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14, 완전통제구역’ 영화 관람기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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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통제구역' 14호 정치범 수용소를 그린 그림.
'완전통제구역' 14호 정치범 수용소를 그린 그림.
사진-Human Rights Watch 홈페이지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지난달 2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영화관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14호 관리소’를 다룬 기록영화가 상영됐습니다. 이 영화는 14호 개천 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신동혁 씨의 이야기와 실제 수용소 보위원 출신인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꾸며졌는데요, 특히 이날은 영화 상영 이후 정치범 수용소에 관한 관객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져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라디오 세상>이 탈북자 출신 지철호 인턴 기자와 함께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 신동혁 씨와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영화

- ‘HRW’ 인권영화제 작품 중 하나

- 수감자 신동혁과 보위원 탈북자의 증언으로 엿본 정치범 수용소

- 유엔 ‘COI’ 보고서 발표 이후 북한 인권 관심 커져

2월 26일, 추운 날씨 탓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든 저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West End Cinema'에서 특별한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 여기네요. ‘West End Cinema'. 자 들어갑시다. 극장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지철호] 네. 그래도 북한의 극장보다는 좋은 것 같은데요.

- 'Camp 14' 영화 표 두 장 주세요. (몇 장이 필요한가요?) - 두 장이요.

'Camp 14, 완전통제구역’

도이칠란트의 마크 비제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북한 평안남도 개천의 14호 관리소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인권 유린의 실태를 14호 관리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입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 영화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주최하는 인권영화제의 작품 중 하나로 상영됐는데요,

영화 상영이 임박한 시간. 예상외로 극장 안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상영관 안을 거의 가득 채운 관객 중 대부분은 미국인이었습니다.

- 영화를 보러 많이 왔네요. 특히 미국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은데요.

[지철호] 북한의 실체가 워낙 검은 장막에 쌓여 있는 데다 미국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참 신기한 것이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해 "북한을 침략하지 못해서 발톱을 숨기고 있는 승냥이'라고 교육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쪽은 북한 정부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피부도 다르고, 머리카락색도 다른 사람들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마음 아파한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 북한에서 정치범 수용소에 많이 들어봤겠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수용소에 관한 어떤 느낌인지 듣고 싶어요.

[지철호] 일단 북한에 있을 때는 ‘(수용소에 있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인민에 대해 큰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밖에 나와 진실을 알고 보니 우리가 비정상적인 생각으로 사람들을 많이 핍박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분들께 죄송스럽고, 저도 경험했던 것을 비교해서 숙연하게 보겠습니다.

곧 영화는 시작됐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신동혁 씨의 평범한 일상생활,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수용소 생활의 기억들이 동혁 씨를 괴롭힙니다. 아직도 북한에서 겪었던 일에 관해 악몽을 꾸는 동혁 씨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14호 정치범 수용소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는데요,

이 영화의 특징은 정치범 수용소의 피해자였던 신동혁 씨 외에 정치범 수용소에서 보위원으로 근무했던 두 명의 탈북자가 등장한다는 겁니다. 신동혁 씨가 피해자였다면 이들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잔인함을 증언한 건데요,

[영화 Sound: 권혁] 북한 체제에서 김일성, 김정일이...이렇게 말해도 잡아가요. 김일성 동지, 김정일 동지..이렇게 불러야지... 김일성, 김정일이라고 하면 그 다음 날로 어디 갔는지 없어요.

[영화 Sound: 오영남] 대낮에 잡아가는 것은 없어요. 다 밤에, 몰래 어느 순간에 싹 다 쓸어가고. 정치범 수용소에 가서도 가족들은 우리가 뭘 잘못해서 왔는지 모른다는 거죠.

영화 상영 이후 그레그 스칼라티우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관객들과 북한 인권에 관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영화 상영 이후 그레그 스칼라티우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관객들과 북한 인권에 관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Photo: RFA

영화는 신동혁 씨가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꼬집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고문과 폭력, 굶주림, 극심한 노동, 그리고 공개처형까지..., 실제로 신동혁 씨도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했고, 본인 자신이 잔인한 고문과 극심한 노동 착취의 피해자인데요,

영화 속에서 조사를 받는 여성이 구타를 당하고,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들이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실제 영상 등은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영화를 보던 지철호 씨도 정치범 수용소의 잔인함에 눈물이 흐릅니다.

[영화 Sound: 신동혁] 수용소 안에서는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없고,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 함부로 먹을 수 있는 권리도 없습니다. 또 잠을 잘 수 있는 권리도 없습니다. 이런 생활은 수용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태어나서 늙어 죽는 순간까지..

[영화 Sound: 권혁] 수용소에는 들어오게 되면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벌레보다 못한 인생들이에요. 내 맘대로 해도 돼요. 그 안의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살리고 싶으면 살리고...내 마음이에요.

영화 속 신동혁 씨는 수용소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지금도 뒤틀려있는 자신의 팔과 몸에 난 고문의 흔적들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그 분노가 원동력이 되어 지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실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신동혁 씨가 미국의 인권단체 ‘링크(Liberty in North Korea)’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미국 전역을 누비고 있는데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는 사람이 미국에 많다는 겁니다.

영화는 피해자인 신동혁 씨 외에 보위부 출신 탈북자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전하는데도 충실했습니다. 이들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신이 직접 행하고 목격했던 일들을 전하면서 죄책감과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영화 Sound: 오영남] 그들에게 행했던 내 잔인성이 매우 후회스럽고, 정권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되고, 앞으로 통일이 온다면 두려워요. 솔직히. 앞으로 통일이 돼서 그 사람들을 다시 봤을 때... 두려워요. 후회하고 있죠.

[영화 Sound: 권혁] 물론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철이 든다면 이야기를 해줘야 해요. 왜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가? 지금도 북한 사회에 대해 잘 몰라요. 어차피 중학교 올라가게 되면 한 번은 기회를 봐서 “아빠는 북한에서 왔다. 북한에서 뭘 했다. 북한 사회는 어떤 사회다...” 이런 것을 이야기해 주면...

결국, 이 영화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북한 주민, 그리고 이들에게 잔인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보위원들 모두 북한 정권이 만들어낸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안에서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관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과 관객들 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관객들은 북한 체제와 열악한 인권 상황에 관해, 그리고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 등을 물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 영화가 끝났습니다. 철호 씨가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요?

[지철호] 일단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만들어놓은 것 외에 다 불법이 돼요. 누구나 사람은 죄를 지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너무 비인도주의적이고, 고문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 땅에서 살아도 몰랐던 진실을 많이 알게 돼서 가슴이 떨리기도 하고요, ‘획일화된 교육, 즉 한 명의 독재자를 위한 교육은 모든 사람을 눈멀게 하고, 또 모든 사람이 퇴보해도 그런 줄 모르고 그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도 지난 1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특별히 정치범 수용소의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Camp 14, 완전통제구역'에 관한 영화 상영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레그] "이것은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신동혁 씨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란 유일한 주요 증인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두고 관여해야 하는데요,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글을 읽고, 또 개개인이 직접 정부와 의회, 국제사회 등에 이야기해서 북한 정권이 정치범 수용소를 철폐하는 데 협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하고 개탄하는 지적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은 여전히 개탄스럽다’고 지적한 데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고문과 범죄 등에 대해 명백하고 강력한 증거를 찾아낸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의 유력 일간 신문인 ‘뉴욕타임스’도 지난 26일 사설을 통해 북한의 반 인도적 범죄와 관련해 김정은 제1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반드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 특히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국제 사회에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날 상영된 영화, ‘Camp14, 완전통제구역’도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은 지금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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