회사도 많이 생겼는데요.
특히 2월 초 현재 함경북도 내 무역회사 중에는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아예 사무실을 시장 상인들에게 임대할 정도입니다.
한 예로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강성무역회사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수남 구역에 있는 큰 건물을 상인들에게 창고와 도매 공간으로 빌려주고 있으며, 회령시에 있는 강성무역회사나 동양회사의 출장소도 사무실을 임대 창고로 내줄 정도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2월에 현지 취재협조자에게 조사를 부탁했는데요. 역시 외화벌이 회사, 즉 무역회사에 상당히 큰 타격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어요. 무역회사도 규모와 다루는 제품이 여러 가지인데, 대부분 평양에 본사를 두고 지방 도시에 지사나 출장소, 기지라 불리는 실무를 맡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방도시는 수산물이나 약초재료 등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을 수집하고 화물로 만들어 중국에 보내는 구체적인 업무를 하는데요. 이런 지방 도시의 무역회사 출장소나 지사들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으면서 함경북도 청진과 회령을 비롯한 지방 도시의 지사들이 거의 문을 닫는 상황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 내 무역회사가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연쇄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나빠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조사한 대부분 무역 회사에는 사장과 경리, 경비원만 출근했고 무역지도원으로 불리는 직원들에게도 일이 없었다"라며 급여는 물론 현물로 지급하던 쌀이나 식용유 등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강도와 평안북도의 외화벌이 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중국에 광물을 수출해 온 광산중에는 아예 생산을 멈춘 곳도 있으며 양강도의 동∙아연 광산은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거의 정지됐고, 노동자들에게는 식량 배급만 내줄 뿐 급여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월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무역회사의 사정도 심각합니다.
북∙중 간 무역량이 줄어들면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무역업자들이 사무실 문을 닫았고, 물류회사와 창고 운영업자 등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김준호 특파원이 라디오 세상에서 전한 내용입니다.
- 그렇다고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북-중 간 무역량이 줄면 물류회사와 보세창고 운영업자, 무역 대리회사 등은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북한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단둥 해관 주변의 상점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요. 무엇보다도 북한과 무역을 하는 무역 업자들이 사무실 문을 닫고 떠나기 때문에 이들이 입주해 있던 사무실이 텅텅 비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면, 압록강 철교의 중국 측 끝단에 있는 짜디광장(佳地廣場)이라는 19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있는데 이곳에 입주해 있던 대북 무역 회사들이 문을 닫고 떠나면서 이 빌딩의 사무실이 절반 넘게 비어 있다고 합니다.
이 빌딩은 꽤 유명해서 1년 반 전까지는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단둥 지부가 입주해 있었고, 그 유명한 홍샹 그룹도 이곳에 있었으며, 얼마 전 문을 닫은 단둥에서 두 번째 규모의 북한식당인 류경 식당도 이 빌딩에서 영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나간 상황이죠.
특히 중국에서 북한의 무역일꾼이라 하면 무역 대표로 불리며 높은 사회적 지위와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데, 대북제재에 따른 무역 활동의 부진으로 무역일꾼들의 주머니 사정도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당연히 외화벌이에 따른 충성자금의 마련에 대한 부담도 커졌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무역회사가 입은 대북제재의 타격이 결국 북한 내부 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Ishimaru Jiro]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 당연히 북한 국내 경제에 영향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무역거래를 담당하는 무역회사에 타격을 주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노동자와 수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죠. 또 이것이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겁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반 잡화와 옷, 의료품 등도 조금씩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역회사나 외화벌이와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의 수입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불경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요. 이제부터 유엔 안보리 제제의 영향이 시작되고, 확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부를 향해 대화를 제안한 배경으로 대북제재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도 강력한 대북제재가 결국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한국에 특사로 파견한 배경에는 이처럼 절박한 국내 사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의 압박이 오늘날 북한 내 연료값과 각종 물가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이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대북제재가 북한 정권에 미친 영향은 절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